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불과 50년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에 순응하며 살았었다.

그러나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1950년 5.05명(출생아 수 63만 3,976)에 명에 달하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960년 베이비붐으로 6.16명(108만 535명)으로 늘어나더니 이후 점차 줄어 1970년 4.53명(출생아 수 100만 6,645명), 1980년 2.82명(86만 2,835명), 1990년 1.57명(64만 9,738명), 2000년 1.48명(64만 89명)으로 2010년 1.226명(47만 171명), 2020년 0.837명(27만 2,337명), 2021년 0.808명(26만 562명), 2022년 0.778명(24만 9,186명)으로 줄어들었다.

그사이 1983년 합계출산율은 2.06명(76만 9,155명)으로 대체출산율(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출산율)인 2.1명 이하로 떨어졌고,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67만 4,793명)으로 처음으로 1명대로 떨어졌으며, 1987년 합계출산율 1.53명(62만 3,83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 1.58명(2021년 기준)보다 무려 34년 전에 못 미쳤고, 2002년 합계출산율 1.178명(49만 6,911명)으로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을 돌파하였으며, 2018년 합계출산율 0.977명(32만 6,822명)으로 처음으로 1명 이하로 추락해 급기야 2023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4분기에는 역대 최저치인 0.6명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추락 중인데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 2022~2072년’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한 뒤 올해 0.68명으로 사상 첫 0.6명대에 진입하고 내년에는 0.65명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초저출산이 가져올 한국의 미래상은 당연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 당장 많은 지방 도시가 소멸 위험에 직면했고 학령인구 감소로 2028년 초등학생 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월 16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작성한 ‘2023~2029년 초·중·고 학생 수 추계(보정치)’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248만 1,248명으로 추산됐다.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올해 513만 1,218명에서 내년 501만 6,128명으로 2.24%인 11만 5,090명 감소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해 입학식도 못 치른 초등학교가 전국 14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14곳보다 27.19%인 31곳이나 늘어난 수치로 학령인구 감소,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신입생이 5명 미만인 학교도 856곳으로 전년도 776곳 대비 10.3%인 80곳이나 증가했다.

10명 미만에 머문 초등학교도 전국 초등학교 6,163곳 가운데 25.75%인 1,587개로 4분의 1을 넘었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국에 병역자원 감소가 얼마나 큰 안보적 위협이 될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각) ‘한국군의 새로운 적 : 인구 추계’란 기사에서 “저출산 문제로 인해 한국의 국방력 약화가 우려된다.”라고 전하며, “세계 최저수준의 합계출산율이야말로 한국군의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초저출산은 한국의 존망과 명운을 좌우할 리스크 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다.

상황이 이러한 데 2005년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범정부 협의체로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구성만 보면 나무랄 게 없다. 대통령이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많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우선 민간위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 모 교수가 “이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라며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 감소 흐름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도 맹목적 ‘출산율 높이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다. 앞서 홍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도 모정당의 공약개발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는 다르지만 현 정부 초기부터 인구 정책을 짜온 전문가 두 사람이 동시에 빠져나가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정책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비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기능은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예산에 관한 아무런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각 부처에 전달하고 부처 의견을 수합하긴 하지만 더 이상의 역할없이 그것에 그칠 뿐이다.

실제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위원회 조직이란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 업무 장악력 문제로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을 오래전부터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명색이 대통령 직속 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부위원장이 장관급이며 기획재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7개 부처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관가에선 ‘힘없는 조직’으로 취급받아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무 인력도 30명 안팎에 불과한 ‘미니 조직’에다 그나마 인력도 다른 부처에서 잠시 파견 나온 공무원이 대부분인 데다 파견 기간도 1년~1년 반 정도에 불과해 전문성이 쌓일 틈도 없고 소속감도 사명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예산 집행권도, 다른 부처를 조정할 힘도 거의 없는 식물조직에 그칠 수밖에 없다. 비단 조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서는 얽히고 설킨 인구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정부에서도 지난 6월 기재부와 복지부 등 16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협의체인 ‘인구정책기획단’을 발족하였지만, 한계는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체 예산권과 집행권이 없어 독자적인 정책 기획력이 없기 때문이다. ‘인구특별회계’ 신설을 통한 예산권 부여 방안도 논의됐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발표한 ‘인구 위기 대응을 위한 저출산 정책 및 재정사업 분석’이란 연구자료를 통해 “인구정책기획단은 부처 간 협의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산하 기구로서 자문위원회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변화가 크지 않다.”라며 “정책 결정 및 예산 편성 권한상 한계도 존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출산 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양할 수 있도록 밀어붙이려면 부처를 초월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중심적 역할을 맡아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행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경제부터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저출산 대책을 특정 부처가 몰아서 하는 것은 그것도 협의체 성격을 지년 위원회로선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더구나 독임제행정기관이 아닌 합의제행정기관의 형식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저출산고령위원회 기능과 역량을 본질적인 차원에서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아젠다(Agenda)를 세팅하면 유관 부처가 적시에 같은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견지하고 긴급성과 비상성을 유지나며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일본은 합계출산율이 1.26명까지 떨어지자 ‘1억 총활약 담당상’이란 특임장관직을 신설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05년 10월 7일 그의 핵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부장관을 임명한 바 있다. 지난 1월 10일 일본 민간 협의체인 인구 전략회의는 일본의 미래 저출산 대책을 정리한 ‘인구비전 2100’을 발표했다.

인구 전략회의는 그간 저출산과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내놨던 대책을 비판하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2100년에는 일본 전체 인구가 현재 1억 2,200만 명에서 지금의 절반인 6,3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모범 사례국’으로 불리는 일본조차도 내부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만큼 인구문제는 나라를 막론하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방증이다.

기획재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저출산 정책이 부처 간에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한 지는 이미 오래다. 현재의 초저출산 문제는 보건복지 이슈에 국한된 것이 아닌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국가의 장기 미래 전략과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당면한 인구 정책을 입안하고 조율해야 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권한과 규모를 대폭 키우고 확대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인구정책기능과 관련 예산을 끌어모아 일관성 있게 초저출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인구 정책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견인할 가칭 ‘인구부총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급한 대로 기획재정부가 예산권과 집행권을 중심으로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방안도 의지를 갖고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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