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대형발전소 잦은 고장 등 악재 겹쳐 위기 고조

기후변화로 오뉴월 더위가 한여름 못지않다.
대형발전소의 잦은 고장과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가능성 등의 악재까지 겹쳐 올 여름 전력수급 전망이 어둡다.

지난해와 같은 ‘전력대란’이 재현될 것에 대비해 정부는 민간 자가발전기를 가동하고 산업체 휴가일정 및 조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전력대란이 일어났던 지난해 여름 한 시민단체가 서울 명동 거리에서 냉방온도를 준수해 전력난도 해소하고 건강도 지키자는 내용의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전력대란이 일어났던 지난해 여름 한 시민단체가 서울 명동 거리에서 냉방온도를 준수해 전력난도 해소하고 건강도 지키자는 내용의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5월 내내 전국 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등 초여름 날씨가 지속됐다.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은 날씨에 전력수요도 급증했다.

이로 인해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도 전에 예비전력이 2백만킬로와트 이하로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는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4백80만킬로와트 증가한 7천7백7만킬로와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공급능력이 7천8백54만킬로와트인 것을 감안하면 올 여름 예비전력은 휴가가 집중된 8월 초를 제외하고 대부분 4백만킬로와트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전력이 4백만킬로와트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는 TV나 인터넷, 민방위 비상경보 등을 통해 국민에게 긴급절전 요청을 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난 5월 모든 경제주체가 동참하는 ‘하계 전력수급 대책’을 수립, 평년보다 빠른 6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시행키로 했다.

산업체 휴가 분산·자가발전기 가동 등 협조

여름철 전력피크 사용량의 절반 이상은 산업체가 차지한다. 또한 전체 사용량의 21퍼센트는 냉방수요다.
부문별 피크 점유율은
▲산업체 54.3퍼센트
▲일반건물 27.2퍼센트
▲주택 11.6퍼센트
▲기타 6.9퍼센트 순이고, 냉방수요 점유율은
▲상업 65퍼센트
▲산업체 26퍼센트
▲가정 9퍼센트 순이다.

이는 4백만킬로와트 이상의 예비전력을 유지하려면 산업체와 상업시설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휴가기간 분산, 조업시간 조정, 자가발전기 가동 등을 통해 산업계가 절전대책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휴가 분산은 8월 초에 집중된 휴가를 8월 중순 이후로 분산시켜 예비전력이 부족한 8월 말의 전력수급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내놓은 대책이다.

정부는 철강 기업과 주물, 시멘트 업체들이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업시간 조정은 산업체가 피크시간을 피해 조업을 실시할 경우 전력 절감량에 비례해 인센티브(1천20원/시간당 킬로와트)를 지급하는 제도다.

이 역시 철강, 시멘트, 제지, 금속, 섬유 등 대부분의 업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소방방재청 직원들이 ‘노재킷 노타이’의 쿨맵시 차림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직원들이 ‘노재킷 노타이’의 쿨맵시 차림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냉방수요 21퍼센트… 국민들 적극 협조 필요

조업 특성상 휴가를 분산하거나 조업 조정이 어려운 정유·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피크시간대에 자가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하게 할 방침이다.

산업체 중 가장 큰 자가발전기(33만킬로와트)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가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 산업체들의 협조를 통해 확보되는 예비전력은 4백만킬로와트(휴가·조업조정 3백만, 자가발전기 1백만) 수준이다.

이는 원자력 4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모든 경제주체가 절전에 적극 동참하여 절전대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올 여름 예비전력은 5백만킬로와트 이상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이 같은 ‘전력대란’ 예방대책에 산업계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5월 31일 석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백화점 등 23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하계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산업계 절전 선언식’을 개최했다.

여름철 전력수급 안정화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냉방수요가 하절기 전력피크의 21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화점, 호텔 등 4백78개소의 대형건물에 대해서는 냉방온도를 섭씨 26도로 제한하고, 그 밖의 대중 이용시설(유통업체, 프랜차이즈 매장, 의류 등의 소매업소, 은행 등의 금융기관)은 ‘자율절전 사회적 협약’을 통해 절전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냉방기 사용 실태를 점검하여 그 결과를 절전사이트와 언론에 공개하는 한편 출입문을 개방한 채 냉방기를 가동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를 검토 중이다.

또한 에너지 절약형 옷 입기 운동인 ‘쿨맵시로 시원한 여름나기’ 캠페인과 대기전력 절감 및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운동 등 온 국민이 참여하는 에너지 절약 갬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밸 수 있도록 계층별·연령별 맞춤형 정보 제공과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분야별(가정·학교·의료기관·숙박업·상점·음식점·사회복지시설·제조업·사무실 등) 특성에 맞는 절약실천방법을 매뉴얼로 보급하고 있고,

실시간 전력수급 상황과 절전 행동수칙을 알리는 전력수급 시계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문의 에너지관리공단 www.kemco.or.kr | 에너지절전 www.powersave.or.kr
한국전력공사 www.kep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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