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지난해 ‘소비기한 표시제’ 관련 인식 조사
10명 중 7명 “최근 물가 상승에 식비 부담감↑…식품 구매시 ‘가격‧맛‧유통기한’ 따지는 편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1~2개월 내 식품 소비(섭취)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소비기한 표시제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의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소비기한을 잘 지킬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먼저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식비 부담감이 소폭 증가한 가운데(71.1%(2022)→73.3%(2023)) 가구 구성원 수가 많은 응답자를 중심으로 식비 부담도가 높게 평가되고 있었다(1인 가구 70.4%, 2인 가구 68.0%, 3인 가구 69.9%, 4인 가구 79.9%, 5인 가구 83.7%).

식비의 경우 월 생활비 중에서 30~40%(26.4%)의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었는데 그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높아진 식품 가격에 따라 식비 부담도 또한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인지 식품을 구매할 때 양이 많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제품’을 선호(59.4%)하는 태도도 강해지고 있었다.

(제공=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제공=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실제 식품 구매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가격(64.9%, 중복응답)을 가장 우선적으로 꼽았으며 맛(55.8%)과 유통기한(44.0%)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가격만큼이나 유통기한도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체로 유통기한에 여유가 있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46.1%)과 유통기한, 가격 모두 적정한 제품(32.2%)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었는데 아무래도 유통기한이 식품의 신선도를 보장하는 기간으로 사용돼 왔던 만큼 유통기간 이후의 식품 섭취를 꺼리는 태도가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해석했다.

이처럼 전체 응답자의 상당수(81.3%)가 상태는 멀쩡하더라도 유통기한 날짜가 지나면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든다고 평가한 가운데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과반(57.7%, 동의율)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다만 유통기한에 임박한 상품이더라도 가격 할인 여부에 따라 구매 의사가 달라지는 모습(75.7%, 동의율)을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라며 “실제로 응답자 대부분(86.5%)은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본 경험이 있었는데 이는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섭취가 가능할 정도의 상품이라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배경에는 ‘소비기한 제도’ 도입도 관련이 있어 보였다. 우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으면 탈이 날 수 있고(65.6%(2022)→61.7%(2023)) 변질된 것으로 봐야 한다(52.8%(2022)→47.2%(2023))는 응답이 지난 동일 조사 대비 소폭 감소한 가운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폐기해야 한다는 인식도 한층 낮아진 모습(56.0%(2022)→50.1%(2023))을 보였다.

물론 어른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영유아나 노년층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으면 안 되고(85.5%, 동의율)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절대 판매해서는 안 된다(83.3%)는 등의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도 먹어도 괜찮은 음식이 있기 마련(90.9%, 동의율)이고 먹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82.8%)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제품에 따라 섭취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뚜렷한 편이었다.

아울러 응답자 다수가(85.0%) 유통기한을 너무 따지다 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쉽게 버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공감을 내비친 가운데 유통기한이 다한 식품의 섭취 가능 여부는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는 응답이 75.8%에 달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유통기한이 ‘섭취 가능 기간’으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판단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공=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제공=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한편 지난해 첫 시행된 소비기한 표시제에 대해선 그 취지에 찬성하는 태도가 뚜렷한 편이었다(78.4%(2022) → 81.9%(2023)).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에 공감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는 오히려 확실히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진 것 같아 안심이 되고(82.3%, 동의율) 고민하다가 찝찝해서 버리는 경우는 줄어들 것 같다(80.5%)는 점을 꼽고 있어 명확한 기간 표기로 무분별한 음식물 폐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82.2%)이 소비기한 표시제는 진작 실행했어야 하는 제도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소비기한 표시제의 필요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이에 대한 불안감도 큰 모습이었다. 소비기한이 지나면 절대 먹어서는 안 되지만 유통기한처럼 1~2일은 괜찮다며 먹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고(93.1%, 동의율) 이를 식당 등에서 잘 지킬지 염려가 된다는 응답이 91.8%에 달한 결과를 보인 것으로 소비기한 표시제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태도에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소비기한 표시제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소폭 증가(36.7%(2022)→42.4%(2023))하기는 했지만 해당 제도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절반 수준(55.4%)에 불과한 결과를 보였다. 이에 응답자 대다수가(89.3%) 아직까지 소비기한 표시제가 제대로 된 홍보가 되지 않는 느낌이라고 평가했으며 유통기한 없이 소비기한 단독으로 표시되면 조금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응답도 76.4%에 달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올해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전면 적용되는 만큼 제도 취지에 맞게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정확한 안내 등의 후속 작업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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