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앙뉴스= 박근종]고금리가 장기화하고 불황이 길어지면서 대출 연체가 늘어 자영업자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 침체를 빚으로 버텨 온 자영업자 상당수가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는 연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보다 7.6% 늘었고,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4분기 684조 9,000억 원과 비교하면 50.9%나 불어났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3억 3,000만 원)는 비자영업자(9,000만 원)의 3.7배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 19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직격탄을 맞아 대출을 늘려온 자영업자들이 일상을 되찾은 지금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자영업자의 빚은 양도, 질도 모두 위험 수위를 넘었다.

특히 질적인 문제는 더 우려스럽다. 경기 부진에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가 추가로 대출을 받거나 ‘빚 돌려막기’에 나섰다는 의미다. 우려되는 것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 써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를 보여주는 연체율이 이미 1%로, 코로나 19 사태 직전 수준을 넘어서 무려 8년 만에 최고에 이르렀고 중·저소득층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에 육박하고 있으며, 세 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 자영업자 수는 177만 5,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56.6%나 된다.

부채에 취약한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해석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올해 1분기 6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 4조 1,000억 원보다 무려 53.7%나 늘었다.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24.2%의 두 배 이상이다.

비은행권 연체율은 2.52%로, 은행권 0.37% 연체율의 6.8배에 달한다. 특히 저축은행 연체율은 5.17%나 된다.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이 커지는 점도 위험 신호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상태인 취약 자영업자들이 진 빚 104조 원의 10%가 연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의 1분기 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보다 17조 원이나 늘어난 737조 5,000억 원으로, 이들이 전체 자영업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1.3%로 커져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이다. 그나마 정부가 그동안 다섯 차례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 줬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다.

이 조치도 오는 9월이면 끝난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21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 전체 자영업자의 연체위험률은 3.1%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이 가운데 취약차주인 저신용 다중채무자의 연체 위험률은 무려 18.5%까지 급등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다.

빚을 활용해 매출과 수익을 올리면 최상이겠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2021년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사업소득을 신고한 자영업자는 656만 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472만 6,000명보다 39%인 184만 2,000명이나 늘어난 규모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년 대비 20만 명 넘는 증가 폭을 이어가던 자영업자 수는 2021년 1년 새 19.1%인 105만 1,000명이나 불었다. 2021년 근로소득자 증가율 2.4%의 8배에 달한다. 하지만 연평균 소득은 4년 전보다 오히려 10% 줄었다.

빚을 많이 지게 마련인 소득 하위 20% 자영업자들의 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55.1% 급감했다. 이 와중에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시간당 9,620원에서 26.9%인 1만 2,210원까지 올려달라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 가구주 10명 중 3명은 아르바이트보다도 못 번다는 통계도 있다. 소득은 감소 중인데 부채와 함께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면 자영업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 크다.

자영업자는 매년 늘어났지만 손에 쥐어지는 돈은 점점 줄어들었다.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2017년 2,170만 원, 2018년 2,136만 원, 2019년 2,115만 원, 2020년 2,049만 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자영업자 증가 폭이 가장 컸던 2021년에는 연평균 소득이 1,952만 원을 기록하며 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7년 만에 2,000만 원 선마저 무너졌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매장에 손님이 뜸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득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걱정은 오는 9월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의 종료다. 코로나 19 이후 5차례나 연장돼 무한정 유예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대책 없이 조치를 종료할 경우 자영업 경영 악화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게다가 2021년 8월 말 0.75%였던 기준금리는 불과 1년 5개월 만에 2.75%포인트 뛰었다. 이자를 갚느라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딜레마인 것은 분명하지만 취약 자영업자 구제 위주로 해당 조치를 이어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따라서 정부는 취약차주에 대해서만이라도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신청이 저조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손보는 등 지원 시스템을 대폭 보완해야 한다. 차제에 각종 제약으로 신청이 저조한 채무조정 대책들도 챙겨봐야 한다.

자영업자 대출 중 잠재 부실위험이 큰 대출 연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 취약차주에 대해 ‘새 출발 기금’ 같은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더불어 자영업계와 노동계의 상생도 화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자영업자’ 역시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3%인 5만 6,000명 늘어난 429만 8,000명이나 됐다. 전체 자영업자의 75.2%로, 5년 전인 2018년 4월 71.3%보다 3.9%포인트 증가했다. 그만큼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부담이라고 여기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 감소를 암시한다. 노동계는 이를 남의 일로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당장은 생존이 어려울 것 같은 자영업자에 대해선 채무조정 등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 연체 대란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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