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정치인들은 시끌시끌하기를 바라는 족속이다. 그들은 말과 글로 표현되는 모든 매스컴에서 가능하면 좋은 편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나쁜 애기라도 성 추행이나 뇌물과 관련한 것만 아니라면 자기이름이 거론되어도 무방하게 여긴다. 

성 추행이라면 도덕군자의 나라에서 설 자리가 없게 되어 스스로 마지막 길을 택하는 수도 있지만 대부분 죗값을 치르고 나면 나머지 인생을 조용히 보낸다. 뇌물이 문제를 일으키면 추징금도 많지만 자칫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 결사적으로 피하려고 발버둥 친다. 

매일처럼 이 문제로 언론을 수놓고 있는 사람은 이재명이다. 그에게 덧씌워진 죄목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렵지만 그가 국회 제일당의 대표이기에 아직도 교도소에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활동한다. 그러다가 10여일 전부터 느닷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전두환의 혹독한 철권정치가 산천초목을 떨게 할 때 김영삼은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다. TV는커녕 신문조차 이 단식사실을 보도하지 못하고 ‘정치현안’이라는 단어로 대신했다. 국민은 행간을 읽어야 뜻을 알았다.

23일간의 단식은 정부의 개입으로 강제 중단되고 병원에 실려 갔지만 실낱같은 민주화운동의 싹을 틔웠다. 그 뒤 6월 항쟁으로 이어지며 직선제개헌이 관철되었다. 지방자치제를 내건 김대중의 단식 13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처럼 야당 지도자의 살신성인은 오직 민주와 자유를 향한 몸부림으로 국민과 세계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이재명의 단식은 민주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올 정도로 좀 생뚱맞다. 

대장동과 백현동으로 표현되는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주죄(主罪)로 보이지만 여타의 많은 혐의점도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듯싶다. 유무죄 판단은 법원이 가릴 일이지만 이재명은 한사코 “정치검찰의 조작”으로 항변하면서 민주투사를 자처한다. 그의 단식은 출퇴근 단식이다. 낮에는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저녁이 되면 국회 단식장으로 퇴근한다. 그래서 이슬람식 라마단 단식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단식은 죽음을 무릅쓴 결단이다. 면암 최익현선생은 왜놈들에게 끌려 대마도에 유폐되었을 때 19일간 식음을 전폐하여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해가 부산을 거쳐 충남 예산까지 운구되는 기차 철로는 하얀 옷에 갓을 쓴 조문객들이 길게 길게 늘어서 통곡했다. 이래야 진짜 단식이다. 

이재명 사건과 관련된 김만배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인터뷰는 지난번 대선 3일 전에 뉴스타파라는 매체가 방송하여 윤석열에게 결정타를 안길 뻔했다. 그런데 인터뷰는 방송 6개월 전에 했다. 급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해놓고 신학림이 쓴 책 3권 값으로 1억6천 5백만 원을 줬다. 한 권에 18,000원이면 3권이면 54,000원인데 천배를 넘는 책값을 준 것은 내면에 인터뷰와 관련된 속셈이 따로 있었던 게 아닐까. 검찰은 이를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용도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실제로 윤석열후보의 지지도는 이 보도가 나간 후 뚝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요즘 가장 많은 문제를 던지는 사건은 교사들의 잇단 자살이다. 서이초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 벌써 전국적으로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다섯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으면 참다 참다 마지막 길을 떠났을까. 내 새끼만 감싸는 학부모들의 일방적인 이기심이 신성한 교권을 얼마나 어지럽혔으면 이런 사태까지 일어나겠는가. 

교권이 강해져야 배우는 학생들도 강해진다는 것은 ‘강장(强將) 밑에 약졸(弱卒)없다’는 진리와 다름 아니다. 한동훈 법무가 전국 교도소의 사형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갑자기 사형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26년째 사형집행을 중단하고 있는 한국에는 59명의 사형수가 있다. 잔혹한 살인수가 대부분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언제까지 사형집행을 미룰 것인지 불만이 크다. 사형제도가 범죄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면 이 법은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법을 집행하여 법의 존엄성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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