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고난이도 작업 프로그래밍 없이 수행하는 길 열어

[중앙뉴스= 이광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전문가의 프로그래밍 없이도 일반 사용자가 직접 로봇을 이용해 로봇이 어려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향후 중소·중견 제조업체의 생산성 향상과 산업 자동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로봇 팔을 이용해 전문가의 프로그래밍 없이도 속도, 가속도, 접촉력 등의 제어가 필요한 고난이도 작업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ETRI는 이로써 다관절 로봇 매니퓰레이터처럼 인간의 팔과 유사한 동작을 제공하는 로봇 팔을 비전문가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로봇 움직임을 만들기 위한 복잡한 교육이나 학습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ETRI 연구진이 로봇 샌딩 작업을 실험하는 모습 (제공=ETRI)
ETRI 연구진이 로봇 샌딩 작업을 실험하는 모습 (제공=ETRI)

ETRI에 따르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로봇 티칭용 앱인 위자드(Wizard)와 연동되는 휴대용 티칭 기기를 사용한다. 위자드 앱의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티칭 기기로 로봇의 움직임을 시연했다.

연구진은 기존 몇 주에서 몇 달간 장시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로봇 작업을 최초 사용자도 단 몇 분 만에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로봇의 티칭 결과가 사용자에게 만족스럽지 않거나 도중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티칭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ETRI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 있는 뉴로메카 포항지사에 구축한 테스트베드에서 로봇의 연마공정(샌딩) 작업을 시연했다. 이번 시연에서는 사용자가 티칭 기기를 사용해 로봇이 작업하고자 하는 위치를 공간상 네 개의 점만 지정해 주면 경로를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로봇이 알아서 척척 연마할 면을 찾아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ETRI는 밝혔다.

반복 시험평가 결과 로봇이 표면의 수직 방향으로 제어하는 힘을 10~30N 범위에서 힘을 약하게 주거나 강하게 주어 닦을 때 대비 목표값의 90% 이상 성능으로 유지하면서 샌딩 작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즉, 목표값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직접 힘 제어 기능이 없는 위치 제어만 가능한 산업용 로봇에도 엔드툴 위치에 힘/토크 센서를 연결해 적용이 가능해 범용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람-로봇 인터페이스 기술뿐만 아니라 로봇이 접촉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위치를 이동하는 복합제어 기술과 센서의 측정값을 기반으로 접촉면의 수직 방향을 실시간으로 자동 인식해 자세를 제어하는 기술 등이 집적된 결과라고 밝혔다.

개발된 로봇 티칭 기술은 샌딩 작업 이외에 문 열기/닫기, 부품 체결/분리 등의 작업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향후 스마트 공장 등 공정 설비에서 적용할 수 있어 개발시간을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ETRI는 계명대학교 사용성평가연구센터와 미국 조지아텍에서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용자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위자드의 활용성 및 적용 분야를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연구진은 로봇의 지능형 작업 연구 외에도 이동로봇의 자율주행 및 사람추종, 로봇의 환경인지 및 강화학습 등 로봇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TRI 강동엽 로봇IT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현재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로봇의 작업 티칭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향후 양팔 로봇, 4족보행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에 대한 티칭 및 제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ETRI는 로봇 티칭·제어 기술 개발 및 뉴로메카, 포스텍과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요소기술을 바탕으로 국제 학술지 등에 9편의 논문을 게재·발표했으며 6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 및 등록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