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에서 외교문제협의회 초청 연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5일 (현지시간) "한미동맹은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을 넘어 이제는 가치동맹의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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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국제문제협의회(WAC) 초청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 양국은 범세계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역설했다.

WAC는 국제 관계와 외교 정책에 대한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1921년 설립돼 미국 40개주 97개 도시에 조직을 두고 있는 비영리 단체로 로스앤젤레스 WAC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홍순영 전 외무장관 등이 연설한 적이 있다.

한미동맹은 원래 안보동맹으로 시작됐지만 한국의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경제동맹으로 발전했다고 소개한 김 장관은 "양국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기후 변화, 에너지·식량 위기, 빈곤 등 범세계적 차원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의 행동을 취해 나가고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이익뿐만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한미동맹은 시대적 변화 흐름에 항상 깨어있는 동맹, 제반 도전에 항상 준비된 동맹, 수동적 반응이 아닌 질서 창출에 항상 능동적인 동맹을 만들어 나가자"고 촉구했다.

이날 김 장관 연설회에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유력 인사가 다수 포함된 WAC 회원과 한인 사회 인사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막내 아들 랠프 안 내외와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해병 예비역 장성들이 참석해 김 장관과 환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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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전문

Alexander Messmann 회장님, Diane Glazer 사회자님,
국제문제협의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참석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분주한 아침의 나라’에게 드리는 따뜻한 인사의 말을 전해 드립니다.

젊은 시절 호놀룰루주재 영사로 처음 근무한 이래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대해 항상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할 수 있듯이 호놀룰루에서의 생활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와이에서 미국을 처음 경험했듯이 20세기초 우리 한국인들도 그러하였습니다.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했던 한국 이민자들이 타고 온 첫번째 이민선이 도착한 곳이 바로 하와이였습니다.

그분들에게는 하와이가 결코 열대 지방의 낙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의 삶은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힘든 시기를 거쳐 그곳에서 정착한 분들은 성공을 이루어 냈고, 계속 번창해 나갔습니다.

한국 이민자들은 하와이에서 샌프란시스코, 리버사이드, 로스앤젤레스로 진출해 나갔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농사꾼도 있었고 일본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하는 인사(독립운동가)도 있었으며, 그리고 후에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어디에 가서도 신문을 창간하고, 상점을 열고, 교회를 세웠으며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바로 여기 로스앤젤레스도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으로 이주한 우리 동포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는 우리민족의 지도자 중 한 분인 ‘도산 안창호’ 선생이 독립운동을 활발히 펼쳤던 곳입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시내에는 그분의 이름을 기린 고속도로, 우체국, 공원 등이 있습니다. 또한 안창호 선생의 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첫 번째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곳 하이랜드 파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오늘날 로스앤젤레스는 해외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도시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동쪽으로 10마일 정도만 걸어가면 마치 서울 한복판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어 간판, 불빛, 향취... 그리고 심지어 한국말로 서로 크게 떠드는 자동차 운전자들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캘리포니아州와 한국,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와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양국의 정부관계 뿐만 아니라, 기업인들, 학생들, 그리고 문화·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한국인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이 곳에서 여러분들을 뵙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과거 이 연단에 선 분들중 한 분이 ‘환태평양 지역의 수도’라고 일컬은 이 도시에서 여러분들께 ‘아·태시대의 한미동맹’ 그리고 왜 한국인들이 아·태지역과 세계 전체의 번영을 위해 한·미관계를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강연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21세기 급변하는 국제환경을 살펴볼 때면 한 저명한 지정학 전략가의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조지 루커스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의 스승 요다입니다.
(맞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로 그 요다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충고합니다.

요다의 충고는 타당성이 있기는 하지만,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불편한 답변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Peter Drucker의 통찰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안은 이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이 두 문장은 오늘날 국제관계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현상을 적절하게 표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불확실성이고 둘째는 새로운 글로벌 균형점의 모색입니다.

제가 미국에 처음 발을 들인 1980년대는 냉전시대였습니다. 동 시기에는 냉전적 사고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했고, 국가들간의 관계도 지배했었습니다.

그리고 약 10년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1990년 11월이 되어서야 러시아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냉전 종식 노력에 크게 기여한 부분은 없습니다만, 저의 노력여부와는 관계없이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습니다. 그 후 다른 장벽들도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자유주의 국가들에게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세계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냉전 종식 후의 세계는 매우 불안정해 졌습니다. 국제질서는 세계가 두 진영으로 나뉜 상태에서 양측간 상호확증파괴를 특징으로 했던 양극 체제에서 단극 체제로 그리고 다시 다극 체제로 변해왔습니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만큼 불확실하고 불안정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직면하는 도전들은 더욱 복잡해졌고, 과거에는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도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들은 어느 한 국가 또는 어느 한 지역의 힘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시장경제는 글로벌화되고 통합된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통합이 주는 장점들도 있겠지만, 최근 유로貨 지역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 심화로 인해 한 국가에서의 위기가 순식간에 모두의 위기가 될 정도로 개별국가들의 취약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습니다.

