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신라시대의 사찰인 경주 흥륜사 터 인근에서 고려시대 공양구 유물 54점이 무더기로  출토되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퇴장유물 출토 모습 (사진=문화재청)
퇴장유물 출토 모습 (사진=문화재청)

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 흥륜사(경주 사정동) 서편에서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 중에 통일신라~고려시대 사찰 관련한 건물지와 담장지, 우물 등의 유적과 청동 공양구 등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

흥륜사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 칠처가람 중 하나로 고구려 승려 아도(阿道)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이차돈의 순교로 중창(527~544년)되어 국가 대사찰로 유지되다가 조선시대에 소실됐다. 흥륜사가 자리한 곳은 사적 ‘경주 흥륜사지’로 지정되어 있으나, 사찰 주변에서 ‘영묘지사’명 기와가 다수 수습되어 학계와 지역에서는 ‘영묘사지’로 보기도 한다.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에서 건물의 적심과 담장지 등이 확인된 것으로 보아, 유물이 발견된 곳 역시 사역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에서는 통일신라~고려시대의 기와, 토기 조각들을 비롯해 청동 공양구 등을 넣은 철솥이 매납된 채 확인되었고,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과 추정 ‘영묘사’명 기와 조각 등이 출토됐다.

특히 철솥 내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들이 담겨 있었다. 철솥은 지름 약 65cm, 높이 약 62cm의 크기로 외부에 4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으며, 안에는 작은 기와 조각들이 섞여 있는 흙이 30cm 정도 차 있었고, 그 아래에서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확인됐다. 현재 육안으로 확인되는 유물은 모두 54점이며, 일부 유물은 부식해 철솥 바닥에 붙어있어 앞으로 보존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유물이 확인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수습한 청동 유물과 철솥 등은 화재나 사고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곳에 모아 묻어둔 퇴장(退藏)유물로 추정하고 면밀한 분석을 위해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황인호)로 긴급 이관했다.

한편, 청동 유물이 일괄로 출토된 사례는 창녕 말흘리 유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비슷하게 확인된 바 있지만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그 수량이 월등히 많아 앞으로 관련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 이번 발굴조사 결과를 통해 고려시대 영묘사와 관련한 다양한 의례 양상을 밝히고, 같이 발굴된 청동 공양구, 의식구 등이 우리나라 금속공예와 법구 연구에 유용하게 쓰이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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