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에 극단 죽음을 선택한 교사···추모의 물결 이어저

[중앙뉴스= 박광원 기자 ]교육현장의 현실을 겪으면서 죽음으로 선택한 초등학생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교육계와 사회가 애도하며 분노한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한 데 이어 서초구에서는 초등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권추락이 급격히 관심사로 떠올랐다.

못 다 핀 선생님의 꿈, 교사 숨진 서이초 앞 근조화환,  조문 교총·교사노조 등 교원단체 일제히 진상규명 촉구 교육부, 이주호 부총리와 교사 간담회 등 수습 나섰다.(사진=연합뉴스)
못 다 핀 선생님의 꿈, 교사 숨진 서이초 앞 근조화환,  조문 교총·교사노조 등 교원단체 일제히 진상규명 촉구 교육부, 이주호 부총리와 교사 간담회 등 수습 나섰다.(사진=연합뉴스)

교직생활 2년차 젊은 교사가 목숨을 끊은 초등학교 인근에는 20일 내내 동료 교사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사망 배경에 학부모의 '갑질'이 있었다는 추측과 소문이 끊이지 않자 경찰은 교사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섰다.

교사들은 그간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치는 강화된 반면, 교사의 인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것이 이런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온종일 추모 발 길이어저···경찰, 사망 배경 수사 확대

교사들은 1학년 담임교사 A(24)씨가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이날 새벽부터 근조화환을 보내며 애도와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른 아침부터 화환이 배달되기 시작해 오전 10시께 300여개였다가 오후 10시께엔 약 1천500여개까지 늘었다.

A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전날 저녁부터 이 학교 교문에는 '참담한 심정으로 교육 현장에서 세상을 등진 선생님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 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 추모 메시지를 담은 쪽지 수백 장이 붙었다.

교사들은 이날 오후 교내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교장을 면담하려는 교사들과 학교 측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하루 약 2천300명이 서이초 현장을 찾아 조문한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5시25분께 서이초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하고 "교권은 너무 위축돼 있고 나머지는 너무 과잉보호되고 있다"며 교권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인터넷에서는 학생들 다툼에서 비롯한 이른바 '학부모 갑질'이 A씨 사망의 원인이 됐다거나 특정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등 의혹 제기와 소문이 계속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자신과 가족은 A씨 사망과 무관하다고 공식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파문이 확산하자 경찰은 서이초 교사 전원을 상대로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탐문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A씨 사망 사실을 확인한 이후 그가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등 소문의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지만 아직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발견되지는 않았다.

서이초 교정 내 임시 추모공간 운영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폭행에 사망 사건까지 교사들 격앙된 분위기 교권이 있어야 교육이 살아난다.

최근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급기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교직사회는 눌렸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양천구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 B씨가 지난달 30일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B교사는 당시 얼굴과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고 바닥에 내리꽂아지는 등 폭행을 당하고 욕설을 들었다며 자신의 상황을 인터넷에 올렸다. 해당 학생은 정서·행동장애 학생으로 특수반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 학교는 19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이 학생에 대해 전학처분을 결정했다.

인천의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C교사가 지난달 23일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당했다. 이 학생은 당시 의자에 앉아 있던 C교사의 머리카락을 쥐고 잡아당겨 의자에서 넘어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C교사는 이 사건에 앞서서도 4월부터 같은 학생에게 언어·신체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교권추락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교육당국의 미흡한 대처 속에 급기야 사망 사건까지 발생해 '인내심'이 한계점을 넘었다는 게 교직사회의 분위기다.

교사들은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내거는가 하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일부 학생·학부모가 저지르는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에 교육에 어려움이 크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동료 교사를 잃은 슬픔, 서이초등학교에서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전국초등교사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2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 열린 추모 기자회견에서 동료 교사의 추모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교육계, 보수·진보 떠나 한목소리교권이 무너진 교육현장 참담하다. 보수·진보성향의 교원단체·노조들은 일제히 교육당국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고인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비통함을 금할 수 없으며 전국의 모든 교육자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간절히 빈다"며 "학교폭력 관련 학부모 민원이 원인이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하고 하루 속히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도 성명을 내고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떠나보내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최근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교육당국과 학교 측의 대응이 안이했고, 사건을 교사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교사 개인의 희생을 통해 축소하려 한다는 울분 섞인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교사노조는 양천구 B교사 폭행사건 당시 교권보호위원회가 피해 발생 20일이 지나 개최됐으며 소속 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에서도 피해 교사에 대한 적극적 지원 등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이초등학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A씨가 학교폭력 관련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유력 정치인 손자녀가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정성국 교총 회장은 "(A씨가 숨진 지) 이틀 사이에 학교에서 완벽하게 규정해서 입장문을 내는 것도 좀 빠르지 않나"라며 "(학폭 사안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학부모와의 관계가 (보통 교사들 사이에서는) 많다. 민원이나 상담 대부분을 담임이 혼자 감당하고 품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진상규명 촉구하는 유족,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신규교사의 유족이 2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수원에서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교사가 학교 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을 두고 심각한 교권 침해가 원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완관련해 이 부총리는 21일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현장 교원들과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어 교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청 본청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등에 A씨의 분향소를 설치하고 21∼23일 사흘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일은 예견이 되었던 일이다 교사를 무시하고 갑질하는 학부모, 학생의 선택은 오늘의 이 같은 참담한 일이 터진 것이다. 교권이 살아있는 교육현장,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고 무시하면 교육의 중대한 도전으로 발전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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