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최봄샘 기자]

사진 / 최한나 시인
사진 / 최한나 시인

 

 

언제부턴가

엔도르핀을 잃어버린 저녁이 걸어 들어오면

지워진 이름들을 자판 위에 올려놓고 두드린다

 

밥 먹는 소리가 담을 넘어와

자판을 빼앗아 두드린다

모니터에선 금세

숟가락 젓가락들이 춤을 춘다

딸그락 딸그락 덜그럭 덜그럭

 

쓰린 물만 쿨렁이는 뱃속을 헤엄치다

독신의 모세혈관까지 터뜨리고야 마는 저 소리

유정이네 밥 먹는 소리

네 식구의 밥상머리 이야기가 모니터를 다 점령해 버린다

 

꿈속에서도 모락모락

춤추는 하얀 밥

어머니와 마주 앉아 먹으면

눈물이 나던 밥

가장 담이 낮았던 고향집 생각나면

가슴으로 들어가는 밥

 

전설이 되어버린 밥솥이

골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느껴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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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진 시절이다. 무더위에 빙수 한 그릇 하고 싶어 카페를 기웃거리다가 그냥 돌아서 집으로 오던 길, 뉘집에선지 골목길 가득 풍기던 된장국 내음이 오랜 외로움을 자극했다. 퇴근길의 그 씁쓸함은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한 동안 만지지 않았던 밥솥을 끌어내고 밥을 안친다. 구수한 밥내음과 함께 달려가 보는 엄마의 밥상이 차려지던 그 저녁들! 하냥 그리워진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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