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예상 외 성적표,자신의 고향 대전·충남과 문재인의 부산에서만 승리 김한길은 6곳서 돌풍

민주통합당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대선 후보 경선의 '전초전' 성격을 띄면서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로 가고 있다.

이해찬 후보를 지원하는 문재인 고문에 맞서 손학규 김두관·정동영·정세균 등 다른 대선 주자들이 지역을 돌아가며 김한길 후보를 지원하는 양상이다.

'1대 4'의 싸움

민주당 전당대회는 현재 17개 광역 중 10개 시·도 대의원 투표를 마친 상태다.


이해찬 후보가 81표차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자신의 고향인 대전·충남과 문 고문의 근거지인 부산 등 3개 시도에서만 1위를 했다.

김한길 후보는 울산을 시작으로 전남·대구·경북·경남·제주 등 6곳에서 1위를 했다.

김한길 후보가 이긴 6곳의 승인은 '반문·반이 연합'의 결과다.


김한길 후보가 압도적으로 1위를 한 대구·경북에서는 손학규 고문과 가까운 김부겸 의원, 이강철 전 청와대수석이 김 후보를 지원했다.

이강철 전 수석은 손 고문과도 가깝고 김두관 지사와도 가깝다.

김한길 2위, 이해찬 3위 결과가 나온 광주·전남에서는 정세균·정동영·손학규 고문 측 사람들이 대거 김한길 후보를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제주에서도 정동영 고문과 가까운 강창일 의원이 김 의원을 지원했다.
이들의 연합은 느슨하기 때문에 압도적 1위로 몰아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김한길의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힘의 근원이다.

반면 이해찬 후보는 고립돼 있다.

친노세가 강한 지역 및 연고지역 외에서는 힘을 못쓰고 있다.
이해찬 후보는 사석에서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 하는 것도 다행"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에 문 고문을 꺾을 힘이 없는 다른 대선 주자들로선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에서 조금이라도 덜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당내 세력 분포 등에서 뒤지는 다른 주자들로선 대선 경선을 앞두고 친노 진영을 최대한 견제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반(反) 문재인·이해찬 공동 전선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 고문, 잇단 실책으로 위기 자초

이런 '포위구도'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는 문재인 고문 및 이해찬 후보의 실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라는 이른바 '이·박 담합'에 대한 현장 대의원들의 정서가 예상 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문 고문은 지난달 말 이·박 연대 '담합' 논란 당시 트위터에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는 글을 올려, 담합의 한 축이 되고 말았다.


초선 당선자 21명이 반박 성명을 냈고,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등 대선 주자들도 "당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고문 발언으로 결과적으로 담합설이 더 확산됐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했다.

문 고문은 앞서 4·11 총선 때는 '친노 독식'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천심사가 시작되자마자 문 고문을 포함한 부산 지역 후보들이 단수공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자기들만 먼저 편한 길을 가겠다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김두관 지사가 "4·11 총선 패배 책임은 문고문에게도 있다"고 지적한 배경이 됐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한길 후보의 대변인
정성호 의원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경선에서)문재인 고문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측면 때문이다.

정청래 당선자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나친 친노·비노의 사슬, 이·박 담합을 옹호하며 고립을 자초한 사슬, 시작하기도 전에 안철수 운운했던 아마추어의 사슬. 이런 결과로 낙인찍힌 경험미숙의 사슬. 이 사슬을 끊어야 산다. 시간이 없고 위험하다"고 썼다.

문재인 포위망 돌파할까

이같은 '문재인 포위 구도'에 대해 친노 진영은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문 고문 측 관계자는 "당 대표 경선은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대선 후보 경선의 전초전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라며 "6월 9일 대표경선이 끝나면 포위구도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노 핵심 관계자는 "아무리 해도 지지율이 안오르니까 문 고문을 흔들어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한길 후보 측이 "최대 피해자는 문 고문"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김 후보가 자기 득표를 위해 인위적으로 피해자를 만들어가면서 그렇게 말하느냐"고 했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은 세종시·충북, 강원, 전북,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대의원 투표와 일반 당원·시민 모바일 투표 등을 남겨놓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민주당 대선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해찬 후보가 패배할 경우 문 고문의 당내 입지도 흔들리면서 다른 주자들의 추격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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