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 갖고 중도 견인할 온건 개혁주의자인 내가 적합"

민주통합당 4선 중진인 김영환 의원(58세, 안산 상록을)은 자신이 '중부권과 충청의 대표주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선캠프를 국회 도서관에 차리겠다. 의원열람실에서 독서도 하고, 정책도 다듬고, 글도 쓰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는 중부권과 충청권을 잡아야 한다"면서 "진보의 정체성을 가지고 중도를 견인할 수 있는, 온건 개혁주의자인 내가 (대선후보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지금 이길 수 없는 후보들끼리 짬짜미를 해서 대세론을 만들고 각본을 짜고 있다"고 비판한 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새로운 인물이 출현해야 한다. 지금 거론되는 후보군으로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당대표 경선과 관련, "이번 경선은 민주당 대선승리의 절망과 패배감을 말끔히 씻어낸 그야말로 '선거혁명'이었다"면서도 "대선승리를 위한 토론, 총선실패에 대한 평가, 민주당 쇄신에 대한 의미 등이 실종된 채 '멱살잡이'만 하다 끝났다"고 혹평했다.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교수에 대해서는 "부산대 강연에서 확실한 입장이 나올 줄 알았는데 선문답만 돌아왔다"면서 "이제 국민들이 짜증내는 단계까지 왔다. 최소한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는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거론한 것과 관련,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면서 "제명 보다는 우선 진보당과의 공동정부론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선출마에 관심이 있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근혜 전 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나 역시 그 중에 한 명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를 이기려면 중도를 잡아야 한다. 진보의 정체성을 가지고 중도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온건 개혁주의자인 내가 적합하다. 또 이번 대선에서 중부권과 충청권을 잡아야 한다. 중부권은 해방 이후 한 번도 대통령을 세우지 못했다. 이래서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친노는 무조건 안 된다. 문재인 김두관은 결코 노무현을 넘어설 수 없다. 손학규도 있지만 새누리당에 있었던 사람이다. '유신의 딸'인 박근혜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 CEO 출신, 유학파, 앵커출신으로는 안 된다"

-언제쯤 출마 선언을 할 생각인가?

"준비 중이다. 대선 캠프를 국회 도서관에 차리겠다. 국회도서관 의원열람실에서 하루 다섯 시간씩 독서를 하고 정책도 다듬고, 글도 쓸 것이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고 멘토를 찾아다지고, 포럼을 만들고, 그런 것들은 모두 옛날 방식이다. 안철수와의 공동정부론, 이-박 담합, PK 연합론 모두 낡은 생각들이다. 스님이나 신부님 찾아가서 멘토라 칭하고, '7인회'와 같은 보수 멘토단 구축하는 정치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민주당 안팎에 대선후보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을 어떻게 링 위에 올려야 할까?

"새누리당은 이미 공연장 문을 닫았다. 더 이상 관객을 끌어 모을 방도가 없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대선까지 어떤 변수도, 클라이맥스도, 기승전결도 없는 밋밋한 모노드라마로 관객 없이 커튼콜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만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민주당 당대표 경선은 엎치락뒤치락, 이변속출, 예측불허의 연속이었다. 대선 경선에서도 이 세 가지를 만들어야 승리할 수 있다. 드라마도 결말부터 내놓으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길 수 없는 후보들끼리 짬짜미를 해서 대세론을 만들고 각본을 짜고 있다. 이래 가지고는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새로운 인물이 출현해야 한다. 새 판이 만들어지고 이변이 속출해야 한다. 지금 거론되는 후보군을 가지고는 어렵다"

-당대표 지방 순회경선을 마쳤다.

"이번 경선은 민주당 대선승리의 절망과 패배감을 말끔히 씻어낸 그야말로 '선거혁명'이었다. 당원과 국민들이 민주당을 격려하고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멱살잡이'만 하다 끝났다는 것이다. 대선승리를 위한 토론, 총선실패에 대한 평가, 민주당 쇄신에 대한 의미, 이런 것들이 모두 실종됐다. '이(이해찬)-박(박지원) 연대'로 시작해 '김(김한길)-김(김두관) 연대'로 끝났다. 전반적으로 공연이 성공해 관객을 끌어 모으기는 했지만 돌아보면 남는 것은 적은 선거였다"

-'김한길 대망론'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판세를 어떻게 보나?

"지역순회 경선에서 국민과 당원 표심이 명백히 드러났다. 그 결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이번에도 대선 출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

"이제 국민들이 짜증내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 부산대 강연에서 확실한 입장이 나올 줄 알았는데 선문답만 돌아왔다. 더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는 표명해야 한다.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검증을 받아야지 계속 저렇게 무대 뒤에 숨는 것은 안철수 개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제명 조치에 대한 입장은?

"두 사람을 제명하는 것에 반대다. 그것도 새누리당과 손을 잡고 제명하겠다니 말도 안 된다. 문제는 이석기 김재연 두 사람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지도부는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그런 방식으로 안 된다. 진보당과의 공동정부론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 두 당의 연대는 제한적 정책적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김영환 의원 프로필

연세대 치과대학 학생이던 김 의원은 1978년 6월 19일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1980년 2월 29일 일반복권 됐다. 이후 학교에서 쫒겨 난 뒤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7년 '김해윤'이란 필명으로 첫 번째 시집 '따라오라 시여'를 냈고 이후로도 수많은 시집과 저서를 출간했다. 1995년 노동운동 시절부터 노선을 같이 한 고 김근태 고문과 함께 새정치국민회의 발기인으로 참석, 정치에 입문했다. 2001년에는 김대중 정부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에 임명됐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 분당사태 당시 대변인이었던 그는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자 추미애, 조순형 의원과 함께 새천년민주당에 잔류했다. 이후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낙선했다. 낙선 후 북촌 한옥마을에 최초의 한옥치과 '이해박는집'을 만들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55년 충북 괴산 출생 ▲청주고등학교 ▲연세대 치과대학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사 ▲15·16·18 ·19대 국회의원 ▲과학기술부장관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정책위의장·최고위원 ▲치과 '이해박는집' 대표원장 ▲18대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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