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24일 당정협의 결과 무주택 청년들의 자산형성과 내집마련 지원을 통한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청약통장과 대출 상품을 연계하여 장기·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고 생애 3단계에 걸쳐 추가 우대하는 ‘청년 내집 마련 1·2·3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만 19~34세 이하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무주택 청년이 내년 2월에 신설되는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에 가입하면 연 4.5%의 저축 이자를 지급하고, 청약에 당첨되면 연 2.2%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최장 40년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분양가 6억 원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서울 민간 아파트에 당첨됐을 때는 대출 혜택을 받기가 어려운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6%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다. 결혼하면 0.1%포인트, 첫아이를 낳으면 0.5%포인트, 추가 출산 시 1명당 0.2%포인트의 우대금리도 부여한다.

우선, ‘청년 내집마련 1·2·3’ 주거지원 프로그램’의 첫 단계는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가입이다. 기존의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 종합저축’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가입요건과 이자율, 납입한도 등이 크게 개선됐다. 가입 대상은 만 19~34세의 무주택자로, 소득은 기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연소득 3,5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완화되고, 제공되는 금리는 기존 4.3%에서 4.5%로 상향되었으며.

납부한도 역시 기존의 월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기존의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가입자는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출시 때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전환 가입할 수 있다. 일반 청약종합저축 가입자의 경우 소득 기준과 무주택 요건 등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가입요건을 충족하면 전환 가입이 가능하고, ‘청년도약계좌’ 만기해지금을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에 일시 납입하는 것도 허용한다.

다음,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1년이 경과하고 1,000만 원 이상 저축을 했다면 두 번째 단계로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청약에 당첨된 청년에게는 전용 대출인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통해 최저 2.2%(소득·만기별 차등 적용)의 낮은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구입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지원 대상은 만 39세 이하 무주택자이며, 미혼일 경우 연 소득이 7,000만 원 이하, 기혼이면 부부 합산 1억 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금리는 소득, 만기별로 차등을 둔다. 최저금리는 연 2.2%이지만 소득 최고 구간인 연 8,500만 원 ~ 1억 원 구간에는 연 3.6%가 적용된다. 대상은 분양가 6억 원,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이 해당한다.

마지막, 대출 이용 후에도 결혼, 출산, 다자녀(추가 출산) 가정이 될 경우 세 번째 단계로 추가 금리 혜택을 제공해 전생애주기에 걸쳐 주거비 부담을 경감한다. 결혼 시 0.1%포인트, 최초 출산시 0.5%포인트, 추가 출산시 1명당 0.2%포인트의 추가 금리 혜택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대출 금리 하한선인 연 1.5%까지만 우대금리가 지원된다. 한편, 당장 내집마련이 어려운 청년 등의 전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저리의 주택기금 전월세 대출 지원도 강화하고, 월세 세액공제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주거 안정 월세 대출의 대출한도는 월 4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확대된다. 청년 보증부월세 대출의 경우 지원 대상은 보증금 5,000만 원 이하에서 6,500만 원 이하로, 보증금 대출한도는 3,500만 원에서 4,500만 원, 월세 대출한도는 50만 원으로 확대된다.

높은 예금 이자와 낮은 대출 금리에 따른 이자 감소분을 합치면 연간 약 500만 원의 금전적 혜택을 볼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청년층의 주택을 사기 위한 종잣돈을 모으고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 공급할 3기 신도시 청약을 흥행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들에게 저금리로 주택을 마련할 기회를 줌으로써 저출산 극복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가 상승 추세에 있는 데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초소형 평형을 제외하고 대부분 6억 원을 넘어 평균이 10억 원을 넘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체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의 민간·공공분양 아파트 청약 때 ‘주택드림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서는 집값이 대폭 하락하지 않는 한 ‘희망 고문’이 될 수밖에 없는 정책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할 정도로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까지 빚을 늘리는 정책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결혼·출산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선심성 정책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은행 대출 기준을 강화한 게 불과 2개월 전이다. 지난 11월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 빚이 2분기 연속 늘면서 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합한 ‘포괄적 가계 빚’인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 6,000억 원으로 2분기 말 1,861조 3,000억 원 대비 14조 3,000억 원(0.8%)이나 늘었다.

