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김황식 "왜 총리를 정쟁에 끌어들이냐"

김황식 국무총리와 민주통합당 김재윤 의원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5ㆍ16의 성격 규정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 후보가 5·16에 대해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규정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김 의원이 김 총리에게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요구하면서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ㆍ통일ㆍ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 총리에게 “우리나라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5ㆍ16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말을 꺼냈다.

김 총리가 “제가 그것은 확인을 못했다”며 즉답을 피하자 김 의원은 “이렇게 논란이 되는 시점에 총리가 그 정도는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니냐. 5ㆍ16이 군사정변이냐 구국의 혁명이냐”고 다시 물었다.

김 총리가 “그 부분에 대해선 총리로서 답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자 김 의원은 “5ㆍ16에 대한 역사규정도 못 하면서 총리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발끈한 김 총리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일일이 챙기고 다 알아야 하는 게 총리의 직무냐. 총리에게 꼭 이 시점에 묻는 이유가 무엇이냐. 국민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어 “대선정국에서 총리가 중립성을 갖고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총리를 정쟁에 끌어들이지 마라. 총리를 정쟁에 끌어들여 국가발전에 어떤 이익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리는 이어 “이 사안은 총리의 발언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쿠데타라고 했을 때, 또는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을 때 어떻게 하든 정치권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국민은 여야가 정책대결을 통해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에 관심이 있지 임기말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총리가 어느 한 편에 서서 정쟁에 끼어드는 것을 오히려 불안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의원은 “역사와 헌법에 대해 묻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합의한 역사가 있는 것인데 총리가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또 “5·16이 군사쿠데타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쿠데타다. 군사정변이라고 말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고 몰아부쳤다.

김 총리는 “나도 개인적인 의견은 분명히 있지만 이 시점에서 내 의견을 말하면 현재 국가운영이나 정부에 정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을 테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두 사람이 설전을 주고 받자 본회의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서로 고성을 지르고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