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을 앞두고 부산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종로와 함께 부산 사상이 최대 승부처로 부각된 탓인지 유권자들은 어느때보다 총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여권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역대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사상이 `야풍'(野風ㆍ야권 바람)의 진원지로 떠올라 여야 모두 선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일단 새누리당은 부산이 전통적인 텃밭임에도 여권의 누적된 실정에 따른 민심이반에다 정권심판론이 부각되면서 선거결과를 장담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출마와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성사에 힘입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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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출마하자 새누리당은 27세의 `사상 토박이 여성'인 손수조 후보를 공천해 맞불을 놓았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만 보면 문 후보가 비교적 여유 있게 손 후보를 앞서고 있지만 문 후보는 안심할 수 없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사상역 앞에 위치한 문 후보의 선거사무실에는 주말인 10일에도 선거유인물 발송 등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로 넘쳐났다.

사상이 민주당의 부산ㆍ울산ㆍ경남(PK) 전체 선거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인 곳이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듯 했다.

문 후보는 "새누리당은 총선 때마다 부산에서 50% 가까운 현역 물갈이를 했다.

이는 그 앞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뜻이지만 부산 시민들은 다시 다 뽑아주지 않았느냐"면서 "이는 그 정도 세력과 조직이 새누리당에 있다는 뜻이다.

저는 특정후보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세력과 상대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손 후보는 현재까지 상대적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사상역에서 300m가량 떨어진 상가 건물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은 문 후보와 확연히 대비될 정도로 외지고 비좁았다.

하지만 예비후보 시절 손 후보와 동생 두 명이 선거팀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무보수 자원봉사자가 생기고 중앙당 지원도 기대되는 등 서서히 캠프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손 후보는 "제가 이번에 문 후보를 이긴다면 새누리당에 얼마나 힘이 실리겠느냐"며 "언론만 보면 제가 어려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구의원과도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고 (이 지역 현역의원인) 장제원 의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9일 장 의원과 만나 선거지원을 약속받은 뒤 매우 상기된 표정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사상구 유권자들도 저마다 의견을 개진하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인물 면에서는 문 후보가 낫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였다.

김숙희(51ㆍ삼락동)씨는 "손 후보는 이력을 볼 것도 없고 당을 떠나서 무조건 문재인을 찍을꺼라예. 뒤에는 대통령도 한 번 할 거 아이가"라고 말했다.

반면 무명의 정치신인 손 후보가 기라성 같은 경쟁후보를 꺾고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 호기심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았다.

주례여고 학생회장 시절부터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택시기사 차회영(53)씨는 "나이 든 사람들은 새누리당이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 안해예. 그런데 새누리당이 후보를 저렇게 내놓고 하니까 저 아(아이) 갖고 뭐하겠노 싶다"고 새누리당이 손 후보를 내세운 것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손 후보의 부족분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상당 부분 메울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새누리당과 별개로 박 위원장에 호감을 가진 유권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상 선거가 박 위원장과 문 후보 간 대선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해봤다.

우동식(51ㆍ괘법동)씨는 "내는 이번에 우리 박근혜 누님을 위해 손수조를 찍을낍니더. 새누리당도 박근혜 누님이 다 키운 거 아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가 '탈(脫)정당 투표'를 호소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쇄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말 변하는지 지켜보자"고 관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당 투표가 이뤄지거나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 선거전의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정당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새누리당 후보라는 이유로 찍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총선에서 당선되면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버리고 사상구를 떠날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공략논리도 어느 정도 먹혀드는 분위기였다.

감전동의 안근식(65ㆍ무직)씨는 "문 후보가 똑똑하고 출중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사상에 오지 말고 서울로 갔어야 하는 거 아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문 후보는 "지금은 여기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새누리당의 그런 논리가 저를 더 띄우면서 대권주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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