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


돌아온 대표팀, 마음 비우고 뛰어”


‘라이언 킹’의 힘찬 포효에 한국 축구도 되살아났다. 최근 태극마크만 달면 맥을 못 추던 이동국(33·전북 현대)이 다시 영웅이 됐다. 본인은 ‘영웅’이란 수식이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한국축구를 살린 ‘히어로’라고 하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이동국은 2월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뽑았다. 한국의 2-0 승. 자신의 88번째 A매치이자 통산 28골을 기록한 이동국과 경기가 끝난 늦은 밤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믿음이 날 살렸다

1일 오전 1시10분경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카오톡으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20분 뒤 도착한 답신을 보고 곧장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평소 차분하던 목소리도 톤이 많이 높아져 있었다. 우선 “이건 그냥 휴대폰 통화가 아니라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전제를 깔았다. 잠시 웃던 그는 “좋다. 기왕이면 예쁜 기사를 부탁한다. 또 하나, 이 말은 반드시 넣어 달라”고 했다. “뭐냐”고 묻자 “믿음이었고, 신뢰였다. 그게 날 살렸다”는 답이 나왔다.

그가 지목한 믿음과 신뢰의 주인공은 대표팀 최강희 감독이다. 이동국은 최 감독과 함께 전북에서 아름다운 스토리를 썼다.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쫓겨나다시피 돌아온 그는 K리그 복귀 후 처음 안착한 성남 일화에서도 6개월 만에 짐을 쌌다. 성공은 어려웠지만 실패는 한 순간이었다. 방황하던 그를 감싸준 이가 바로 최 감독이다. 최 감독은 직접 이동국을 만났고, “난 네가 꼭 필요하다”는 말로 설득했다. 뿌리칠 수 없었다. 이렇게 사제지간이 된 둘은 2009시즌과 작년 K리그 정상에 올랐고, 올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경험했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동국은 박지성(맨유)을 예로 들었다. “(박)지성이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믿음을 먹고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게 부러웠다. 나도 지속적인 믿음을 주는 멘토가 필요했다. 한데, 이젠 내게도 그런 은사가 있다. 최강희 감독님이다.”

○내려놓음의 미덕


대표팀에서 어떤 각오였냐고 물었다. 금세 나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뛰었다.”

내려놓음. 이동국의 마음이었다. ‘내가 꼭 해결한다’는 욕심도 없었고, 중압감도 없었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 가입이나 명예회복 등이 거론될 때도 그냥 내내 편안했단다. 부담을 떨치니 좋은 결과가 따랐다. 쿠웨이트전 골은 중동국가를 상대로 한 10번째 득점이었다. “기회가 오면 오는 거고, 기다려야 하면 기다리면 된다.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렇다.”

이참에 우문을 슬며시 던져봤다. “브라질월드컵에도 욕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그러자 우회적인 답이 돌아왔다.

“소속 팀이 브라질로 동계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정말 너무도 머나먼 여정이었다. 올해도 또 간다고 한다. 그래도 꼭 가볼 만 한 곳이다.”

이동국은 “은퇴하는 순간까지 태극마크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이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스스로도 브라질월드컵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을 통한 멋진 마무리, 그것이 그의 꿈이다.

1998프랑스월드컵, 2002한일월드컵, 2006독일월드컵, 2010남아공월드컵은 기쁨보다 아픈 기억이 더 많다. 2014브라질월드컵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는 이동국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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