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바닥을 모르고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소멸을 불러들이는 저출산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2025년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진 뒤 2026년에야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가 나왔다. 2년 전에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에선 내년에 0.7명으로 바닥을 찍는다고 예상했는데 불과 2년 만에 하락 폭은 오히려 커지고 반등 시기는 되려 늦춰져 실망감을 더한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 2022~2072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중위 추계로 2022년 현재 5,167만 명에서 2024년 5,175만 명 수준으로 증가한 후 다시 감소하여 2030년 5,131만 명, 2072년 3,622만명(1977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고위 추계(높은 출산율-기대수명-국제 순 이동) 가정 시 2072년 인구는 4,282만 명(1990년 수준), 저위 추계 가정 시 2072년 인구는 3,017만 명(1967년 수준)으로 전망된다. 2023년 현재 5,171만 명인 총인구도 2040년엔 4,0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이 된다.

2019년 3월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1,349달러로, 그 전년(2017년도 2만 9,745달러)보다 5.4% 증가했고, 2018년 당시 총인구수는 5,188만 명에 달했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으로 강국(强國)을 의미하는 이른바 ‘3050클럽’에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합류한 때가 2019년인데 인구 규모만 따져도 앞으로 17년 후엔 인구 5,000만 명 미달로 ‘3050클럽’에서 밀려날 처지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순위 면에서 국내총생산(GDP) 10위권, 수출 6위, 군사력 6위 등으로 선진국반열에서도 출산율도 성장률도 0%대로라면 분명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와 부양비 증가는 성장엔진을 꺼뜨리는 핵심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35년 후엔 15∼64세 생산연령인구 한 명이 한 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생산연령인구 1백명당 부양할 인구(유소년·고령인구)인 총부양비는 2022년 40.6명에서 2058년에 100명을 넘어서고 2072년에는 118.5명 수준으로 증가하며, 특히 노년부양비는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로 인해 2022년 24.4명에서 2036년 50명을 넘고, 2072년 104.2명 수준으로 2022년 대비 4.3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고 쪼그라드는 ‘슈링코노믹스(축소경제 │ Shrink+Economics)’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슈링코노믹스(Shrinkonomics)’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20년 3월 일본의 인구감소와 이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분석하면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인구감소에 따라 ‘경제 허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면서 생산·소비·투자·고용을 비롯한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은 지난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 이후 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인구가 줄어든 것은 이보다 앞선 2018년부터다. 전체 인구의 70~71% 수준을 유지해 오던 생산가능인구는 본격적인 감소세로 돌아섰고 가속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일본(1.26명)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한국(0.78명)은 ‘슈링코노믹스의 덫’에 빠질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KDI에 따르면 2023~2027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평균 2%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엔 잠재성장률이 0.5%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그나마 생산성이 연평균 1% 증가할 때를 가정한 수치다. 하지만 생산성이 0.7%로 떨어지기만 해도 2050년엔 잠재성장률이 0%로 추락할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20~2040년 24%가량 줄어들 전망”이라며 “저출산과 고령화가 한국의 성장엔진을 꺼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최근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라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경제의 노동 투입이 위축되고 성장 잠재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통계청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한국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에 0%대에 진입하고, 2047년엔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라는 암울한 예상을 내놨다.

작금의 합계출산율에 대한 지표는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0명을 밑돌기 시작했는데 가파른 하락추세가 지금도 꺾이지 않고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은 이의 2.7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인 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경까지 추락했다. 파악 가능한 OECD 34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당연히 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 2020~2070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3년 0.73명, 2024년 0.70명으로 바닥을 치고, 2025년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반등한다. 이후 매년 0.78명(2026년) → 0.83명(2027년) → 0.87명(2028년) → 0.91명(2029년) → 0.96명(2030년)으로 증가하며, 2031년부턴 1.00명대를 회복, 2032년 1.04명을 시작으로 1.09명(2033년) → 1.13명(2034년) → 1.18명(2035년) → 1.19명(2036년) → 1.20명(2037년)을 기록하고 2050년 1.21명이 된다. 그러나 지금의 인구정책과 변화 츄아로는 지나친 낙관론이자 희망 고문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출산율도 성장률도 0%대 위기 상황이다. 성장엔진 되돌릴 그랜드플랜을 서둘러 세워 적극 시행할 때다.