극심한 빈곤 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인도주의적 문제에 그치지 아니하고, 국경을 넘어서서 폭력과 테러 나아가 핵 테러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는 불과 수초 이내에 전 세계에 걸쳐 정보교류가 가능한 정보화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정보는 2011년 봄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우리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정보가 봉쇄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명한 점은 우리가 끊임없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며, 이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불확실성의 문제는 조속한 시일내에, 어쩌면 다음 세기에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불확실성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범세계 공동체로서 우리 모두는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변화나 혼란이 발생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기반 위에 함께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균형을 갖춘 확고한 기반이 우리로 하여금 유연성을 갖도록 해줄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보다 잘 관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주위의 상황 변화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변화의 바람이 거세질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토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굳건한 토대를 찾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서 시야를 서쪽으로 돌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오늘날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새로운 균형점의 중심에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서양지역도 여전히 우리가 있는 세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점증하는 힘과 번영은 여러 측면에서 자신을 필수불가결한 지역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이 같은 아시아의 부상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아·태지역은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세계경기 침체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나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이 드러난 반면, 아·태지역은 증가하는 경제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태지역은 전세계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역내의 많은 국가들이 빈곤에서 벗어나 소비와 생산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10년 APEC 회원국들은 전 세계 GDP의 56%, 교역량의 46%를 차지하였습니다.

Ron Kirk 미국 USTR 대표는 아시아지역을 세계경제의 성동력이자 미국의 중요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영향력 증대와 더불어 아·태지역은 국제 정세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Clinton 국무장관은 최근 한 기고문에서 “아태지역이 세계정치의 핵심동력”이라고 하였는데, 저는 이것이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도래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아·태 지역에는 세계 최대의 군사력이 존재하고,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가도 있으며,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독재국가도 함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민족주의의 용솟음, 점증하는 영토 분쟁 및 지역협력기구간 경쟁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국내적으로, 지역내에서 그리고 국제 무대에서 내린 결정들이 전세계적 파급효과를 갖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그 어떤 도전도 아시아지역의 협력 없이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20세기는 대서양의 시대였습니다.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의 시대이고, 이것은 우리 모두의 시대인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아시아 순방 계기에 “미국은 태평양국가로서, 미국의 동맹국 및 우방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더욱 확대되고 장기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라고 언급하였습니다.

한국은 역동적인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러한 정책 결정을 환영합니다.

미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19세기 이래로 아·태지역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왔습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등 아·태지역에서 발발한 전쟁에 참전하여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군국주의와 공산주의의 확산을 저지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시장을 개방하고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투자함으로써 아·태지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견인하였습니다.

경제 발전이 가속화되고 전략적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중요한 시점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건설적이고 평화적인 모습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은 글로벌한 차원의 목표들은 미국의 사려 깊은 그리고 지속적인 관여를 필요로 합니다.

이달 초 Panetta 국방장관이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에도 불구, 아·태 지역에 대한 안보 공약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천명한 점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의 관여는 아·태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안정과 성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재천명된 미국의 관여 정책을 환영합니다. 미국의 관여는 인권과 法治라는 보편적 가치를 책임감 있게 진흥시키는 아·태지역의 노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한·미 동맹이 이러한 임무에 가장 적합하다고 믿습니다.
사실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일본, 호주 등 여러 국가들과 견고한 양자동맹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러한 양자동맹의 네트워크는 아·태지역에서 다자안보협력에 있어 중심축(hub & spoke)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양자동맹을 냉전의 유산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저는 NATO와 같은 다자안보협력기구가 부재한 아시아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양자동맹이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데 있어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미동맹은 아·태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의 하나입니다. 미국의 아시아 지역 관여에 있어 최고의 성공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誌는 한국을 가리켜 “미국이 맺은 동맹국의 모범“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 미국이야말로 “한국이 맺은 동맹국의 모범”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는 한미동맹이 ‘안보적 필수성, 경제적 상호이익 및 공동의 가치’라는 견고한 기반위에 구축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숙한 한미관계가 아·태지역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 걸쳐 안보와 안정 그리고 기회를 제공하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은 바로 이 세가지 요소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한·미동맹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어 차례차례 설명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안보입니다. 한미동맹은 원래 안보동맹을 기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미동맹은 안보적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6.25전쟁 당시 한국 국민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던 180만명의 미군들로 인해 혈맹관계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수천명의 고귀한 미국인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여전히 한미관계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준비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미군과의 협력적 관계를 지속 발전시키고 있으며, 양국 군대는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비무장지대(DMZ)도 함께 순찰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중대한 여러 가지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중 주된 위협은 북한 문제로, 한반도의 분단을 지속시키고, 전 세계의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한 대학에서 행한 정책연설을 통해 북한이 “평화를 추구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용기를 가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올바른 지적입니다.

