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코리안 디아스포라 영화가 요즘 영화계의 화두다.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이주한 한인 가족을 그린 영화 ‘미나리’부터 프랑스 입양아의 서울 여행 이야기를 담은 ‘리턴 투 서울’, 해외입양아의 고립감과 복잡한 심리를 감독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 ‘조용한 이주’까지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극장가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네이버DB)
(사진=네이버DB)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낯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 부부의 갈등, 외할머니 순자(윤여정)와 손자 데이비드(앨런 킴), 손녀 앤(노엘 케이트 조)의 소소한 시간들로 채워진 이 영화는 미국 이민자 가정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음 직한 어려움을 담담하고 섬세하게 담아내며 호평받았다. 순자 역의 윤여정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스티븐 연 역시 한국계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 감독의 ‘리턴 투 서울’은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된 프레디(박지민)가 갑작스런 연유로 한국 땅을 밟아 자신의 생부(오광록)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앞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을 비롯해 토론토영화제 디스커버리,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또한 햄튼국제영화제와 아테네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조용한 이주’는 한국계 덴마크인 말레나 최 감독의 연출작으로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주인공 칼의 심리를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해외입양아가 느끼는 정체성 혼란, 그 복잡한 감정을 감독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영화다. 특히 덴마크의 농촌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느낌이지만 곳곳에 환상적인 요소를 넣어 소외된 해외입양아가 빠져드는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말레나 최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깔린 ‘조용한 이주’는 2023년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초청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및 상영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말레나 최 감독은 ‘조용한 이주’ 연출 방식에 대해 "사람이 자기 역사에 접근할 수 없다면 상상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라며 "자기 과거를 알 수 없는 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기 속에서 (상상으로) 그것을 찾아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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