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만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

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지난 3월의 한·미FTA까지 한국은 현재 총 8건(45개국)의 FTA가 발효 중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경제 영토가 세계 경제 규모의 60퍼센트 수준까지 확장됐다. 거대 경제권과의 FTA는 국민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 조용만 무역협정지원단장을 만나 FTA 발효 후 나타나는 효과와 활용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조용만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은 “FTA 활용도를 더욱 높여 농어업·중소기업에도 FTA 효과가 극대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용만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은 “FTA 활용도를 더욱 높여 농어업·중소기업에도 FTA 효과가 극대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있는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는 FTA가 원활히 발효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총괄하는 기구다.

FTA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FTA 체결에 따른 갈등조정, 홍보, 피해산업에 대한 국내 보완대책 수립, FTA 활용 지원 등이 이곳의 주요 업무다. 간단히 말해 FTA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FTA 발효 후 그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FTA는 2003년부터 시작됐습니다만, 규모가 큰 한·EU FTA는 지난해 7월 1일에, 한·미FTA는 지난 3월 15일에야 발효됐지요.

특히 한·미FTA의 경우 발효된 지 1백일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그 효과를 단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만, 일부 수입 소비재의 경우 가격인하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지요.

유통구조상 효과가 미진한 부분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선해 효과가 극대화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미FTA 발효 후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선정, 정기적으로 소비자가격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서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 20여 개를 선정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역이나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삼겹살의 경우 5월 기준으로 국내산은 가격이 20퍼센트가량 인상됐지만 미국산은 오히려 10퍼센트 넘게 인하된 것으로 조사됐지요.

오렌지도 가격이 최대 30퍼센트가량 떨어졌고, 와인은 관세 15퍼센트가 즉시 철폐돼 미국산은 물론 칠레산·EU산과의 경쟁이 본격화돼 종전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관세인하 폭이 큰데도 가격인하가 미미할 경우 국내 판매업자의 폭리 여부 등 그 원인을 관계 부처와 협조해 다각도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한·미FTA 체결로 청년층의 기대가 큽니다.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 때문이지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전문연구기관은 약 35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투자환경 개선을 통해 우리나라에 투자가 많이 늘어날 경우 젊은이들에게 유망한 직업들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와 전기·전자 분야에서 새로운 고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비스업은 방송·통신 분야와 컴퓨터 시스템 분야가 상당히 유망할 것으로 보이고요. 정부는 FTA가 청년층 고용 기회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업 부문에는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정부는 2007년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21조원 규모의 피해보전대책을 수립한 후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보완해 규모를 24조원으로 늘렸습니다.

여기에 면세유 등 세제지원이 30조원가량 돼 지원규모가 총 54조원가량 되지요.

이런 혜택이 농업인 등 피해 계층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집행 현황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FTA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애로사항이 뭔가요.

“여러 FTA가 발효돼 활용 중인데, 아세안이나 인도의 경우 체결한지 오래되었는데도 활용률이 30퍼센트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반면 발효 초기인데도 미국은 60퍼센트, EU는 80퍼센트의 높은 활용률을 보이고 있지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의 활용률은 낮은 편입니다.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은 FTA 관련 지식이나 전문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중소업체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해 주기 위해 각종 컨설팅과 교육·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소 수출기업들이 관세 혜택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FTA 상대국의 특혜관세를 받기 위해서는 원산지확인서 또는 원산지증명서 발급 등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이런 절차가 복잡하다고 여겨 FTA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죠. 정부는 무역협회 내에 FTA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 FTA 전반에 대한 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 16개 시도에 FTA활용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죠.
그 밖에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무역협회 등에서 운영하는 FTA 전문 포털을 활용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진행하는 컨설팅을 통해 효과를 본 기업이 있습니까.

“상당히 많은데, 대표적으로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경북 구미에 있는 미진화장품은 미용 제품인 마스크 팩을 제조해 일본에 수출해 온 중소업체인데, 수출국 다변화 차원에서 수출 대행업체를 통해 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FTA 전문인력이 없어 대행업체가 요청한 원산지확인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어요. 다행히 FTA 닥터컨설팅을 통해 원산지확인서 발급지원과 FTA 활용에 관한 교육을 받고 15퍼센트의 관세혜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태국 수출이 41퍼센트 늘었고, 총매출이 1백41퍼센트 증가했지요. 또한 최근에는 이 노하우를 활용해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산지 검증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원산지 검증은 쉽게 말해 미국산인지 한국산인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거래요건인 수입자·수출자·생산자한테 원산지와 관련된 서면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고, 직접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FTA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미국은 상당히 강력하고 철저해 사업장을 방문해 직접 조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만약 수입자·수출자 혹은 생산자가 허위로 자료를 제출하거나 조사를 거부하면 앞으로 그 품목에 대한 혜택을 못 받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패널티를 받을 수도 있고요. 정부는 원산지 사후검증 절차에 대한 홍보와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미국, EU 등 관련국 세관과 긴밀한 업무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중FTA, 한·중·일FTA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한·중FTA는 1차 협상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있었고, 한·중·일 FTA도 연내 협상개시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고, 한국의 제1교역국입니다. 때문에 한·중FTA는 한·EU FTA나 한·미FTA 못지않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방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장기적으로 2~3퍼센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효과와 24만~34만명의 고용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관세 철폐와 함께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경제적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농업 등 피해 분야가 예상되는 만큼 민감한 분야부터 타결하는 단계별 협상전략을 구사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FTA가 활성화하고, 그 효과를 피부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국민, 기업, 정부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은 FTA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서 1백20퍼센트 활용했으면 하고, 국민은 정부의 정책에 관심을 갖고 채찍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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