용기는, 우리 모두가 알듯이, 대결이나 갈등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용기는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도 아니고, 이웃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는 것을 통해 입증되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 정권은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역사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그간 북한이 반복적으로 행해 온 ‘도발-보상·대화-도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합니다. 북한정권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미사일 발사시험이나 우라늄 농축과 같은 시급한 이슈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의 시점에서 시급해 보이는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한 해결책 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해결책도 찾으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들 그리고 파트너국들과 함께 공동의 지혜를 모아 한민족 전체를 대상으로 진정한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인류 보편적 인권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을 만들어야합니다. 대한민국의 재건과 발전이 20세기 한·미동맹의 성공 스토리라면, 이러한 성공 스토리를 한반도 전체가 누리게 하는 것이 21세기 한미동맹의 핵심 목표인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바램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한국군과 미군은 언제나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바 있듯이)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에서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함께 서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협력분야도 개척해 왔습니다. 안보동맹에서 시작된 한·미 관계는 지난 수 십년동안 훨씬 더 많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짝 피어났습니다.

한국 전쟁 직후, 한국을 미국의 경제동맹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우리가 싸웠던 북한보다도 가난했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제공하는 막대한 원조에 의존해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하에 굳은 의지와 근면함을 무기로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고, 마침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였습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1960년대 초 80달러에서 2만달러로 급증하였습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이래, 한국의 GDP는 무려 두배나 증가하였고, 마침내 1조 달러 규모의 경제대국 반열에 진입하였습니다.

한국의 경제적 성장에 따라, 한·미 관계 또한 성장하였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미국의 제7대 교역 파트너로, 자동차에서 첨단기술 제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상품을 교역하고 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지난해 對한국 수출액이 84억 달러에 달했는 데 이는 캘리포니아주의 해안선(총 840마일) 길이 매 1마일마다 천 만불에 달하는 對韓 수출실적을 이룩한 것입니다. 이렇듯 더 많은 양의 상품과 서비스가 태평양을 넘어 양국을 드나듦에 따라, 한미 관계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긴밀해졌습니다.

우리는 교역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한미 양국이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Georgia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Michigan주에 배터리공장을 건립하는 등 상호 호혜적인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최대 휴대폰 업체 중 하나인 팬택社의 경우, Corning社 및 Qualcomm社 등과 긴밀한 협조하에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들어가는 많은 부품이 미국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만 300개가 넘는 한국회사들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I-5 도로를 따라 Pittsburg市까지 운전한다면 U.S. Steel사와 한국의 POSCO가 합작으로 세운 미국 서부해안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철강수입회사에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몇 년 지나지 않아, 여러분들이 Central Valley를 지날 때면 삼성과 ENCO Utility Service社의 합작품인 4개의 20 메가와트급 태양력 발전소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바로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서 구입한 새로운 현대나 기아 브랜드를 가진 차를 운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단지 몇 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의 사업체 또한 그러한 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약 160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는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의 공동 미래를 위한 우리의 믿음과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금년 3월 한·미 FTA 발효로 양국은 태평양 양안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면서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한·미 안보파트너쉽은 여전히 굳건하고, 경제파트너쉽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그러나 한·미 관계는 이 두 가지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한·미 관계는 이제 미국이 한국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는 한국이 미국을 위해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제 한·미 관계는 양국이 지역·범세계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관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범세계적 이슈영역에서의 공동 파트너십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자주 방문한 외국 수도가 서울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러한 잦은 방문은 단순히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불고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는 한·미 양국이 공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글로벌 차원의 문제에 한마음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 양국은 21세기의 도전들, 즉 WMD 확산, 기후변화, 에너지·식량 위기, 빈곤 등 범세계적 차원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의 행동을 취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0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였습니다. 또한 금년 3월에는 많은 수의 세계 정상들이 참석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오바마 대통령의 ‘핵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또한 한·미 양국은 가장 어려운 지역의 현장에서 함께 활동해 왔습니다. 미국이 자유를 위한 투쟁에 우리와 함께 하였듯이, 한국군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 병사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우리는 도로 보수, 학교 건립, 지역주민에 대한 직업교육 및 의료 제공 등을 통해 지역 안정화·재건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이 아프간에서 사망하였을 때, 미군은 머리숙여 애도를 표하였습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반세기만에 일어선 국가적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KOICA 해외봉사단원들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파견된 한국의 봉사단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 데 있어 미국 평화봉사단원들의 앞선 경험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봉사단원 파견은 한국이 겪었던 가난의 고통을 덜어 주겠다는 한국정부의 대외공약중 일부입니다. 이외에도 한국정부는 개도국 개발을 위해 2015년까지 ODA 관련 예산을 약 3배 정도 증가시킬 계획이며, 개발원조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미국 정부와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아울러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경제강국에의 진입을 목표로 설정하고, 더 효율적인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면서 점점 더 많은 세계적 차원의 문제에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안정되고 번영한 국가로 성장한 한국은, 과거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주었던 도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한 만큼 다른 국가들을 도와야만 합니다.

