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우리나라 저출산 추세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인구 문제가 이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인구감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인구소멸 시대’로 치달으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연간 출생아 수가 100명도 채 안 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8일 통계청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출생아 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가 100명 미만인 지자체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4.9%인 34개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간 출생아가 100명 미만인 지자체는 2013년 2개에서 10년 만에 무려 17배나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경북 영양, 경남 합천, 전남 구례는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에도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8~10배가량 더 많았다.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지역 소멸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연간 출생아 수가 100명 미만 지자체는 2013년 2개에서 2017년 5개, 2019년 9개로 증가했고, 이후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 가파르게 증가해 그해 17개, 2022년 30개, 지난해는 34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100명 미만 지자체는 경북과 경남이 각각 7개, 전북과 강원이 각각 5개로 많았고 충북과 전남이 각각 3개 등이었다.

경북 울릉군과 영양군이 26명과 29명으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 출생신고 건수가 전국 17개 시·도 중 충청북도만 7,693건으로 전년에 비해 1.5%인 117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6개 시·도 출생신고 건수는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그야말로 저출산 상황이 국가 존망과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할 수준임을 보여주는 통계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어린이집이 매년 2,000개 이상씩 문을 닫고 있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처럼 비수도권 학교의 폐교 위기가 심각하다. 지난해 국회 안민석 의원실이 배포한 국정감사 자료(전국 초·중·고 입학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입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는 전국에서 164개교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145개교, 중학교 11개교, 고등학교 8개교다.

지역별로는 경북 34개교, 전남 30개교, 전북과 강원 23개교, 경남 17개교, 충북 13개교, 충남 8개교, 서울 7개교, 경기 5개교, 인천·부산·울산 각각 1개교로 조사됐다. 저출산 여파로 도미노처럼 차례로 초등학교, 중·고교, 대학을 거쳐 군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등학교 폐교는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가 원인이다. 결혼 적령기 청년들이 막대한 주거 비용, 사교육비 등 육아 부담, 일자리 부족, 치열한 경쟁, 남녀 갈등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사상 유례가 없는 0.70명으로 하락하는 등 더욱 심각해진 저출산은 국가뿐 아니라 지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엄중한 문제로 등장했다.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을 꺼트리게 된다. 무엇보다도 인구감소는 지방소멸로 연계될 수 있고 지방소멸은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어 대재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부는 기존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를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 방향을 제시했다.

돌봄·육아,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5대 핵심 분야에 최우선적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해 체감도를 높이고 과학적 평가 체계와 부처간 협업 구조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여기에 총 15조 4,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2024년도 정부예산 중 약 2.3%를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는 데 배정한 것이다.

우선, 청년들은 결혼을 주저하게 되는 근본 원인으로 경제적 이유를 들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은 경제적 문제에 더해 본인 커리어도 걱정해야 한다. 출산 후 경력 단절이 빈번하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고 해도 추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결혼·출산에 대한 걱정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36.4%만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는 10년 전(56.5%)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치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 43.8%, 여성 28.0%로 여성이 남성보다 확연히 낮았다.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과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출산·양육 부담 등이 작용하고 있다.

미혼 남성 40.9%가 결혼자금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또 미혼 여성 26.4%는 결혼자금 부족을, 23.7%는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결혼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53.3%로 2018년 46.4%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다.

또한 의료·교육·교통 등 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가 가중되면서 지방의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을 거듭 반복하게 된다. 지방의 낮은 출산율은 지역 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수도권·지방의 부동산 가격 양극화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정부가 최근 기존 1주택자에게 인구감소 지역 내 주택 한 채를 신규 취득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지역 경제 위기 심화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중앙정부가 인구절벽 문제 해결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역할을 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율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5년에 걸쳐 1,000만 원의 출산·육아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출생아 증가율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한 충청북도의 정책도 참고할 만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또 지방 경제 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주거 문제 해결 등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해가야 할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향한 20대 청년층이 60만 명에 육박한 것도 양질의 일자리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균형 발전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수도권의 과도한 규제를 혁파해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Win win)’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 1월 9일 발표한 이슈리포트 ‘인구감소 시대의 국민이 바라보는 지방소멸과 대응 정책’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15일 전국 19∼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 대국민 정책연구 수요조사’에서 응답자 58.9%는 인구감소 위기 대응 정책 방향으로 출산장려, 청장년 인구 유입 등 인구 증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지지했고, 나머지 41.1%는 인구 규모와 구조변화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공간 재정비, 생활 인구 유치, 농촌지역 교육 접근성 강화 등 달라진 인구구조에 적응하기 위한 사회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요청된다고 답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 정책 이행을 선호하지만, 적응형 정책 선호 또한 상당히 높게 나타나 인구감소 대응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맞춤형 인구 유입 정책 기회 및 활성화, ▷중앙·지자체 간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 역할 재정립, ▷기초지자체 중심의 행정서비스 광역화, ▷지방소멸 대응 정책 실증기반 강화 등을 주문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1월 8일 인구감소지역 89개 및 관할 시도 11곳이 주도적으로 지방소멸 정책을 수립·추진하도록 다양한 행정·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지방소멸 대응 기금’ 및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관련 정책을 보완하는 등 재정 지원을 강화한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은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도입된 재원으로, 10년간 매년 1조 원 규모로 인구감소지역 등 광역 15개, 기초 107개 지자체에 배분된다.

올해는 지자체별 사업을 평가해 최고등급 배분액을 지난해 120억 원에서 144억 원으로 확대하는 등 우수 사업을 발굴한 지자체에 더 많은 기금을 배분한다. 또한 민간 재원과 연계해 3조 원 규모로 조성하는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는 중·소 규모의 ‘지방소멸 대응 기금’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기반 시설 투자 등 지방소멸 대응 관련 대규모 사업 추진을 지원한다.

특히 ‘지방소멸 대응 기금’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이 활용할 청년창업센터, 실습공장, 기술교육센터 등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 애로 해소, 실증 및 시제품 제작, 마케팅 등 사업화를 도울 예정이다. 귀농·귀촌 주민의 지방 이주와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8개 부처와 함께 추진하는 ‘지역 활력 타운’ 조성 사업도 기존 7곳에서 10곳으로 확대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추진하는 ‘지역혁신 공모’ 사업도 ‘지방소멸 대응 기금’ 사업과 연계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도모한다. 다음 달 16일까지 모집하는 이번 공모사업은 89개 인구감소 지역과 18개 관심 지역 등 107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범정부적 특례 발굴 추진체계를 구성해 교육·주거·의료 등 ‘인구감소지역 맞춤형 특례’를 현행 36개에서 올해 70개로 확대한다.

이렇듯 국가 존망이 달려 있고 지방소멸 위기가 목전에 급박한 상황에서 8개 부처와 함께 추진하는 ‘지역 활력 타운’ 조성 사업 등을 단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것은 의당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관련 부처들을 아우르는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 조직으로 구성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작동하는‘출산 워룸(War room)’을 설치하여 즉각 가동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수립하여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방소멸 위험에 직면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명찰하여 비상한 각오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조속히 보여 주지 못한다면 국가소멸 시계는 더 빨라지고 그 결과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출산 연계형 주거지원 대책 및 양육지원제도와 ‘지방소멸 대응 기금’ 및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관련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괄목할 만한 성과 거양(擧揚)에 총력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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