무엇보다도 가계 빚이 늘어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주택담보대출로부터 촉발되었다. 고금리 환경에도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며 올해 3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이 17조 3,000억 원이나 급증하면서 1,049조 1,000억 원으로 2분기 1,031조 8,000억 원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초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이 출시되면서 고금리에도 ‘빚내서 집 사자’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엇박자 정책과 집값 떠받치기가 이른바 ‘영끌·빚투 심리’를 자극하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란 신호로 해석되자 실제로 전국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9만 1,000가구에서 올해 1분기 11만 9,000가구로 늘더니 2분기에는 15만 5,000가구로 증가했다. 3분기에도 14만 9,000가구로 여전히 높은 거래량을 기록 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23일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해당하는 차주의 비중이 작다.”라며 “DSR 규제의 루프홀(Loophole │ 빠져나갈 구멍)이 많지 않도록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규제 정책을 조이고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안 잡히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가계 대출 급증에도 부동산 대출 규제에 소극적인 금융 당국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청년 내집마련 1·2·3’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쌍수를 들어 찬성하고 환영한다. 하지만 ‘영끌 가계부채’를 자극해선 안 된다. 정책당국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어려움이 당연히 있겠지만 우선순위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무주택자 비율이 60%에 육박하는 40·50대 중장년층은 정책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당장 4050 중장년층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집 없는 설움과 불편은 청년층보다 자녀가 있는 중장년이 더 심한데도 정부가 지난해 선보인 뉴홈 정책은 혜택이 2030 청년층에 집중돼 중장년층의 불만을 샀는데, 이번 정책은 아예 2030 청년층만을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특히 무주택 4050 중장년층의 입장에서 보면 역차별을 지적할 수 있는 만큼 당국도 이런 목소리를 고려해야 한다. 2021년 통계청의 1인 가구 비율을 보면 서울에선 2030 비율이 48.4%로 압도적으로 높지만, 인천은 4050 비율(33.4%)이 2030(32.5%)을 앞지른다. 경기 역시 4050(33.3%)과 2030(36.4) 비율 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 더구나 중장년층 무주택 비율은 58%로, 10명 중 6명이 무주택자다. 정부는 2025년부터 매년 10만 명의 청년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추산했지만,

대출 대상 주택은 분양가 6억 원 이하에 전용면적 85㎡ 이하인데, 현재 서울은 2030 비율이 48.4%로 압도적으로 높지만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아파트 분양 물건은 드물다. 또한 무주택 청년들의 부모 소득을 감안하지 않아 소위 ‘금수저’ 출신도 청약통장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이는 주택 구입이 힘든 청년 지원이라는 당초 목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청년을 비롯해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은행 대출 장벽 탓으로 보기보다는 집값 자체가 터무니없이 높기 때문이다. 대출로 집을 사게 하겠다는 정책이 청년들의 ‘영끌·빚투’를 자극해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불안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금융감독원은 “신규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연체율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다중채무자 수는 448만 명에 달하고 이들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은 61.5%다.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소득 대부분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청년층은 고금리로 인해 늘어난 빚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29세 이하 가구의 평균 담보대출은 3,354만 원으로 전체의 66.9%에 해당하며, 30대 가구의 경우 7,367만 원으로 65.2%를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9세 이하 가구 평균 가계부채는 2021년 3,550만 원에서 2022년 5,014만 원으로 41.2%나 증가했다. 더구나 고금리로 빌린 돈마저 갚기가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0대와 30대의 시중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각각 1.4%, 0.6%로 둘 다 전년 대비 2배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31만 6,603건 중 20·30대 매수 비중은 31.6%인 9만 9,991건에 달한다. 이런 와중에 저금리가 재현되면 부동산 ‘영끌·빚투’에 불이 더 붙을 수 있다.

지금은 가계부채의 뇌관부터 제거하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할 정책이라면, 품질·교통이 좋은 공공·임대 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전세 사기 방지 대책부터 확실히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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