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일 출간한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싼 고민의 일단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안 원장은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시각과 자신의 정책 구상을 소상히 제시했으나 정치권 안팎의 최대 관심사인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현 시장에게 출마를 양보하면서 고심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출마를 양보한 그는 날선 비판을 예상했지만 다음날부터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면서 지금까지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 그는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대중의 높은 지지율은 자신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표현으로 이를 모두 자신에 대한 지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여야 정치권에서 ’조기등판론’, ’검증론’ 등을 제기하며 비판적 발언을 쏟아낼 때에도 뒤로 숨으려 하지 않았다고 안 원장은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강연 등을 통해 “지금까지 부끄러움 없이 살려고 최선을 다했으니 이런 공격이 무서워서 할 일을 피하진 않을 것”,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 많은 국민들의 지지가 진정한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라는 말했었다.

안 원장측은 이런 점이 ’안철수의 차이점’이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기대가 환상이나 거품이 낀 것은 아닌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나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삶을 추구했음에도 자신이 정치현장에서 잘해 낼 수 있는 사람인지 엄정한 평가를 한다는 것이 다른 정치인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란 설명이다.

일시적인 높은 지지율에 대선에 뛰어들었다가 검증 과정에서 추락한 일부 정치인들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대선 출마에 지나치게 보일 정도로 신중을 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들이다.

안 원장은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아이였다면서도 ’단거리 경주에서는 번번이 지지만 장거리 경주에서는 1등을 차지하게 하는’ 강한 힘이 내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출마 여부 결정이 미뤄지면서 ’너무 우유부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안 원장은 그의 강하고 단호한 진면목을 보여준 것으로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한 것을 꼽았다.

안철수연구소를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경력에서는 물론,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20분만에 박 시장에게 넘겨준 정치적 ’결단’을 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진로 선택이 필요할 때마다 비교적 짧고 깊은 고민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정치참여 문제는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이제는 많은 분들께 우리 사회의 여러 과제와 현안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라고 결단이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앞으로 책임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고 고민은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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