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

[중앙뉴스= 박근종 칼럼]역대급 장마가 지난 7월 26일 끝나자마자 갑자기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暴炎)으로 온열질환(溫熱疾患 │ Heat illness) 발생이 급증하면서 온 국민의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심각해지는 폭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폭염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근무 1단계를 8월 1일 오후 6시 부로 가동하고,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8월 1일 경기 여주시에선 낮 최고기온이 38.4도까지 올랐고 안성시에선 체감온도가 39.1도까지 올랐다. 지난 7월 1일 자로 폭염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폭염상황에 대응해오다 한 달 만에 한 단계 상향한 것이다. 폭염 위기경보가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가 된 것은 2019년 8월 3일 이후 4년 만으로 이번이 두 번째 ‘심각’ 단계 발령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8월 1일 오후 4시 기준 폭염 피해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온열질환자가 67명 발생해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1,191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동기간(1,051명) 대비 140명 증가한 것이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1일까지 최소 22명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22년 온열질환 사망자(9명)와 2021년 사망자(20명)를 이미 넘은 것이다.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총 1,564명으로 전년(2021년) 발생한 1,376명 대비 13.7% 증가했으며, 올해 지역별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경북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4명, 경남 4명, 전북 2명, 충남 2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도 내내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35℃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예고됐다. 가끔 소나기가 내리지만 열기를 식혀주기보다 오히려 습도를 더해 ‘한증막’ 더위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30일 발표한 기상청 예보는 “당분간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여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유입되겠다.”라며 “35℃ 내외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주중 이어지겠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주 내내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예상된다. 도심지역은 도시 열섬 효과로, 해안지역은 내륙에 비해 높은 습도 등으로 열대야가 심화될 수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은 물론이고 다음 주까지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극한 폭염은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선 많은 도시가 40℃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50℃를 훌쩍 넘기며 110년 만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 7,000만 명이 폭염 주의보·경보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올해 7월 1일부터 23일까지 3주간 전 세계 평균 지표면의 평균 온도는 16.95℃에 달해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된 2019년 7월 16.63℃를 0.32℃ 뛰어넘었다. WMO는 올해 7월보다 더 뜨거운 날씨가 5년 안에 찾아올 확률이 98%라고 전망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며 “지구온난화 시대(The era of global warming)는 끝났다. 지구가 끓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끓는 시대’ 진단은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이날 “지금 추세라면 올해 7월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달이 될 것”이란 관측 결과를 내놓은 직후 나왔다. CNN은 “대다수 과학자는 이번 달 기온이 12만 년간 지구에서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한다.”라고 전했다. WMO는 향후 5년 내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시기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관측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현재 기후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라며 “모든 국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9위인 한국도 이 책임에서 결단코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Germanwatch)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인 60위로 ‘매우 저조함’이라는 평가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기후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기성세대를 향해 “어른이 아이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라는 비판에 귀 기울이고 탄소중립인 넷제로(Net Zero)의 국제적 조류에 맞춰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폭염은 더 심해질 것이며 자연스레 일상화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무엇보다 극한 폭염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선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질환을 일컫는다. 온열질환으로는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외부의 열 자극에 기능을 상실하여 발생하는 열사병(Heat stroke),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열탈진(Heat exhaustion), 더운 환경에서 강한 노동이나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염분(나트륨) 또는 캄륨, 마그네숨 등이 부족하여 근육경련이 발생하는 열경련(Heat cramp), 뇌로 가는 혈액량이 부족하여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열실신(Heat synoope),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위해 혈액 내 수분이 혈관 밖으로 이동하면서 몸이 붓는 열부종(Heat edema) 등이 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4일 개최한 ‘기후 위기가 내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무더위가 계속되면 심뇌혈관질환자가 늘어나고, 무기력, 불안 등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전문가들은 고온에 따른 대기 정체로 폐렴, 치매 등 질환도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하고, 정부가 5년 단위의 기후변화 건강 적응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들레이드대학(University of Adelaide) 공중보건대학원과 시드니대학(University of Sydney) 시드니 공중보건대학원 등 호주 연구팀이 지난달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고온 노출 등으로 신체로 들어오는 열이 나가는 열을 초과하게 되면 심혈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고, “여름철에 최고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률은 2.1%, 발병률(이환율)은 0.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특히, 64세 이하 그룹의 경우 심혈관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5.7% 증가한 데 비해, 65세 이상은 14.7%나 증가했다. 폭염 중에서도 고강도 폭염(최고기온 상위 3%이내)에서는 65세 이상은 사망 위험이 23.3%나 늘었다. 65세 이상의 경우 고강도 폭염 때 심혈관 질환 이환율도 12.6%나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고온 노출 등으로 신체로 들어오는 열이 나가는 열을 초과하게 되면 심혈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우선, 땀을 내는 것과 피부 혈류 증가는 수분 손실과 탈수를 유발하고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온 상승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만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 배출 제로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조치가 이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 자주 마시기, ▷시원하게 지내기, ▷더운 시간대에는 휴식하기 등 기본적인 건강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지난해 온열질환자의 51.4%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발생했다. 갈증을 느끼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논밭, 야외 작업장 등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본다면 즉각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이동시켜야 한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강제로 물을 먹이는 행위는 자칫하면 환자의 기도를 막을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키며,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한다.

또한, 어린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자동차나 집에 혼자 남겨두지 않도록 하며,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이웃이나 친인척에게 보호를 부탁해야 한다. 임신부는 일반 사람들보다 체온이 높고, 폭염이 지속될 경우 주변 온도에 민감하여 온열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폭염주의보 기준온도(33℃)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무더위에는 물놀이에 갔다가 일어나는 익수 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6년~2020년까지 5년간 811명이 익수 사고로 응급실을 찾았는데, 이 중 18.2%인 148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익수 사고의 35.5%는 휴가철인 7~8월에 일어났다. 연령 별로는 9세 이하 어린이가 28.9%인 234명으로 가장 많았고 70세 이상이 18.7%인 152명으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물수건‧물‧얼음 등으로 몸을 닦고,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내리며,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신속히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며,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않도록 한다.

온열질환은 기본 건강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한 만큼 무더위 시 장시간의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물을 마시고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