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 ]지난주 국내 증시가 ‘이차전지’ 열풍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급등락이 반복된 가운데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이렇듯 최근 국내 증시에 이차전지 주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투자자 예탁금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만 뒤처지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소외 불안감, 고립 공포감을 느끼는 상태 이른바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확산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에 몰린 것이다.

지난 7월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7월 27일 기준 58조 1,9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1일 58조 7,300억 원 이후 약 12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말 51조 8,000억 원 던 투자자예탁금은 불과 한 달 새 7조 원 넘게 급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일종의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 성격을 띠고 있는 돈으로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잔액을 일컫는다. 따라서 증권시장 흐름을 미리 가늠하거나 주식 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최근 투자자예탁금이 급증하면서 거래대금도 대폭 늘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합산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약 27조 300억 원으로 6월 19조 1,000억 원보다 41% 증가했다. 일 평균 거래대금이 27조 원을 넘은 것은 2021년 8월 27조 4,530억 원을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의 최대치다. 다시 신용융자 잔액이 ‘V자’ 모양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예탁금 증가는 증시 호재로 인식하게 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거래량이 전기차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는 이차전지 관련 특정 종목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황제주’라는 별칭이 붙은 에코프로그룹과 포스코그룹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 시가총액(시총)은 하루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가거나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비정상적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차전지 주가의 급등락 롤러코스트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이차전지 광풍을 주도했던 에코프로가 지난 7월 27일 100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황제의 옥좌에서 내려왔다. 전날보다 주가가 19.79% 떨어진 98만 5,000원에 장을 마치며 주당 100만 원 이상인 ‘황제주’ 자격을 반납했다. 지난 7월 18일 주가가 100만 원을 돌파하고, 7월 26일 장중 한때 150만 원을 넘었던 기세를 생각하면 아찔한 추락으로 허망하다. 자회사 에코프로비엠도 이달 들어 86% 급등한 뒤 19% 급락했다. 하지만 7월 28일 에코프로는 12.8% 급등한 110만 4,000원으로 주가 100만 원이 넘는 ‘황제주’에 복귀했다.

에코프로는 7월 26일 장중 153만 9,000원이라는 신고가를 기록한 직후 가파른 속도로 내림세를 타고 이튿날인 7월 27일에는 98만 5,000원까지 내려앉았다. 7월 26일부터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8조 원, 28일 복구한 금액은 3조 원이다. 전체 시총의 23%가 증발했다가 11% 되돌림 했다. 일시적 후퇴나 복구일지 완전한 퇴위나 복위일지 아직은 점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이차전지 관련주가 마치 잡코인처럼 출렁이면서 주식시장 전체도 극심한 불확실성에 빠졌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현재 한국 증시는 ▷이차전지 광풍을 노린 공매도, ▷단기차익 실현 욕구, ▷ 포모 증후군(나만 소외됐다는 고립감)에 뒤늦게 이차전지 매집에 나선 개인 등이 뒤섞인 총체적 난맥상이란 분석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한 다음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매수해 갚는 투자 기법이라, 주가 급등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차익 실현은 에코프로가 폭락 이틀째인 7월 27일 순매수 종목 5위에서 이튿날 순매도 종목 5위로 추락해 단기차익 실현의 타깃이 된 모양새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이차전지 랠리에 포스코그룹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도 포스코가 ‘국민주’로 등극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해당 주식을 사지 못한 투자자들에게는 불안감만 안겨 되레 주식 상승장에서 나 홀로 소외되는 것을 우려하는 ‘포모 증후군’만 키우고 있다. 이러한 혼란에도 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적지 않아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기승을 부렸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난 4월 소시에떼제네랄(SG)증권 발(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 7월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기준 국내 증시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 596억 9,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이 20조 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4월 24일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한데서 비롯한 지난 4월 26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9조 9,197억 원인데 코스닥시장은 10조 1,399억 원으로 코스닥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코스피를 뛰어넘었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영끌’과 ‘빚투’ 종목들이 무더기 하한가 충격을 겪은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대출 원금 회수를 위한 증권사들의 반대매매가 하락 폭을 키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연초부터 증가해온 신용융자는 4월 차액결제거래(CFD)발(發) 하한가 충격으로 주춤하며 18조 원 초반대까지 줄었다가 다시 팽창세다. ‘영끌’과 ‘빚투’의 진원지는 상승 랠리를 이어온 코스닥시장이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은 10조 1,399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문제는 현재 주가 상승 랠리가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 개선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이차전지주 등 몇몇 주식에 대한 극심한 쏠림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을 더한다.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 주가는 연초 주당 11만 원에서 지난 7월 26일 장중 153만 9,000원까지 역대 최고가를 찍은 뒤 다시 12%대 하락하는 등 하루 새 31%에 달하는 변동 폭을 보였다.

신용융자 역시 포스코그룹 계열 6개 상장사에 1조 원 넘게 몰리는 등 소수 종목에 집중된다. CFD사태와 같이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 해도, 쏠림의 변동성 위험은 7월 26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18%인 39.33포인트 넘게 하락한 데서도 확인된다.

‘영끌’과 ‘빚투’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다시 꿈틀댄다. 작년 12월부터 투기·투기과열지구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고,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50%로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2조 2,759억 원으로 7월 27일까지 8,752억 원 늘었다. 3개월째 늘었으며, 증가 폭도 지난 6월의 1조 7,245억 원보다는 작지만, 지난 5월 6,935억 원을 넘어섰다. 주택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에 ‘영끌’족들이 돌아왔고 ‘빚투’족들이 움직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역전세 문제를 겪고 있는 세입자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7월 27일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목적 대출규제를 2024년 7월 3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을 위해 은행권(인터넷은행 제외) 대출을 이용할 경우, 전세금 차액분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한다.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도 1.25~1.5배에서 1.0배로 낮아진다. 이에 편승한 ‘영끌’과 ‘빚투’의 후폭풍을 예상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에도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코인에 ‘영끌’과 ‘빚투’에 나섰다가 곳곳에서 터진 비명과 아우성을 목도(目睹)한 기시감(旣視感)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는 연 0.5%에 불과한 저금리였지만, 지금은 금리가 2배로 높아져 그만큼 대출 이자 부담도 커졌다는 데 있다. 자칫하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도 보고 높은 금리 부담에 허덕이는 최악 상황까지 발생할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의 시장 상승은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부문의 과열만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KOSPI)는 7월 들어 11.8% 상승했다. 최근 모멘텀이나 시가총액 대비 거래량의 쏠림은 지나치게 과도한 상황이란 평가다. 시장이 상승하지 못하면 신규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데다 기존 투자자는 조바심에 패자 종목을 팔고 주도주를 사기 때문에 주도주는 오르지만 지수는 오르지 못한다.

지금은 2015년 바이오 업종 쏠림현상 국면과 유사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각종 졍제 지표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상저하고(上底下高)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주가 하락에다 이자 부담 그리고 융자 상환을 위한 강제 매각(반대매매) 위험까지 삼중고를 겪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대출받아 투자한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청산하는 것이다. 주식 가치가 담보 유지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전날 종가 기준 하한가로 강제 매도한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묻지 마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는 엄청난 리스크에 봉착한다는 사실을 각별 유념하고 가계도 정부도 경각심을 한층 제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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