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은 나름의 인사 원칙과 제도를 가지고 있다.

사람과 조직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의 차이와 사업상의 요구에 따라 상이한 인사 모델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기업의 인사와 그렇지 못한 기업의 인사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의 하나는 성공기업에서는 조직의 가치를 바탕으로 인사 원칙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인사제도가 설계되고 운영된다는 점이다. 인사 제도의 일관성은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모방하는 회사에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인사 원칙에 입각하여 인사 제도를 일관성있게 정립해 나가는 접근을 실행에 옮기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는 국내 기업도 서구 기업의 인사 트렌드를 추종하는 데 급급한 단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고유한 인사 모델을 찾고 정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본고에서는 자사의 인사 원칙(P r in c ip l e)을 정립하고 그에 따른 인사 영역별 정책(P o li cy)을 검토하여 구체적인 인사 제도(Practice)에 반영하는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천하를 다투려거든 먼저 인재를 다투어라(夫爭天下者 必先爭人).’ 이는 주나라 건국의 공신인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이 설파한 말이다. 사실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잘 관리하는 것이 조직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효과적인 사람 관리가 없이 조직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래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지식기반 경제 나아가 창의성 기반 경제가 도래하는 최근의 환경변화에 따라 사람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의 관리를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뜻답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인재의 내부 육성과 외부 경력 채용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성과에 따른 보상의 차이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고용 안정과 성과에 따른 퇴출 정책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주요한 질문에 대해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들에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만 있을 뿐이지, 실제 인사 제도는 다른 기업 특히 서구 기업의 소위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라는 허상을 뒤쫓기에 바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사를 재빨리 모방하는 전략에서 탈피해서 향후 혁신을 선도하여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려면 인사 영역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모습을 탈피하여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다음에서는 사람을 통해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대안적인 접근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의 인사에 핵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략(Strategy)이고, 다른 하나는 핵심 가치 내지 비전(Value/Vision)이다. 전자를 전략기반 접근(strategy-based approach)이라고 하고, 후자를 가치 기반 접근(value based approach)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이 인적자원관리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를 사람 기반 접근(people-based approach)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볼 때 기업의 전략과 비전이 인사에 영향을 미치며 그 반대로 인사제도나 조직 구성원이 전략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하에서는 각 접근방식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80년대 중반 이후 인사 전문가들과 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전략적 인적자원관리이다. 그래서 조직 전략에 연계된 인사를 해야 한다거나, 전략이 바뀌면 인사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통상적인 전략 경영 모델을 따르는 기업은 가장 먼저 자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그 다음 그러한 전략에 맞추어 조직을 조율하며 마지막으로 경영 정책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생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저가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값싸고 단순한 노동을 제공하는 인력을 확보하여 강력한 통제와 감독 하에 운용하는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제품 차별화 전략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고숙련의 근로자를 확보, 육성하고 광범위한 복리후생과 높은 급여를 제공하며 높은 수준의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조직 성과창출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자가 국내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모방 전략을 쓰던 단계의 인사 모습이라면, 후자는 창조적 모방을 거쳐 향후 혁신 전략을 수행하기위해 우리 기업들에 필요로 되는 인사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전통적으로 미국 기업의 경우 직무 중심의 인적자원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무 기술서를 비롯한 두꺼운 규정집을 만들어 활용함으로써 잘못된 업무 수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 의한 관리는 잘못된 결과를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창의적인 업무 수행을 저해하고 가치창출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유도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폐단을 해소하고 사람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성과 창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시도가 가치 기반 인적자원관리(value-based HRM)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주십시오.’라는 단 하나의 복무규정만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진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이다

가치 기반 인적자원관리는 핵심 가치를 정하고 그에 따른 정책 방향성을 환경을 고려해 결정한 후에 개별 인사 제도를 구축해가는 방식이다. 따라서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환경 변화에 따라 상이한 제도를 채택할 수도 있다. 또한 제도와 관련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 정책 방향성을 토대로 한 경영자와 인사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례로 HP사의 전 CEO였던 루플랫(Lew Platt) 사장은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문제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가치를 정립하고 그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환경이 안정적이거나 변화가 예측 가능한 경우에는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사람을 확보하여 훈련시키는 전략 기반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언제 사업 모델이 달라질지 모르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주어진 사업 모델과 전략에 따라 인적자원관리를 수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 때에는 역량 있는 사람을 확보하고 그로 하여금 전략을 세우게 하거나 혹은 신규 사업을 개발하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게 된다.

