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떨어질 때 웃는다

[중앙뉴스= 최봄샘 기자]

시인 최한나
시인 최한나

 

꽃은 떨어질 때 웃는다

최한나

 

한 생이 또 다른 한 생을 잇기 위해 낙하하는 지점에 늘 중력이란 것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꽃 속으로 난 길

태초부터 흐르는 강물

스스로 중력이 되기 위해 피어나는 목숨

그 뜨거운 꽃을 안다

 

저 홀로 흔들리며 피어야 할

꽃의 사명은 중력을 농축하고 키우는 일,

저 깊은 곳 마그마의 열기와 하늘 끝 붉음으로

오롯이 다 피워 냈을 때

비로소 뛰어내리는 꽃

 

원심력과 구심력이 손을 놓는 찰나

마지막 삐걱임, 웃음 한 줄기 스치는 것 본 적 있다

훗날 드문드문 통증으로 떠오를 깊고도 쓴 향기,

손가락병 유전자를 물려주고 떨어진

허리 휜 웃음,

더 낮은 곳으로 낙하하는 희디흰 뼈

 

할미꽃도 허리를 펴고 뛰어내릴 때가 있다

 

/ 최한나 시집 <꽃은 떨어질 때 웃는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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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삶이 꽃의 생몰과 같다면 당신과 나는 어떤 모양, 어떤 색상, 어떤 향기를 가진 꽃으로 오늘을 살았을까?

엄마라는 꽃!

우리 엄마꽃 지신지 이제 1주기가 다가온다.

엄마는 시들고 시들어 떨어질 때 웃으며 지셨을까? 그러했을 거라고 난 믿는다.

엄마는 내생의 소망이 있었고 자녀들도 그 소망의 길을 따라오리라고 믿었고 잘 자라준 자녀들을 생각하며 웃으며,

세상이라는 나무에서 기꺼이 웃으며 뛰어내려 스러졌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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