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고가영 연구원 등은 9일 발표한 '저부가가치에 몰리는 창업, 자영업 경기 더 악화시킨다'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자영업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가 2000년대 초반 620만명을 넘어서고서 계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7월 이후 다시 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함께 구직난에 시달린 청년들이 창업에 대거 나선 결과다. 올해5월 자영업자는 지난해 말보다 33만여명 증가한 585만명이다.
신규 자영업자 대부분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포화시장)'에 집중됐다.
숙박음식업ㆍ도소매업ㆍ건설업 등이 바로 그 업종들이다. 2012년 5월 말 현재 숙박음식업에서 자영업자 비중은 30.9%에 달한다.
이미 포화상태인데도 올해만 신규 자영업자가 5만명이 증가했다.
도소매업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34.5%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5만명이 새로 가게를 차렸다.
23.7%가 자영업자인 건설업에는 4만4천명이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산업이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이란 것이다.
올해 1분기 숙박음식업의 1인당 명목 부가가치(명목 국내총생산/취업자 수)는 210만원에 불과했다. 도소매업은 650만원, 건설업은 740만원이었다.
제조업은 1인당 부가가치가 2천만원을 넘고 부동산은 4천200만원이나 됐다. 포화시장에 수익이 낮은 신규 창업자만 꾸역꾸역 들어온 셈이다.
고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자영업자 간 경쟁이 심화하며 대규모 폐업과 대출부실화로 자칫 자영업자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빨간불은 곳곳에 켜졌다.5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대출은 164.8조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3천억원 늘었다.
여러 금융회사의 빚을 진 다중채무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50%를 넘어섰고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1.82%로 직장인(1.24%)보다 1.5배나 높다.
보고서는 신규 자영업 창업이 고부가가치 부문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영업 부실 확산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연구원은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자영업자의 대규모 폐업과 함께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의 창업을 지원하고 잡 셰어링 등의 제도로 임금부문에서 자영업으로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현상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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