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부정경선 사태 수습에 돌입한 통합진보당이 경쟁명부 비례대표 후보자 총사퇴 권고안과 관련,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출당 조치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14일 열린 중앙위에서 경쟁명부로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된 14명 당선자·후보자에 대한 총사퇴 권고안을 의결한 바 있다.

당은 부정 선거로 인해 실제 당선 순위가 바뀔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부정경선이 이뤄졌다는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국민들께 사죄하고 당 쇄신의 의지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경쟁명부 총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는 자진사퇴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당권파 차원의 조직적인 결정이라는 주장도 있다.

구당권파와 비대위, 양측의 이견이 평행을 이루면서 비대위가 사퇴를 강행하기 위해 강제 출당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고'이긴 하지만 사실상 자진사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비대위의 입장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당의 조치로 이들을 당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당조치가 결정될 경우 구당권파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법적인 분쟁을 한다 하더라도 이 부분은 저희들도 여러 가지 법률 검토를 했고, 어떻든 당원들의 당심들이 또 이쪽으로 혁신비상대책위로 대부분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법률적 검토를 했다'고 밝힌 만큼 출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출당이 현실화할 경우 구당권파와 비대위 등 '신당권파'의 분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분당이 아니더라도 향후 당내에서 두 계파의 화합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구당권파측이 배수진 속에 전력을 기울여 막고자 했던 부분이 바로 '비례대표 사퇴'이기 때문이다.

구당권파측은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중앙위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중앙위에서도 중앙위원 교체가 적법하지 못하게 이뤄졌고 전자투표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위 성원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만약 강제 출당이 이뤄질 경우에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들의 비례대표 당선자직은 박탈되지 않고 유지된다. 출당을 하게 되면 당으로서는 아까운 의석 2개만 잃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권파측 지역구 당선자 4명(김선동 김미희 오병윤 이상규)이 함께 탈당해 새 당을 만들 경우 13석의 통합진보당은 6석, 7석의 두 당으로 분화되며 자멸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통합진보당에서 출당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대위 역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정치적 해결책을 도모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16일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한 비례대표 사퇴결의의 건을 5월30일 이전에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개원 전 해결 의지를 밝혔다.

이정미 비대위 대변인도 1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직 (설득을 위한) 시간이 남아 있다"며 "만나서 최대한 설득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경쟁명부 비례대표 후보들을 만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14명 중 10명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와 당권파측 황선 후보자(15번)는 사퇴를 거부 중이고 장애인 경쟁을 통해 포함된 조윤숙 후보(7번)는 연락이 닿지 않아 의사를 듣지 못했다고 당 관계자는 밝혔다. 강 위원장은 17일 저녁께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직접 만나 자진사퇴를 설득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구당권파측의 '비례대표 사퇴 불가' 입장이 완강한 상태여서 출당에 대한 비대위 차원의 고민도 시간이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출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구당권파와의 '빅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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