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대표가 부산에서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목 부위를 칼에 찔리는 테러를 당한지 채 기억도 사라지기 전에 이번에는 국민의힘 배현진의원이 돌맹이로 테러를 당했다. 

이재명은 정치적 경력도 다채롭고 선거를 치르느라고 원한 살 일도 많았겠지만 배현진은 아나운서 출신으로 여성 초선의원이어서 그 정치적 문제점이 별로 드러난 일도 없었다는 점에서 원한 살 하등의 이유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튼 두 사람의 상처가 깊지 않아 서울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에서 각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는 보도를 보고 국민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심정이다. 

이재명을 노렸던 범인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넘나들며 당원으로 활동했다는 경력도 나오고 있어 구속되어 엄중 수사를 받고 있지만 배현진의 범인은 15세의 중학생으로 밝혀져 경찰에서 불구속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그들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궁금하지만 참고 기다려봐야 한다.

총기 소지가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아직 총기에 의한 테러는 사회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해방정국을 빼고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유당 시절 특무대장으로 있었던 김창룡이 허태영 등 군부인물에게 총탄세례를 받고 숨졌던 테러는 있었지만 그것은 군대내의 갈등으로 총기 소지가 가능한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해방직후의 혼란기에 맨 먼저 희생된 사람은 한민당 수석총무 송진우였다. 

그리고 건국준비위를 이끌었던 여운형과 장덕수 등이 저격당한 바 있고 6.25사변 한 해전 김구가 안두희의 총탄에 쓰러졌다. 이 분들은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하면서 많은 일화를 남겼지만 정치적 갈등의 희생자로 아깝게 세상을 떠났다. 더구나 이들을 암살한 범인들은 하나 같이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 사면되거나 외국으로 도피하여 응분의 형벌을 피하게 된 사실 때문에 이승만이 배후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그 진상은 영원히 묻히고 말았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세계제일의 문명국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미국의 정치테러는 유서가 깊다. 노예해방을 단행하고 남북전쟁을 통하여 미국을 하나로 뭉친 링컨대통령이 암살된 것을 비롯하여 케네디도 희생자가 되었으며 레이건 역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왔다. 

이처럼 총기에 의한 암살이 횡행할 수 있는 것은 총기자유화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항상 권총 등을 소지하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총기를 규제하면 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여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미국의 총기협회는 온갖 총류(銃類)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으며 이는 법으로 보장받는다. 

역대 대통령들은 후보시절은 물론이고 취임 후에도 총기규제법을 제정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하원 상원의원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총기규제’는 미 의회에서 금단의 피안이다.

총기협회의 로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총기 판매상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들의 거미줄처럼 얽힌 세포망은 하원이나 상원의원을 막론하고 뿌리 깊게 박혀 있으며 이를 토대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아예 규제문제에 대해서는 벙어리가 된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후진국처럼 유권자 매수에 쓰는 게 아니라 TV등 광고료 지불이 첫째다. 홍보 없이는 당선이 어렵기 때문에 재선을 노리는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총기협회가 꿀단지다. 총을 팔아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 협회는 화려한 정치인들의 홍보 광고에 물 쓰듯이 돈을 댄다. 이를 외면할 의원은 아무도 없다. 

한국은 남북대결 상황에서 총기는 엄격히 규제되지만 흉기를 이용한 테러를 막기는 어렵다. 이재명과 배현진 테러가 주는 경고다. 이게 잦아지면 흉측한 사고로 번진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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