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사람이 살다보면 벼라 별 경험을 다 하게 된다. 지구 전체에 살고 있는 사람이 60억이 넘는다고 하지만 우리가 일상으로 부딪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부딪치는 사람도 숫자로 치면 제법 되겠지만 아무 인연 없이 스치기만 하니까 도대체 얘기꺼리가 될 수 없다. 기껏해야 식당이나 술집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평소 인사하고 지낼 일이 없다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한정된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이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을 보게 되니까 낯익은 사람들과 교감한다는 착각도 하게 되고 언론이 보도하는 유명인사는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게 된다. 

신문이나 방송을 타는 인사는 정치인과 연예인이 가장 많다. 경제계의 거물급 인사나 체육계의 스타급 선수들도 일반 국민의 눈에 익는다. 이들은 공직에 근무하지 않더라도 공인(公人)으로 쳐준다.

공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따른 명예가 주어지지만 그만큼 책임도 크다. 국회의원에 당선하여 국정의 큰 틀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고 스포츠맨이나 연예인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도 한다. 권력과 부가 따른다면 그는 이미 이 사회에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사람이다. 사회가 주는 혜택은 공짜가 아니다. 

당사자의 피나는 노력과 열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주와 인격이 하나가 되어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기 때문일 것이며, 그러므로 책임은 더 무겁고 소중하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연마하여 자신을 겸허하게 만드는 것이 인격의 도야다. 

이를 저버린다면 그가 아무리 큰 벼슬길에 오르고 엄청난 부를 이뤘다 할지라도 국민의 존경과는 동떨어진 길에 선다. 운동선수나 배우 가수 등 가장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이들 중에서도 자신의 영달을 저절로 굴어들어온 호박으로 생각하고 마약이나 폭력에 연루되어 인생을 망치는 수도 흔하다. 요즘 운동선수 중에서 과거의 학교폭력이 폭로되어 중도하차하는 사람도 있고 가수나 배우 중에서는 마약이나 불륜에 휩싸여 손가락질을 받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모두 자기 자신을 오만한 용상에 올려놓고 찰나적인 흥분에 휩싸여 생기는 일이다. 이런 소용돌이가 그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잘못이다. 인격도야의 큰 틀은 겸허하고 겸손한데서 출발한다. 인성교육이 철저하지 못하면 결국 스스로를 망치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최고의 정치인이 오르는 당대표를 역임한 송영길이라는 인사가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가리켜 노골적으로 ‘어린 놈’이라는 욕설을 퍼부어 언론을 뒤집어 놨다. 

그는 국회의원 5선에 인천시장까지 역임하고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었던 거물급인사다. 그가 당대표 선거 때 돈을 돌렸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가 돈을 뿌렸는지 여부는 검찰의 수사로 결말 되겠지만 송영길이 십여살 아래인 한동훈을 가리켜 ‘어린 놈’이라는 욕지거리를 내뱉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형수에게 욕했던 이재명은 결국 사과로 문제를 풀었다. 욕은 친구지간에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더구나 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자기를 수사하는 총책임자인 법무부장관을 향하여 나이 어린 것을 의식해서인지 ‘어린 놈’이라고 말한 것은 송영길의 살아온 인생행로로 봐서 천만 뜻밖의 망발이다. 

나이가 어려서 ‘어린 놈’이면 나이가 많으면 ‘어른 놈’이라고 맞받아치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지금 여야의 정치싸움은 과거의 여유를 전적으로 잊어버린 듯싶다. 팬덤으로 둘러싸인 여야의 감정대립은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을 초짜수준으로 떨어트렸다. 

허허 웃으며 상대를 눙치는 여유는 정치수준을 올림픽에 내놓을 만한 수준으로 드높일 수도 있다. 욕설의 주인공 송영길도 지금 쯤 스스로를 개탄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사과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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