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오늘부터 딱 4개월 후면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지금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 선거에서도 과반수를 얻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여당이면서도 소수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원내 다수의석을 목표로 맹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역대 국회에서 여야가 멋지게 대결하는 모습을 거의 보인 일이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양당제로 운영되어 왔다. 어쩌다가 한 번씩 제3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뛰어넘는 의석을 차지한 일이 있지만 대부분 1회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과거 김종필이 창당했던 자유민주연합이 영호남의 지역세에 맞서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상당한 힘을 과시한 일이 있고 막강한 자금력으로 정주영이 만들었던 국민당이 20석을 넘겼다. 그 뒤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창당하여 호남에서 의외의 선전을 한 일이 있었지만 모두 한 차례의 돌풍으로 마감된 것은 뿌리 깊은 양당제 선호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과연 어느 누가 살아남을지 흥미진진하다. 윤석열에게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은 사사건건 여당을 물고 늘어져 다수당의 횡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다수의석을 등에 업고 자당에게 유리한 법률안을 마구잡이로 통과시켰다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일이 한 두건이 아니다. 

여당이 곤혹스러워하는 얼토당토않은 법률로 골탕을 먹이고 있지만 집권자의 거부권 또한 합법적이어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대장동과 양평고속도 문제를 쌍 특검으로 명분을 세워 12월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하지만 잘될 것 같지 않아 끊임없는 정쟁의 씨앗이 될 게 뻔하다. 이처럼 여야의 첨예한 대립은 뭔가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려는 정치인들에 의해서 난도질당하며 신당 출현의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다.

가장 관심을 집중시키는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이낙연이 꼽힌다. 그는 반이재명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에게 형편없이 떨어진 전력이 흠으로 남지만 아직도 그의 처신은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더구나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선거에서 크게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의 조바심은 풍신과 처세에서 인격을 인정받고 있는 이낙연의 출현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호남 텃밭을 고수 하려는 의원들이 음으로 양으로 이낙연이 깃발 들기를 고대하고 있어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당을 만드는 것은 사람과 돈이 작용한다. 정치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사람은 선거에서 일패도지(一敗塗地)했던 게 우리의 경험이다. 그는 과거 인기절정이었던 고건이나 반기문이 실패한 사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한 때 전국을 휩쓰는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자금과 배짱 그리고 경험이 모자라 중도하차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박력이 없으면 인기는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에 불과하다. 이낙연도 그럴 가능성을 털어버리기 어렵다.

그 외에도 선거 때만 되면 수많은 정치지망생들이 정당을 창당한다는 계획을 내비친다. 그들 중에는 상당한 식견과 능력 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금태섭 양형자 조응천 등이 일찍부터 꿈틀거리고 있으며 정의당과 진보당 등도 합종연횡(合從連橫)으로 영토를 넓히려고 한다. 

새로운 정치, 독점의 정치, 부정과 부패의 정치를 삼제(芟除)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그들의 캐치 프레이즈가 과연 얼마나 어필할지는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다만 일당의 의회 독점을 타파하고 깨끗한 정치를 새로이 시현하려는 시도는 언제든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총선에서 위성정당으로 전락하여 금배지나 달겠다는 정략이 아니라면 다수의 정당출현을 마다할 필요가 없기에 힘껏 격려하고 싶다. 과연 앞으로 몇 개의 정당이 더 출현할지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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