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IT기업 상장1호 가이드와이어 공동창업자 겸 CEO

"성공과 부가 창업의 이유가 돼선 안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고 판단될 때 창업을 해야합니다"

보험 관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손해보험 소프트웨어제조업체 가이드와이어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커스 류(37.한국명 류상호) 씨는 2일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물은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래 교수가 꿈이었는데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과 실패를 용인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에 매료돼 기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며 "IPO로 부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창업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류 씨와의 일문일답.

-- 올해 미국 IT기업 상장1호인데다 성공적으로 IPO가 이뤄졌는데 소감은.

▲ 지난해부터 IPO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 판단해 준비했다. 일부 기업가는 IPO를 창업의 목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IPO 이후에는 고객 뿐 아니라 투자자도 만족시켜야 하는데다 모든 것이 공개되기 때문에 향후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IPO는 끝이 아니다.

-- 사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는지.
▲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많은 보험회사를 고객으로 만났는데 그들은 컨설팅보다 좋은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보험회사들은 70∼80년대 구축된 시스템을 쓰고 있고, 지금도 많은 보험회사가 그때 만들어진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IT기업들이 보험회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데다 전혀 다른데도 불구, 은행시스템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아무도 보험업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는다고 판단해 창업하게 됐다.

-- 창업초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 당시가 9.11 직후인데다 닷컴 버블이 꺼져가는 시기였다. 자금도 없고 제품도, 직원도, 고객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보험업계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신념만 있었다.

무엇보다 공동창업자 6명이 그때까지 하던 일을 접고 창업에 뛰어들었으나 창업 후 1년간 전혀 소득이 없는데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즉 심리적인 고통까지 겹쳐 힘들었다.

-- 어떻게 극복했는지.
▲ 우리 회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일을 하고 있어 한 곳에 모든 역량을 쏟을 수 있었고 이 부분만 해결되면 다른 심각한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또 당시 우리 팀(공동창업자들)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점도 도움이 됐다. 각각 첨단기술과 제품개발, 마케팅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등에 장점이 있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 쪽으로 고객, 투자자들과 소통 부분에 재능이 있었다. 마치 형제처럼 서로 100% 신뢰했으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회사를 성공시키자며 똘똘 뭉쳤다.

주식도 정확하게 같은 비율로 나눴다. 많은 기업가들이 좋은 목적으로 시작하지만 욕심으로 인해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꼽는다면.
▲ 많은 기업가들이 잘못된 이유로 창업을 한다.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기 위해 시작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사람들은 돈과 성공을 좋아하지만 창업의 이유가 돼선 안된다. 창업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문제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을 때 해야 한다.

-- 가이드와이어에는 인재들이 많다고 들었다. 특별한 채용방법이 있는지.
▲ 우리는 엔지니어가 중심이 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판매에 치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마케팅을 어떻게 해서 고객들의 관심을 끄느냐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실리콘밸리에는 구글, 페이스북 등 유명 IT대기업들이 많아 좋은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이런 문화가 많은 도움이 됐다.

 (취업정보사이트 글래스도어의 마커스 류에 대한 직원들의 CEO 지지도 조사결과, 98%나 됐다. 애플의 팀 쿡이 97%로 IT대기업 가운데 1위였다)

-- 기업문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지.
▲ 우리 기업문화는 3개 가치로 돼 있다.

첫번째는 진실성(integrity)이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모든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전달돼야 한다. CEO인 나에게도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고 곧바로 답을 줘야한다.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사실에 입각해 결정을 내려야한다는 뜻의 합리성(rationality)이다. 결정이 권력이나 권위, 희망하는 바에 의해 내려져서는 안된다. 회사 구성원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냐고 물었을 때 "내가 CEO이기 때문이다"고 답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세번째는 동료간 협력(collegiality)이다. 회사가 매우 동등한 커뮤니티로 구성돼 있다는 뜻이다. 되도록 사내 계층구조를 간소화하고 있다.

-- 직원 800명이 명령계통 없이 수평적으로 소통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 쉽지 않다. 그래서 회의도 많고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하고 메신저 활용도 활발하다. 물론 우리 회사에도 명령체계가 있다.

없으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소화 하려고 노력한다.

-- 한국시장에 진출할 의향은.
▲ 미국 뿐아니라 현재 일본을 포함해 12개국에 진출해 있다. 창업초기 당연히 한국 진출을 모색했지만 두가지 측면에서 쉽지 않았다.

삼성 등 한국의 '재벌' 계열 보험사들은 자체시스템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체 IT관련 계열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손해보험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한국 보험사들은 손보 뿐 아니라 생명보험을 모두 보유하고 두 분야의 보험상품을 패키지 형식으로 판매한다.

현재는 일본과 중국에 집중하지만 언젠가는 한국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다. 최근 중국과 한국 출장을 다녀왔다.

--보험산업과 첨단기술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람들은 보험이 지루한 것으로 느낀다. 하지만 보험은 연 시장규모가 1조5천억 달러나 된다.

자동차산업이나 전자산업보다도 큰 규모이고 글로벌화된 산업이다. 일본 지진 때 보험산업이 없었다면 복구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매우 매력적인 산업이다.

-- 실리콘밸리에서 회사를 창업한 이유는.
▲ 혁신의 문화를 가진 곳인데다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자금도 풍족하고 창업과 관련된 각종 법적인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이른 시일 내에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는 정말 특별한 곳(extraordinary place)이다.

-- 한국 젊은이들이 창업을 준비하는데 조언을 해준다면.
▲ 좋은 학교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대체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보다는 변호사나 의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업을 하려면 온전히 위험을 감수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보상을 얻을 수 없지만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용인하는 곳이어서 위험을 감수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이기도 하다.

최선을 다했다면 실패해도 괜찮다. 다시 시도하면 된다. 한국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다는 말은 들었다.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다면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다.

-- 실패 경험이 있는지.
▲ 당연하다. 운이 좋은 편이지만 창업 초기 정말 힘들었고 여러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개인적으로는 아리바(Ariba)에 근무할 때 좌절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이 회사가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지만 전략담당 책임자(부사장)로 있을 때 상당히 어려워졌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에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가이드와이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원래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서 교수가 될려고 했다고 들었는데.(아버지는 메릴랜드주 로욜라대 사회학과 류재풍 교수이며,

류 씨는 옥스퍼드대와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 원래 경제학이나 철학과 교수가 될려고 했다. 변화과정을 설명하면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해 실리콘밸리에 매혹됐기 때문이다.

매킨지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이곳 문화를 접하고 저와 맞는 곳이라는 생각했다.

당시 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이어서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고, 지금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1∼2년 정도 모험을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벌써 11년이나 됐다.

--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놀라셨다. 교수나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지만 기업가적인 기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믿는다고 하셨다. 지금은 자랑스러워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 성공적인 창업으로 상당한 부를 쌓았을 것 같은데.
▲ 창업자인 만큼 상당한 회사 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주식의 형태로 돼 있다. 하지만 기업을 시작한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래도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