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

[중앙뉴스= 박근종]새마을금고 연체율이 6.49%까지 치솟자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지난 4월 이후 6조 9,000억 원을 빼내면서 발생한 특히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의 대출채권 부실로 인수합병(M&A)이 결정되자, 일부 조합원이 몰려들어 예금을 해지하는 사태로 촉발한 새마을금고발(發) ‘뱅크런(Bank run │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한고비를 넘긴 듯하다.

자금 이탈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예·적금 전액을 보장하고 유사시 정부 대출까지 동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잇따른 조처로 인출액 증가세가 꺾였다고 한다. 지난 7월 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주 내내 이어졌던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규모가 지난 7월 7일 처음으로 전날보다 1조 원가량 줄었고 중도 해지 고객들의 재예치도 늘어나는 등 일단 급한 불은 잡혀가는 분위기여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새마을금고의 기원은 1963년 이래 재건국민운동의 향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그해 5월 경상남도 산청군 생초면 하둔리, 창녕군 성산면 월곡리, 의령군 의령면 정암리, 의령면 외시리, 남해군 남해면 마산리에서 설립된 다섯 개의 협동조합이 효시다.

1973년 3월 ‘마을금고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1982년 「새마을금고법」제정에 따라 ‘새마을금고연합회’를 거쳐 2011년 9월 ‘새마을금고중앙회’로 개칭되었으며, 2013년 상반기‘NICE그룹이 소유하던 한신평신용정보(KIS)’의 지분 100%를 인수하여 ‘MG신용정보’를 출범하였다.

이렇듯 새마을금고는 서민을 위한 풀뿌리 협동조합으로 출발해 현재 자산규모 284조 원, 점포 수 1,294개, 거래 고객 2,262만 명으로 덩치가 커졌다. 1만 ~ 10만 원을 출자한 회원이면 원금 3,000만 원까지 이자소득세를 면제받는 까닭에 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특히 저금리 시절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쪽으로 돈이 몰리면서 최근 10년 사이에 규모가 무려 3배나 급팽창했다.

그런 새마을금고의 고객들이 불안을 크게 느끼게 된 것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지난해 말 3.59%이던 연체율이 계속 올라 6월엔 6%대로 2매가까이 올라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문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가 관리·감독을 맡아 금융 건전성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담당 직원도 10여 명에 불과하고 그마저 순환 보직에 따른 금융 비전문가들이다.

전국 1,294개 새마을금고의 임직원 2만 8,891명 중 임원만 무려 4.7.38%인 1만 3.689명인 기형적 조직 구조로 도마 위에 올라있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은 반기에 한 번씩 상호금융사들을 점검하지만, 행정안전부는 2년에 한 번씩 새마을금고를 점검할 뿐이다. 또한 다른 금융회사들은 분기별로 1년에 4번 경영 공시를 하는 데 반해 새마을금고는 반기마다 1년에 2번 경영 공시를 할 뿐이다.

금융 소비자 측면에서 봤을 땐 다른 금융기관과 별반 차이가 없는 데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는 무척 소홀한게 사실이다. 새마을금고 유동성 위기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1차 원인이다. 부동산 PF는 건설업체가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을 지을 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받는 대출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 금융사까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위험에 빠진다. 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213조 2,000억 원의 52.3%인 111조 6,000억 원이 기업 대출로 부실 속도가 심상치 않은 데다 부동산 대출이 3년 새 2배 이상 늘어나 지난해 말 56조 원으로 부풀어 올랐고, 올해 1월 말 기준 건설업·부동산업 관련 기업 대출 잔액은 56조 4,000억 원에 육박했다. 이번에도 지역 사업자가 건설하는 오피스텔, 빌라 등에 집중적으로 대출한 게 탈이 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규제에 들어갔는데도 새마을금고는 풍선효과로 오히려 부동산 PF 대출을 늘렸다가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2021년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사업자·법인·부동산·건설업 대출을 각각 총 대출의 3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대출 합계는 50% 이하)을 도입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감독권 밖에 있는 새마을금고는 규제대상에서 빠졌고, 최근에서야 따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여파에 최근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급격히 올랐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새마을금고 법인대출 연체율은 9.9%로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또 유동성 비율 규제에서도 새마을금고는 다른 상호금융사보다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비현실적인 예금자보호한도에 있다. 한국의 예금자보호한도는 2001년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 이후 무려 23년째 한도가 그대로다. 2001년 1,492만 원이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187만 원으로 2.8배나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예금자가 체감하는 보호한도의 가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는 1.2배로 미국(3.3배), 영국(2.3배), 일본(2.3배)보다 훨씬 낮다.

절대 액수로 따져봐도 한국의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 원은 미국의 예금자보호한도는 25만 달러(약 3억 2,575만 원), 유럽연합(EU)은 10만 유로(약 1억 4,211만 원), 영국은 8만 5,000파운드(약 1억 4,100만 원), 일본도 1,000만 엔(약 9,083만 원) 정도로 주요 국가들에 비교해 너무 적은 수준이다.

1인당 GDP가 우리의 39.5% 수준인 중국조차 한도가 9,000만 원을 넘는다.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면 예금보험료가 늘면서 대출이자가 오르는 등 소비자나 금융권 모두에게 부정적인 면은 있지만 공포 심리가 커지면 빠른 속도로 뱅크런이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 새마을금고에서 입증된 만큼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현행화하는 보완책이 화급하다.

새마을금고발(發) 금융 리스크는 선제 총력대응으로 조기 차단하고 전이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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