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첫 대면식을 가졌다.





















한 대표는 이날 낮 당 대표 취임 인사차 박 비대위원장을 예방했다. 이번 회동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수장을 모두 여성이 맡은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한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존칭을 생략한 채 "박근혜는 독재정권을 이끌던 박정희 딸"이라며 박 비대위원장을 강도높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냉랭한 분위기가 흐를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회동은 서로 웃음이 오가고 덕감을 건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0분가량 진행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한 대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민주당이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다. 앞으로 여야가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협력을 당부했다.

한 대표는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어떻게 보면 2012년이란 해는 여성들이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정치가 가장 후진적인데 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혁신의 작업을 함께 할 수 있게 돼 참 좋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은 대립각을 세우는 공방전이 아니라 탐색전 성격이 강해보였다. 주된 화제도 공직선거법 개정 문제에 국한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공천을 힘있는 몇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4ㆍ11 총선에서 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 대표는 민주당도 국민참여경선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한 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면 국민의 뜻과 눈높이에 맞는 공천 혁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민경선이 부작용없이 되려면 여야가 동시에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선거법 개정 논의를 서두를 것을 제안했다.

이에 한 대표는 모바일투표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고 "이렇게 공천을 하면 낡은 정치, 조직정치, 돈 정치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강조하며 관련 자료를 건넸다.





















현재 한나라당은 일반국민 80%, 책임당원 20% 비율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치르기로 했지만 민주당이 요구하는 모바일투표의 경우 기술적 문제 등을 이유로 이번에는 도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 대표는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징역 1년형이 확정돼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을 구명하기 위한 `정봉주법(공직선거법) 개정'에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정봉주가 감옥에 간 것은 표현의 자유와 연계된 정치탄압일 수 있다. 정봉주법이 2월 국회에서 해결됐으면 한다"고 요청했고, 박 비대위원장은 "검토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양당 대표는 총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당의 수장을 맡은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대표가 "많이 어려우시죠?. (당선의) 기쁨은 한순간이고 어려움이 닥치기 때문에 박 비대위원장도 어려우시겠구나 생각하면서 왔다"고 말했고, 박 대표는 "같은 것 같습니다. 같이 힘을 합하자"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다음은 대화록 전문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 먼저 민주통합당의 대표가 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 감사하다.

박근혜 위원장 : 대표가 되시고 나서 취임일성이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뵈었다. 그래서 저도 기대를 많이 갖게 된다.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다를 수 있겠지만 국민의 삶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목표가 같다고 하면, 앞으로 여야가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서로 적극 협력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명숙 대표 :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하다. 진심으로 축하해주셔서 저도 같이 잘 해봐야 되겠다는 각오를 갖게 된다. 이번에 민주통합당은 시민사회계와 노동계가 합쳐서 크게 통합을 이루었다.

그게 국민의 요구이기도 했다. 그런데 저희가 처음에 그렇게까지 예상을 못했는데, 엄청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해주셔서 거의 80만 명이나 되는 선거인단이 들어왔다. 아마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들은 이런 역동적인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이 되고 최고위원이 결정된 것에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지만, 지금 말씀하신대로 국민들의 삶을 책임져야 된다는 의미에서 너무나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크다.

아마 우리나라 정치사상 처음으로 여야의 대표가 여성으로 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지금 2012년이라는 해가 우리 여성들이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정치가 가장 후진적인데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혁신의 작업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위원장 :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 되도록, 우리 대표님과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을 하면 공천이 어떤 힘 있는 몇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이것을 국민들께 돌려드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에서는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국민경선을 추진하실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한명숙 대표 : 저희 민주통합당에서도 공천혁명을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국민적 약속을 했다.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국민참여경선으로 돌려드려서, 이제는 직접적으로 국민들이 주권행사를 하시겠다고 나서고 있고 국민들의 요구가 아주 폭발적이기 때문에, 국민들께 돌려드리면 국민 뜻에 맞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혁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을 한다. 한나라당에서도 그렇게 결정을 하셔서 저는 참 반가웠고 앞으로 그것이 양당에서 잘 추진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근혜 위원장 : 민주통합당에서도 그런 계획을 갖고 계시는데, 선관위에서 제시했지만 국민경선이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정착이 되려면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해야 되지 않겠는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런데 지금 총선까지 시간이 별로 없고 선거법을 개정해야 된다고 한다. 지금 많은 바쁜 일이 산적해 있지만, 우선적으로 이것을 검토해주셔서 양당이 하루빨리 선거법 개정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명숙 대표 : 저희는 이번에 모바일투표를 실시했다. 모바일투표가 성립되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접근하기가 쉬워서 참여한 요인이 있다. 그래서 저희는 이제 공천을 할 때 모바일선거를 할 예정인데, 이것이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인지를 밝히기 어렵다. 그것도 정보통신법이나 선거법이 아주 간략하게 개정이 되면, 선관위가 명부를 가지고 기업에 요청해서 밝혀내는 작업이 되면 사실 낡은 정치가 없어질 것 같다.

 동원정치나 조직정치나 돈정치나 이런 것이.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 같이 의논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자료를 오늘 드리고 가겠다. 선거법 개정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빨리 마련되었으면 좋겠다.(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자료 전달)

박근혜 위원장 : 그게 되어야 국민경선도 가능하기 때문에 자료를 갖고 오셨는가.

한명숙 대표 : 꼭 좀 부탁드린다. 제가 한 가지 더 여쭙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 정봉주씨가 감옥에 있다. 제 생각에는 정봉주씨가 감옥에 들어간 것은 표현의 자유와 연계된 정치탄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회에 소위 ‘정봉주법’이 발의되어 있다.

정개특위로 넘어갔는데, 정개특위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것과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 논의가 되면 여야가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좀 관심을 가져주시고 같이 협의를 해서 2월 국회에서 그것이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유포 같은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전향적인 입법을 할 수 있고, 정봉주와 같은 희생자가 안 나올 수 있겠다는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것도 하나 부탁을 드린다.

박근혜 위원장 : 정개특위에 올라와 있는가.
한명숙 대표 : 정개특위에 올라와 있고, 민주통합당은 당론으로 결정했다.
박근혜 위원장 : 같이 검토를... 예, 알겠다.
한명숙 대표 : 많이 어려우시죠.
박근혜 위원장 : 우리는 같은 것 같다. 얼마나 바쁘신가.

한명숙 대표 : 사실 저도 당선이 되고, 특히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서 당선이 되었기 때문에 소감이 남달랐다. 기쁨은 한 순간이고, 이제부터 어려움이 닥치기 때문에 박근혜 대표님도 참 어려우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왔다.

박근혜 위원장 : 앞으로 건강하시고 같이 힘을 합해서 국민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해서, 좋은 정치가 시작되도록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명숙 대표 : 어쨌든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편에 서서 느끼고 행동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저와 생각이 같으시기 때문에 여성 여야의 대표로서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국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고 많이 하십시오.

박근혜 위원장 : 감사하다. 건강하시고 자주 뵙기를 바란다. 명절 즐겁게 잘 보내시기 바란다.

한명숙 대표 : 그러면 또 뵙겠다.

금일 이 자리에는 권영세 사무총장, 황영철 대변인, 이학재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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