한때 ‘은둔의 나라’였던 한국은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리더, 즉 진정한 ‘글로벌 코리아’로, 그리고 미국의 진정한 협력파트너로 거듭 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한국과 미국이 함께 공유하는 역사 그리고 공동의 이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역사와 이익이야 말로 우리 양국 관계를 단단하게 묶어 주는 분명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과 미국이 이익 뿐만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많은 독립 운동가들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온 미국의 역사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과 같이 한국인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였으며, 인간의 자유와 자유로운 시장의 가치를 중시하여 왔습니다.

한국 기업가들은 미국 기업가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안해내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결실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듯이, 많은 한국인들도 그들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폐지를 주워 판 돈으로 학비를 조달하였던 한 어린 소년은 한국의 최연소 CEO가 되었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평화봉사단원에게 영어를 배우던 어린 소년은 전 세계에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전파하는 UN 사무총장이 되었습니다. 또한 한인 이민자 2세인 Jim Kim은 주목받던 학생에서 공공의료분야의 리더로, 이후 Dartmouth大 총장으로 그리고 지금은 세계은행의 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역동적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해감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지닌 공동의 가치는 양국을 묶어주는 가장 단단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 나갈 뿐만 아니라, 2009년 6월 채택된 “동맹미래비전”에 따라 “공동의 가치와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더욱 견고하게 발전해 나갈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초 공산주의 침략 저지라는 단순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한미동맹이 이제는 평화와 번영 그리고 진보를 위해 더 많고 다양한 목적을 지닌 동맹으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해줍니다.

이렇게 발전해 나가는 한·미 동맹은 다양한 글로벌 도전에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시리아의 잔혹한 대학살에서, 기후변화 대응방안 관련 이견들 속에서 이러한 도전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측면을 지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갖추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시대적 변화 흐름에 항상 깨어있는 동맹-Alliance Semper Vigilans, △제반 도전에 역량적으로 항상 준비된 동맹-Alliance Semper Paratus, △수동적 반응이 아닌 질서 창출에 항상 능동적인 동맹-Alliance Semper Strenuus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포괄적 동맹으로서의 한·미동맹은 분명히 더 많은 관심과 자원 그리고 어려운 결정을 수반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한·미동맹 진전에 따르는 당연한 비용으로 우리는 기꺼이 이를 지불할 것입니다.

‘가치동맹’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냉철한 ‘국익’ 계산에 입각한 동맹보다는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 보다 호혜적이고 영속적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견고한 한·미동맹의 상징은 여기서 멀지않은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San Pedro 언덕지역의 한 공원에는 청동으로 만든 큰 종인 ‘Korean Bell of Friendship(한국 우정의 종)'이 있습니다.

‘한국 우정의 종’은 한국정부가 8세기 신라 성덕대왕 신종 일명 ‘에밀레종’의 복제품을 제작하여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기증한 종입니다.

이 종은 금년 여름에 두 번 울릴 것입니다. 한 번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그리고 두 번째는 8월 15일 한국의 광복절을 기념해 울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 종은 단지 한국과 미국의 독립을 기념해서 뿐만 아니라, 양국의 상호의존 심화를 위해서도 울립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말씀드린 한국과 미국이 “어디를 가던 우리는 항상 함께 간다”는 바로 그러한 한·미동맹 관계를 위해서도 우정의 종은 울릴 것입니다. 이러한 우정의 종소리 아래 양국 정부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양국 국민들이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

우정의 종소리는 한때 인천, 서울을 향해 떠나가는 미국 선박이 있던, 이제는 양국의 선박들이 화물을 싣고 대양을 건너던 그 항구 위에 울려퍼집니다.

또한 이 종소리는 함께 사업을 구상하는 한국과 미국의 기업가들, LA Dodgers 구장을 밝히는 한국 출신 야구 선수들, UCLA나 USC에서 유학중인 한국 학생들을 위해서도 울려 퍼질 것입니다.

한·미 양국이 새로운 세기에 동맹관계를 심화시켜 나갈수록 우정의 종소리는 태평양을 넘어 그 보다 더 먼 지역으로까지 울려 퍼질 것이며, 이 종소리를 들은 모든 이들에게 훨씬 더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게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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