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근로자 '일터 법치' 확립하고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

[중앙뉴스= 정은경 기자]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의 한 북카페에서 연 '공정일터를 위한 청년간담회'에선 사회초년생인 2030 청년들이 일터에서 직접 겪은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함 경험을 공유하며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서울 마포구 채그로스페이스에서 청년 근로자, 지방관서 근로감독관, 전문가 등 20여 명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서울 마포구 채그로스페이스에서 청년 근로자, 지방관서 근로감독관, 전문가 등 20여 명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표적인 임금체불 피해 계층은 청년 아르바이트생인데, 취직 준비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신고는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죠. 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장이어서 사업장 자체 조사와 조치에 어려움이 있었고, 피해도 상당 기간 지속됐습니다.

청년 근로자들은 부당한 일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자신들의 사례를 공유하며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해 건의했다고 노동부는 전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했다가 임금체불을 당한 A씨는 "임금체불이라는 용어도 생소할 만큼 잘 몰라 처음에 무척 당황했다"며 "수능 후 학교에서 기초적인 노동법 지식과 대응 방법 등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 취업준비생인 B씨는 임금체불 피해를 당하고도 취직 준비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신고는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접근성 좋은 모바일앱 등으로 노동정책 등을 안내하길 건의했다. 이전 직장에서 육아휴직과 함께 사직을 종용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한 C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주변 동료들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에 동료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회사 사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D씨는 직장 내 괴롭힘의 근본 원인은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직장문화인 만큼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E씨는 노동청에서 가해자에 시정 지시를 했지만, 계속해서 불이행할 경우 강제 방법이 없다며 과태료 부과 후 피해자 구제 및 보호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서유정 박사는 "사후구제보다 사전예방 중심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며 괴롭힘에 대한 객관적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노동위원회 등을 통한 조정·중재·화해 제도 및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이행강제금 제도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장관은 청년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공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노동개혁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며, 직장에서의 기초질서를 바로잡고 일터에서의 법치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판단기준 명확화나 노동위원회를 통한 조정·중재 도입 등 그간 제기돼온 의견들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이 장관은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법에 명시된 2019년 7월 이후 신고 건수는 2019년 2천여 건에서 지난해 약 9천 건으로 꾸준히 늘었으나 모호한 판단 기준 탓에 실제 기소나 처벌로 이어진 사례가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 바 있다.

또 일부에서는 지방노동관서의 근로감독관이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대신에,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노동부 소속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서 이 장관은 사업장에서 부당한 일을 겪은 청년들을 위한 익명제보 접수 기간을 운영하고, 상습·악의적인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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