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파괴 내가 시켜… 장진수 준 2000만원 善意""청와대가 회견시켰나" 묻자 "아니라고!" 버럭 소리질러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비선(秘線) 보고를 받고 민간인 사찰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산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20일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삭제 문제는 제가 몸통"이라고 말했다.

하드디스크를 파괴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2010년 7월 검찰 수사 후 1년 9개월 만에 '청와대가 지시했다'고 폭로하자, 이 전 비서관이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그동안 이 문제에 침묵해왔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 "(작년 8월)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씨를 선의로 도우려고 2000만원을 줬는데 최근 돌려받았다"며 "지원관실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지 않았다"고 했다. 장씨는 "2000만원은 내 입막음용" "매달 특수활동비에서 280만원씩 상납했다"고 폭로했었다.

이 전 비서관은 그동안 침묵한 이유를 "국정혼란을 막으려는 충정"이라고 했고,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더 이상의 진실왜곡을 막기 위해"라고 했다. 그는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는 용어는 민주통합당의 정치 공작"이라며 "청와대와 저는 불법사찰을 한 일이 없다, 민정수석실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관실 하드디스크에 감춰야 할 불법 자료가 있어서 삭제한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 가운데 일부라도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건 그가 처음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위직을 지낸 정권 핵심 인사들까지 연루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내가 몸통"이라는 말을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기자들이 '청와대가 회견을 시켰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다가 "아니라고" 하며 버럭 소리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검찰조사를 받은 장진수씨의 이재화 변호사는 "윗선도 앞으로 밝혀질 것"이라며 "'내가 몸통'이라는 이 전 비서관 말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추가 폭로할 내용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면서 "(장씨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녹취록이 더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공개 안 한 녹취록에 민간인 사찰의 윗선이 등장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씨 21일 오후에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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