즉, 사람 중심의 기업(people-centered organization)은 가장 먼저 어떤 직원들을 뽑아 이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 원칙을 분명하게 정한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 즉 가치와 비전,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경영 전략을 수립하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 기반 접근도 사람에 대해 특히 강조점을 두고 있는 가치 기반 접근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에 의하면,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이런 접근을 하는 기업들은 강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채용 시에는 이런 가치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며, 사람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정보 공유를 광범위하게 하며, 팀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상과 인정을 많이하되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별화 하기는 하지만 주로 팀이나 조직 성과에 연동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상의 상이한 접근방법 중에서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략적 인적자원관리라는 접근 방식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고, 반면 사람 중심(People-centered)의 접근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각각 근거나 일리도 있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런 접근방법의 차이가 인간 본성과 조직의 본질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기본 사고를 우리는 인사 철학 또는 인사 원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저, 사람에 대해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self-interest with opportunism)이라고 보는 신제도주의 경제학의 가정을 택하게 되면 제반 경영 방식은 이런 부정적인 인간의 행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제도화되게 된다. 반면 사람에 대해 신뢰를 바탕으로 긍정적 관점으로 접근하게 되면 기업의 경영 방식도 그에 맞게 사람의 잠재력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구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도화된 경영방식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즉,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의해 구성원들이 지각된 바 기대에 따라 행동하게 됨으로써 상호 강화되는 작용이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균형감과현실감(balance and realism)을 갖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기업의 존재 목적도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 중심의 조직이라고 인식하는 전통적 견해와, 주주는 물론 기업가, 종업원, 고객, 정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동 이해를 달성하는 주체로 인식하는 관점으로 나뉠 수 있다. 기업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입장도 개인의 이기적 동기에 의한 사회적 계약관계라고 인식할 수도 있고, 신뢰에 기반을 둔 호혜적 공동체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 특히 창업자나 최고경영자의 생각이 그 기업의 인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인사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과 그러한 접근 방식의 차이가 경영자의 인사철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그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인사 담당자들의 입장에서 세 가지 접근 방식 중 하나의 대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아 보인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인사 담당자는 경영진에 대해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즉, 조직의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달성 가능한 역량 수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성공적인 전략 수립에 적극 참여하고, 다음으로 전략이 수립되면 그러한 전략 실행의 우선 과제에 따른 HR의 과제를 도출하여 수행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기업 전략의 변화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전략과의 연계만을 염두에 두게 되면 잦은 제도 변화로 인한 인사 제도의 안정성과 일관성 저하 및 구성원의 불안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업적 요구(business requirement)와 함께 조직의 가치를 반영한 인사 철학 내지 인사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인사 정책을 설정한 다음, 구체 인사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인사 전문가의 모습으로 볼 수 있겠다. 다음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인사 원칙의 정립, 그리고 원칙에 기반한 인사 정책의 설정, 마지막으로 구체 인사 제도의 설계 단계로 나누어 어떻게 자신만의 색깔이있는 인사 체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임기 응변식의 인사를 탈피해서 계획에 따른 체계적 인적자원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사 원칙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인사 원칙(Principle)은 대내외 경영 환경과 경영자의 철학을 고려하여 중장기적으로 HR이 지향해야 할 기본 방향을 의미한다. 흔히 인사 철학이나 인사관리관(觀)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인사 원칙은 인사 전반에 대한 길잡이(Guiding Principle)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대인관계에서 사람을 대하는 나름의 신념이 있듯이, 기업에 있어서도 사원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철학은 경영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X론이나 Y론 관점에서 특정 견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사원을 보살펴야 할 객체로 인식하거나 운명 공동체의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할 수도 있다. 어떤 방향이 되었던 하나 하나의 행위보다는 일관되게 행동에서 나타나는 경영자의 성향을 인사 원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인사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경영자의 목적 의식 내지 궁극적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사 원칙은 조직 내에서 어떤 행위가 바람직하며 보상 받는가를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인사 원칙에는 어떤 역량이나 행위가 권장되는지,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그를 위해 조직과 경영자는 어떤 지원을 해 주며 어떤 보상을 제시할 것인지를 담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은 안정적인 기대를 형성하게 되고,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킬수 있게 된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기대를 형성하게 만들려면 인사 원칙에 담긴 내용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실제 기업 사례를 살펴 보면, 인사 원칙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경우도 많고, 이보다 더욱 곤란한 경우로서 형식적인 구호로만 존재하여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의 냉소나 불신만을 초래하는 인사 원칙도 많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인사 원칙은 첫째 홍보성의 내용이 아닌 경영자의 진정한 주관적 신념을 담고 있어야 하고, 두 번째 객관성 타당성을 갖춤으로써 구성원들이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수 만큼 많은 인사 원칙이 존재할 수 있지만 마일즈와 스노우(R.E. Miles & C.C. Snow)에 따르면, 인사 원칙은 크게 전통적인 관점과 인간관계론적 관점, 그리고 인적자원론 관점과 인간투자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표 4> 참조). 이러한 인사 원칙의 유형에 대한 구분은 사람에 대한 X, Y론적 가정과 투자의 대상인지 비용의 한 요소인지에 대한 관점이 인사 원칙에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해 준다.

