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들은 모두 선거를 통해서 국정 책임자를 선택한다. 대통령은 말 할 나위없고 광역시장과 도지사 그리고 기초단체의 장은 물론 그에 따른 의회의원까지 모조리 선거로 결정된다. 

심지어 모든 권력을 한 손아귀에 쥐고 있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형식상 투표행위로 권력자를 뽑는 형식을 갖춘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정부를 수립하며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선출직 공직자를 뽑아왔다. 초대 대통령에 선출된 이승만은 미국에서 공부한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인권을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국정운영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기대는 빗나갔다.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로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의 입을 틀어막았다. 발췌개헌과 사사오입개헌이라는 전대미문의 발상으로 1인 독재를 강화했다. 게다가 3선 개헌으로 영구집권의 기틀을 마련하고 4선에 도전했다.

1960년 3월15일 4대 정부통령선거는 민심의 흐름을 외면한 자유당정권의 막무가내 부정선거가 예견되었다. 이승만의 나이가 이미 80을 넘어섰고 대통령이 임기 중 사망하면 부통령이 승계하는 헌법규정으로 누가 부통령이 되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야당의 대통령후보는 신익희와 조병옥이 4년 터울로 선거직전 연달아 사망한 터라 사실상 부통령선거에만 관심이 쏠렸다. 

야당후보는 장면, 여당은 이기붕으로 낙점되어 이승만의 후계자로 자타가 공인했다. 그러나 민심은 자유당을 떠나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건 민주당으로 집중되었다. 이에 내무부장관을 맡은 최인규는 오래 전부터 부정선거 기획안을 만들어 절체절명의 한 수에 목을 걸었다. 

이 부정선거 기획은 전국의 모든 공무원과 군인들을 일사불란하게 조직하여 서로 감시자가 되도록 만들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으며 여기에 자금을 살포하여 매수 작전까지 일목요연하게 짜 맞췄다. 이에 항거하여 2.28대구, 3.8대전, 3.15마산, 3.24부산 등 고교생을 중심으로 시위가 발생했으며 4.4전북대, 4,18고대 등 대학생의 궐기가 일어나면서 드디어 4.19혁명의 피가 뿌려지게 되었다.

4.19혁명은 이 나라에 다시는 부정선거가 발붙이지 못한다는 엄중한 신호탄이다. 186명의 희생자가 부족하다면 더 많은 애국학생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뭉쳐있었다. 그러나 5.16군사쿠데타 이후 30년에 걸친 군사독재의 군홧발에 짓이겨지며 우리는 5.18민주화운동으로 정체성을 회복하고 6월 항쟁을 성공시켰다. 4.19세대는 이 나라의 민주화와 산업화의 주역으로 당당하게 앞장서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당당한 선진국의 일원으로 진입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이 집권한 정부 아래서 조직적인 관권선거가 자행되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문재인의 친구인 송철호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한 청와대의 조직적인 개입이 드러난 것이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사건으로 부르는 부정선거 획책이다. 모든 증거가 뚜렷하게 드러났으면서도 불기소를 종용하다가 결국 불구속 기소에 이르렀으나 법원이 질질 끌면서 재판이 진행되지 않아 피고인들의 임기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겨우 1심판결이 3년6개월 만에 내려진 것이다.

최대의 혜택을 받은 송철호는 울산시장 임기를 끝내고 재선에 도전까지 했다가 낙선했으며,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국회의원에 당선하여 내년 4월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청와대 비서관 백원우는 퇴직자지만 이번에 실형선고를 받았다. 이들의 선거개입은 다른 부처도 아닌 청와대가 직접 개입하여 하명(下命)사건으로 부른다. 

최고 권력을 거머쥔 청와대가 선거부정에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최고의 스캔들이다. 문재인에게도 어떤 명목으로든지 검찰의 칼날이 겨눠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내년 4월10일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난번 국정원과 중안선관위 등이 합동으로 사이버를 이용한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선관위 내부자가 협조한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도 나왔다. 1%의 가능성도 차단해야만 한다. 부정선거를 규탄하여 4.19혁명을 완수한 나라에서 선거부정을 걱정해서야 되겠는가. 털끝만큼의 부정도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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