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에 새 집 마련 등 민·관·군 힘모아 다양한 보훈행사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62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방부는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국가안보를 다지기 위해 세 가지 키워드의 행사를 마련했다.

6·25 참전자의 희생에 대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국방부의 의지를 담은 ‘신뢰와 기억’, 선배 전우들의 희생으로 일군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확고한 안보 태세 확립’,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을 추구하는 ‘동참’이 그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 종로구 대동세무고등학교 학생들이 모교 출신 6·25 참전용사들에게 나라를 사랑하는 한마음이라는 의미의 ‘동심결(매듭)’을 달아드리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 종로구 대동세무고등학교 학생들이 모교 출신 6·25 참전용사들에게 나라를 사랑하는 한마음이라는 의미의 ‘동심결(매듭)’을 달아드리고 있다.

경기도 철원에 거주하는 선택제(82)씨는 6·25 참전 국가유공자다. 그는 서울 영등포공고 재학 중 피란지 부산에서 학도의용대에 지원했고, 미 7사단 카투사로 선발돼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전투에 참전했다.

지난 5월 25일 북한에서 발굴된 국군 유해 12구가 62년 만에 귀환했는데, 이들 역시 미 7사단 소속 카투사였다. 유해가 발굴된 곳도 함경남도 개마고원에 위치한 장진호 부근이었다.

선씨는 장진호전투에 참전한 유엔군 1만여 명 중 한 사람이다. 장진호 전투는 세계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10배나 많은 중공군의 기습적인 공격에 맞서 싸웠던 이 전투에서 유엔군 3천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이 중 카투사가 8백75명이었다.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 올해 58가구 추가

선씨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철원에 정착한 그는 부인 염춘자씨와의 사이에 4녀를 두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딸들이 모두 출가한 후 부부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흙집에서 살았다.
장마철이면 비가 새고 겨울이면 방 안의 물그릇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집이었다.

게다가 문턱이 높아 팔순 넘은 노부부가 살기에는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이 사실을 파악한 육군이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의 하나로 노부부의 집을 편안하고 깔끔한 현대식 주택으로 신축해 주었다.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은 6·25 참전 국가유공자 중에서 생활 여건이 열악하고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집을 개축하거나 신축해 주는 사업이다.

육군과 KBS,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공동주최하고, 민간 기업(삼성전자, 국민은행, NH농협, 신한은행, KT&G, 계룡건설, 기아자동차, 강원랜드 등)이 후원하는 이 사업은 2011년에 시작돼 2012년 6월 현재까지 76가구가 혜택을 보았다.

연말까지 33가구가 추가 지원돼 ‘새 집 마련’의 혜택을 볼 예정이다.

제주서 6·25 참전 전우 위한 보훈행사

3월 공사에 들어간 선택제씨의 집은 40여 일 만인 지난 4월 30일에 완공됐다. 선씨는 “집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늘 불안했는데 이젠 두다리 뻗고 잘 수 있게 됐다”며 “조국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잊지 않고 챙겨줘 고맙다”고 말했다.

가구당 5천만~6천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이 사업은 민·관·군이 함께하는 ‘감동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은 “조국을 위해 위국헌신한 분들을 국가에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신념으로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을 추진했다”며 “내년에도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계신 참전용사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은 올해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 외에 나라사랑운동, 제주도민과 국군이 함께하는 행사 등 다양한 호국보훈 행사를 진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육군은 6·25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출신 학교에 증정하고 있기도 하다. 6·25 참전용사 선택제씨의 다 쓰러져 가던 집이 육군의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집으로 신축됐다.
육군은 6·25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출신 학교에 증정하고 있기도 하다. 6·25 참전용사 선택제씨의 다 쓰러져 가던 집이 육군의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집으로 신축됐다.

나라사랑운동은 육군 장군단이 모교를 방문해 나라사랑 마음교육을 실시(5월 15일~11월 30일)하고, 6·25 참전용사들이 계룡대를 방문해 홍보영상 관람과 더불어 병식(兵食) 체험을 하는 등 현장 견학(6월 1~29일)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6월 21일에 열리는 제주도민과 함께하는 행사는 ‘나라사랑 보금자리’ 준공식(제주시 방일동), 6·25 참전용사 모교 명패 증정식(서귀포 대정초교), 무공훈장 수여식 등의 크고 작은 기념식을 같은 날 일제히 진행하는 행사다.

무공훈장 수여식은 6·25전쟁 때 훈장을 받았지만 직접 받지 못한 50명의 참전용사들을 위해 뒤늦게나마 훈장수여식(한라대)을 거행하는 행사다. 육군 정훈공보실 이용정 중령에 따르면 수훈자 50명 중 생존자는 3명에 불과해 고인이 된 47명의 수훈자는 유가족이 대신 훈장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들 47명의 고인은 현재 제주 곳곳의 충혼묘지에 묻혀 있다.

수여식이 끝난 후 수훈자는 물론 그 가족과 참모총장이 함께하는 만찬이 한라대 식당에서 열린다. 또한 저녁에는 수훈자 가족과 보훈단체, 제주도민과 학생 등 8백여 명이 참석하는 군악연주회가 한라아트홀에서 펼쳐진다. 이 연주회에는 연예사병으로 복무 중인 가수 민경훈(버즈)씨와 신옥철(아웃사이더)씨가 특별출연해 히트곡 ‘겁쟁이’와 ‘외톨이’를 부를 예정이다. 육군 제대군인지원처장 남승우 준장은 “제주도민과 육군이 함께하는 호국보훈 행사이자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군 합동 ‘나라사랑 큰 나무’ 배지 달기

해군과 공군도 호국보훈 정신을 고취시킬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해군은 보훈 감사주간(6월 7~14일)을 정해 놓고 대전보훈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환자들을 위문하는가 하면 형편이 어려운 보훈가족에게 위문품을 전달했다. 또한 호국안보주간(6월 15~30일)에는 6·25전쟁 주요 전투 소개 방송, 참전용사 및 보훈단체 초청행사, 주먹밥 또는 비상식량 취식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제1연평해전 전승기념행사(6월 15일)’와 ‘제2연평해전 기념행사(6월 29일)’도 진행한다.

공군은 참전용사와 북한 이탈주민을 초빙해 장병들의 안보태세확립을 위한 정신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육군·해군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나라사랑 큰 나무’ 배지 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나라사랑 큰 나무’ 배지는 태극무늬와 파랑새, 새싹 등을 형상화한 형태인데, 태극무늬는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한 국가유공자의 ‘애국심’을, 파랑새와 새싹은 ‘자유’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각각 상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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