인사 정책 내지 방침(Policy)은 현재 또는 향후HR 의사 결정에 있어 일관성 있게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이며, 판단의 기준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사 정책은 선택 가능한 대안을 구분하여 검토한 후 전략적 선택을 함으로써 설정되며, 세부 HR제도 설계 시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 아울러 인사 정책은 인사 전반에 걸쳐 종합적으로 적용되는 인사 원칙과 달리 각 인사 영역(Domain)별로 의사 결정이 가능하게 나뉘어 기술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사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사의 하위 영역(Domain)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 인사의 영역은 전통적으로 채용, 평가, 보상, 진급, 육성, 조직문화, 노경관계 등 인사 직능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는 얼리치(D. Ulrich)교수의 4가지 HR 역할 구분에 따라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 변화 촉진자(ChangeAgent), 인사 행정 전문가(Administrative Expert), 종업원 대변자(Employee Champion) 영역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각 영역별로 하위 요소를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확보 영역의 경우 확보 전략, 시기, 기준 및 주체 등 정책 설정을 위해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옵션(Option) 요소를 도출해 내야 한다.

영역과 하위 요소를 구분하고 나면, 각 영역 및 요소별로 선택 대안(Option)에 대한 전략적 선택(Strategic Choice)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가 영역의 경우 절대평가를 할 것인지 상대평가를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구성원의 역량 향상을 위한 피드백을 강조한다면 절대평가를 선택해야 하지만, 보상 재원의 차등 배분이나 관대화 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는 상대평가가 바람직하다.

실제로,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머크(Merck)사의 경우 절대평가 방식을 실시하고 있었으나 그로 인해 73%의 인원이 중상위로 평가되고 연봉차이가 거의 없어 동기저하 현상이 발생하자 강제배분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반면 또 다른 제약기업인 아메리칸 사이나미드(American Cynamid)사는 상대평가 방식이 너무 인위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며 팀워크를 저해한다는 인식에 따라 강제배분 제도를 없애버렸다. 재미있는 점은 이 두 회사 모두 평가시스템 변경 이후 만족한다는 것이다. 정책간의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조직에 무엇이 더 적합한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영역별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인사 정책이 설정되면 이를 인사 제도로 연계하기 위해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인사 정책을 문장으로 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략적 선택의 결과가 ‘이것 아니면 저것’ 식으로 간단히 표현되는 것이 드물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해석과 적용을 돕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신입 인재를 선발하여 내부에서 일정 기간 육성하여 활용하는 확보정책을 선택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만약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니즈가 발생하게 되면 장기간이 소요되더라도 신입 인재를 뽑아 육성하겠다는 식의 대응이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외부 경력 인재의 선별적 활용도 병행할 수 있다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정도의 차이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인사 제도 설계와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인사 정책(Pol ic ystatement)을 통해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명확히 해석을 내려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끝으로, 이렇게 설정된 인사 정책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개선 방향을 검토하여 새롭게 정책을 수정하는 작업이 정기적으로 요구된다.