출산율에는 소득, 주거, 경쟁, 교육, 사회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 특히 고용 불안정, 집값 상승 등 경제적인 원인부터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사회적 요인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양질의 고선호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청년층의 고용불안을 자극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일자리 엇박자(Mismatch)’, 극심한 입시 경쟁, 수도권 집중 등을 해소하여 경쟁을 완화하고 남성 및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사용을 늘리는 등의 다각적 정책 대응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11월 30일 경제전망보고서에 수록된 한국은행 경제교육원이 발표한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 원인·영향·대책’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는데 그동안 저출생 대책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실제로 얼마만큼의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는지 수치를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만약 이 6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달성된다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현재보다 0.85명이나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올해 통계청이 전망하는 합계출산율은 0.73명은 2.16배가 넘는 1.58명까지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생기는 내용이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청년과 관련한 각종 통계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청년들을 직접 설문 조사한 결과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높은 경쟁압력’과 ‘불안’이라고 진단했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거다. 일자리 경쟁압력으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느라 결혼이나 출산을 뒤로 미루다가, 마침내 포기하게 되고, 그동안 늘어난 청년 일자리마저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고용의 질은 오히려 저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004년 1.5배 수준에서 2023년 1.9배로 확대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2000년 1.5배 수준에서 2022년 1.9배 수준으로 늘어났고, 일자리의 질은 양극화가 심화했는데,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주요 대기업은 이제 신입사원 채용 대신 경력직 중심으로 사람을 뽑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확률도 과거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출생률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우리나라 청년이 다른 나라 청년 대비 금전적인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느끼는 불안은 크게 고용 불안, 주거 불안, 양육 불안으로 구분했는데,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보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가 아이를 덜 낳아 고용 불안을 들었고, 주택 마련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질수록 출생률도 낮게 나타나 주택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주거비 부담이 출생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거 불안을 들었며,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없는 등 양육 환경이 불안한 청년일수록 출생률이 낮게 나타나 아이에게 들어가는 경제적 지원에 대한 의무감이 강한 청년일수록 희망 자녀 수도 낮게 나온 양육 불안을 들었다.

한국은행의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 원인·영향·대책’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자리의 90%는 중소기업에서 창출되고 있는데, 근무 여건이 청년 눈높이에 맞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률(58.0%)이 OECD 평균 수준(66.6%)까지 올라갈 땐 출산율이 0.12명 상승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밀도 자체가 높은 데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81%)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다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되면 경쟁압력이 심해지고, 주택가격도 더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에 출생률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요인으로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도시 인구 집중도(431.9)가 OECD 평균 수준(95.3)으로 낮춘다면 출산율은 무려 0.41명이나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은 2.3%로, OECD 평균(43.0%)의 20분의 1 수준 이하라고 한다. 프랑스는 61%, 아이슬란드는 69.4%의 신생아가 혼인 외 관계에서 탄생한다고 하니 엄청난 차이다. 혼외출산 비중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출산율은 0.159명 상승할 것으로 보고서는 강조한다. 육아휴직 이용 기간도 OECD 평균의 1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2020년 기준 52주로, OECD 평균 수준 65.4주에 비해 너무 짧지는 않지만,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이 48%, 남성이 14.1%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육아휴직 실제 이용기간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온다면 출산율은 0.096명 증가할 것이라 한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아이 키우는 젊은 부부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출산 기본계획을 처음 수립한 때가 2006년이지만 경제 규모 대비 육아 수당, 보육서비스 지원 등 출산율과 직접 관계가 있는 가족 관련 정부 지출 비율은 경제OECD 회원국 평균의 64%로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출산과 무관한 예산을 솎아내고 정책 효과가 검증된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 지출은 2019년 기준 1.37%에 그쳤다. OECD 평균인 2.2%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더 많은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도록 정부가 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린다면 출산율이 0.055명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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