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오송 침수사고 감찰결과 발표···총 36명 수사의뢰·63명 징계요구

[중앙뉴스= 박광원 기자 ]장맛철 극한호우로 지난 15일 사상자 24명이 발생한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미호강 미호천교 다리 공사 현장의 부실 관리와,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이 계속된 경고를 무시한 상황이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극한 호우로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을 위한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극한 호우로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을 위한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사고와 관련해 지난 17∼26일 충청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95명에 대한 감찰 조사를 실시한 국무조정실은 28일 청주시 관계자 6명과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5명 등 18명을 대검찰청에 추가로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수사 의뢰된 인원은 36명으로 늘었다. 수사 의뢰와 별도로 과실이 확인된 5개 기관 공직자 63명은 소속기관에 통보해 징계 등 조치하게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국조실은 임명직인 이상래 행복청장에 대해 현장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데 대한 문책 차원에서 해임 건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미호천교 아래 부실 제방이 '선행 요인'이며 폭우 전후엔 '경고 무시'를 했다고밝혔다. 이번 사고 원인으로 선행 요인과 당일 조치 미흡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밝혔다. 먼저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 있는 미호강에서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업체가 미호천교 아래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 제방을 쌓은 것, 그리고 이를 지자체 등이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선행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방이 부실한 상황에서 폭우가 쏟아지자 미호강이 범람, 약 550m 떨어진 지하차도가 속절없이 물에 잠겼다는 설명이다. 국무조정실이 사고 전후 사실관계를 따져본 바에 따르면 청주에는 사고 이틀 전인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날인 14일 낮 12시 10분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지난 15일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며 강물이 궁평2지하차도를 덮쳐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미호천교 지점은 사고 전날 오후 5시 20분에 이미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사고 당일 새벽 4시 10분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홍수경보가 발령됐는데, 지자체나 소방 당국 어느 한 곳도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

미호강 수위도 점점 높아져 사고 2시간 전인 오전 6시 40분에는 물 높이가 미호천교의 계획 홍수위인 해발수위 29.02m까지 차올랐지만, 지하차도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임시 제방이 겨우 버티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지한 주민들이 112·119에 여러 차례 신고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1시간여 전인 오전 7시 4분과 7시 58분에 112 신고가 들어왔고 7시 51분에는 119 신고가 접수됐지만 누구도 필요 조치를 전달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여러 차례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호천교 공사의 감리단장 A씨는 공사 책임기관인 행복청에 7차례 전화와 모바일 메신저로 범람 위험을 신고했다. 사고 당일 112 신고 2건도 A씨가 했다.

극한호우에 사고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충북도는 행복청으로부터 3차례, 청주시는 A씨와 경찰청 등으로부터 총 10차례나 신고를 받았는데도 조치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린 기관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고 40분 전인 오전 7시 50분, 임시 제방 쪽에서 물이 넘치기 시작해 20분 만인 오전 8시 9분께 임시제방이 아예 무너졌다. 그리고 8시 40분에는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감찰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감찰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 실장은 "여러 기회가 있었는데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비극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충북도와 도로관리소 등은 재해·재난훈련이 발생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교육 훈련을 하고 있지만, 전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에 청주시 관계자 6명,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5명, 충청북도 관계자 4명, 행복청 관계자 1명과 미호천교 공사 현장 감리단장 A씨, 시공사 대표까지 18명을 추가로 수사 의뢰했다. 관련자 총 36명 수사 의뢰하고 이상래 행복청장 등 해임건의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의뢰 대상까지 수사의뢰 총인원은 36명이며 이중 간부급 공무원인 실장·국장·과장급 12명이 포함됐다. 이와 별도로 5개 기관 공직자 63명은 소속기관에 통보해 징계 등 조치하게 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이에 더해 직접적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는 직위해제 등의 인사 조처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 실장은 또 수사의뢰 대상이 안 됐더라도 모든 관련기관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인사 조처를 요청할 것이고, 정무직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특히 임명직인 이상래 행복청장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를 발주한 기관의 장으로서 현장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데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묻고 해임 건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충북도 행정부지사, 청주시 부시장 등 고위 정무직과 청주 흥덕경찰서장 등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이 인사조치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인사권자인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치를 건의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권자인 경우 해당 지자체장에게 요청할 예정이다. 다만 선출직인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의 거취는 국무조정실이 관여할 수 없다고밝혔다.

방 실장은 브리핑에서 정부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 "외부 재난 전문가 포함 등 재난대응 거버넌스 강화, 지하차도 통제기준 개선, 진입 차단시설 설치 확대·의무화, 하천 정비, 산사태 취약지구 관리제도 재검토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국민의 안전에 사고 피해를 방관한 기관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또 재난 대응 부서 근무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능력과 역량이 있는 근무자들이 충분한 교육 훈련을 통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숙지된 상황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 개선도 개선 방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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