인사 제도(Practice)란 인사 정책(또는 방침)을 실제 상황의 인사 결정에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구체적인 도구를 의미한다. 앞서 영역별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인사 정책이 설정되면, 이에 따라 구체 인사제도를 개발하여 일상의 인사적 결정에 활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업종의 특성상 팀워크가 중요하고 이에 따라 평가와 보상 영역에서 팀이나 조직 단위의 성과 평가및 보상을 강화한다는 정책을 설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이 경우에는 설정된 인사 정책을 현재의 제도와 비교해 보고 제도의 보완및 개선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제도 현상에 대한 구성원의 의견(Voice of employee)을 청취하고, 개인 위주의 차등 보상 관행이나 팀 내지 조직 단위의 평가 제도 미비 여부 등 정확한 데이터의 확인을 통한 현상 진단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개선 대안을 도출하고 장단점을 평가한다. 이 때 경쟁사 동향이나 선진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인사 원칙과 정책에 대한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이한 인사 원칙과 정책 하에서 운영되는 타사 제도(Practice)를 무분별하게 뒤쫓아가는 경우는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논의를 통해 타사의 인사 제도(Practice)만을 단순히 모방하면서 이를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라고 부르는 것의 잘못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인사 원칙과의 정합성을 고려하여 큰 인사의 그림 하에 인사 제도(Practice)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앞에서 기업의 비전과 전략에 연계(Align)된 인사 체계의 정립을 위한 방안을 살펴보았다. 간단히 표현하여 이를 적합성(fit)이라고 하는데, 적합성은 때로 정합성(alignment)이나 일관성(consistency)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전략과의 적합성을 특히 HR 제도 영역만의 내부적 적합성과 구분하기 위해 이를 외적 적합성(external fi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외적 적합성이 결여되면 그 제도는 실패하게 되고 기업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내적 적합성(internal fit)이다. 내적 일관성은 크게 개인직원 일관성, 직원간 일관성 그리고 시간적 일관성의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개인직원 일관성(single-employee consistency)은 제도간 일관성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에게 적용되는 다양한 인적자원관리 제도들(확보, 평가, 보상, 육성 등)간의 일관성을 의미한다. 개별 제도간에 적합성이 있다는 것은 개별 제도들이 서로 연계되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 제도간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흔히 팀 내의 협력과 팀워크를 강조하면서도 상대평가와 차등 보상에 의해 개인간 경쟁이 불가피한 평가 및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할 수 있다.

직원간 일관성(among-employee consistency)은 형평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조직 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직원간에 적용되는 인적자원관리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어 결과적으로 사기가 저하될 우려가 높다. 우리 속담에도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적 공정성 차원에서 직원간 일관성은 매우 유의해야만 한다.

시간적 일관성(temporal consistency)은 조직 내 인적자원관리 정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지 않고 지속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때로 일부 인적자원관리 제도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사 원칙과 인사 정책이 자주 바뀌거나, 일시에 바뀌는 것은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에서도 최근 최고경영자의 임기를 보다 장기적으로 가져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최고경영자들의 변화에 따라 조직 내 여러 가지 제도, 심지어 기본적인 원칙이나 정책까지도 하루아침에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 탓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주변에서 제도 변경에 따라 개발의 기회나 승진 기회를 상실하여 조직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내심 갖게 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볼 수있다.

이상에서 인사 원칙과 정책 그리고 이에 연계한 인사 제도의 설계가 왜 중요하며 어떻게 수행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상의 개념들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의 하나는, 구성원들에게서 특정한 행위를 이끌어 내기 위해 모든 가능한 인적자원관리 제도들이 다 동원되어야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예를들어,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면 창의성에 대한 교육훈련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창의성을 채용의 주요 기준으로 반영해야 하고, 또한 혁신 성과를 창출한 이에게 좋은 평가와 인정을 제공하고 승진이나 성장 기회도 제공되어야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제는 인사 원칙에 기반한 일관된 인사를 실천함으로써 남의 흉내내기를 하는 회사가 아니라, 남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회사로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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