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기반 신흥 시장 동남아 등으로 진출…K-의료 위상 우뚝

[중앙뉴스= 박주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업계의 글로벌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현지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 전략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글로벌 대표 시장 미국을 비롯해 헬스케어 신흥국으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 곳곳으로 뻗어 나가며 K-의료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일 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맞춤형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등 국내 유망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조사, 현지 출장, 거래선 발굴 등을 지원하며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의 무역관에 K-바이오데스크를 설치, 현지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소 및 맞춤형 수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공=피알브릿지)
(제공=피알브릿지)

정부 지원에 힘 입어 기업들은 현지 병원의 니즈를 반영한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사업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현지 직판 채널을 구축하는 등 사업 무대를 넓히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디지털헬스 전문 기업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 3월 태국의 상급종합병원 라마9병원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콜’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최근에는 태국 주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열린 ‘DHTC 방콕 2023’ 컨퍼런스에 참여해 ‘닥터콜 타이’를 선보이며 현지 의료기관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닥터콜 타이는 기존의 닥터콜 플랫폼을 라마9병원의 니즈를 바탕으로 현지 의료진과 환자의 편의를 고려해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다. 태국 내 모바일 사용자의 약 90%가 이용하는 메신저 라인(LINE)의 API와 연동해 별도 앱 다운로드 없이 메신저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라인 앱에서 예약부터 진료, 결제, 고객상담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으며 태국어, 한국어, 영어 3개국어가 지원돼 태국에 거주하는 다양한 국가의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올해 안에 태국 주요 병원과 POC 계약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나아가 태국을 넘어 동남아 지역으로 확장해 비대면 진료 사업 수익 창출 동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장기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4월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성분명: 베바시주맙)를 출시하고 미국 시장에서 첫 의약품 직접 판매에 돌입했다. 베그젤마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로 전이성 직결장암과 유방암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앞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베그젤마의 판매 허가를 획득한 후 현지 법인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특히 베그젤마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직접 판매하는 의약품인 만큼 암젠, 화이자 등 유수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토마스 누스비켈(Thomas Nusbickel)을 미국 법인 최고상업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현지 시장에 능통한 인력 확충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 나갈 방침이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공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 환급 대상 의약품 목록에 베그젤마 등재를 완료했으며 다른 사보험 기업과도 등재 협상을 진행중이다. 올해 안에 사보험 기업의 60%가 베그젤마를 등재할 수 있도록 계약을 확대할 계획이다.

베트남 현지 의료기관과 손잡은 헬스케어 기업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AI 뷰티‧헬스케어 기업 룰루랩은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 산하 종합병원에 ‘루미니 키오스크’와 병원 관리용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등 AI 피부 의료 플랫폼을 제공하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룰루랩의 AI 피부 의료 플랫폼은 인종 및 국가에 상관없이 피부과 치료에 필요한 항목을 분석해 주는 ‘AI 피부 분석 솔루션’과 의료진에게 최적화된 ‘CRM’, 고객 스스로 피부 데이터를 트래킹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포함한 통합 시스템이다. 이번에 베트남에 첫 도입한 루미니 키오스크는 CRM 시스템과 연동되며 피부분석 결과 및 시술정보 등을 최적화한 상태로 자동 데이터베이스화 한다.

베트남의 경우 종합병원 산하의 피부과를 제외하면 정식 인가된 클리닉이 극히 드물어 인가받은 피부과 시장에 대한 니즈가 높다. 베트남 뷰티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룰루랩은 하노이의대 산하 병원을 기반으로 3년 내 10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 AI 피부 의료 플랫폼을 상용 도입할 예정이다.

AI 신약개발 전문 기업 신테카바이오는 미국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타겟헬스(Target Health)와 신약개발 임상 및 글로벌 사업 개발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MOU를 통해 신테카바이오의 AI 신약 클라우드 서비스인 ‘에스티비 클라우드(STB CLOUD)’ 및 합성신약 후보물질 발굴 AI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의 미국 현지화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유럽, 아시아 시장 등으로 확장하며 장기적 사업 개발을 도모,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잠재고객 발굴 및 에이전시 계약, 임상 데이터 분석 및 신규 프로젝트 발굴 등을 위한 협업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폴라리스 퀀텀 바이오텍(폴라리스QB)’과 AI 신약 후보물질 발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AI 플랫폼을 활용해 초기 유효물질(Hit) 탐색에 나선다. 각 플랫폼에서 도출된 다수의 초기 유효물질 가운데 개발 가능성이 높은 약물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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