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공무원교육원 결혼식장 개방, 북한이탈주민 1호 부부 탄생

36세 여성의 결혼. 만혼(晩婚)이 보편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조명희 씨의 결혼식은 다르다.
북한이탈주민인 그녀는 행정기관인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결혼하는 최초의 인물이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공공기관을 결혼식장으로 무료 사용할 수 있게 한 후 처음으로 갖는 예식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한국에 넘어온 북한이탈주민이 이 땅에서 새 삶의 터전을 일구고,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결혼식까지 올리게 됐다.

가정형편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미루어 오다가 정부의 지원으로 결혼하게 된 그녀에게 이번 결혼식은 더욱 의미가 깊다.

8세 때 어머니를, 20세 때 아버지를 여읜 그녀는 북한에서 노점상을 했으나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물건을 떼와 북에서 팔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갔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삶도 쉬운 게 아니었다. 물건을 떼 북에 갈 수도 없었고, 식당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았다.

행여 신고라도 당할까 눈치를 봐야 했고, 숨어 살아야 했다.
2006년, 처음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는 3년 동안 한국으로 올 준비를 했다. 식당에 오는 한국 손님들과 방송에서 접한 한국 소식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2009년 12월, 조 씨는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과 중국에서의 고생스러웠던 시절을 모두 잊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어딜 가든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중 다니던 식당 직원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고, 제 일처럼 챙겨주고 이해해주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 덕에 한국을 이해하는 것은 쉬웠고 즐거웠다.

11개월 된 아들은 둔 조명희 씨는 “감사해요. 인생의 가장 큰 행사를, 저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 나라의 도움으로 치르게 된다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결혼은 물론, 지금까지 받은 도움들 앞으로 하나하나 갚으며 살겠습니다. 지금 준비 중인 사회복지사 시험 꼭 합격하도록 할게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결혼식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예식 비용을 무료로 지원했고, 중앙공무원교육원은 과천시 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자원봉사자 모집을 통해 사진촬영‧신부화장‧주차안내‧식당서빙 등을 지원하는 등 결혼식 비용 전액을 무료로 지원해 주었다.

주례는 북한이탈주민의 첫 결혼식을 축하하는 의미로 이북5도위원회 김동명 함경북도 지사가 맡았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200석 규모의 대회의실을 결혼식장으로 꾸미고, 신부대기실, 폐백실, 조명, 음향, 하객용 의자 등 예식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었으며, 교직원 식당을 통해 피로연도 가능하다.

결혼식장은 주말과 공휴일에 이용이 가능하고, 북한이탈주민이나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일반국민의 경우에도 결혼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과 예식비품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4호선 지하철역(정부과천청사역)과 가까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용이하며, 160여대를 수용하는 넉넉한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7~8월 중에 과천의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수원의 지방행정연수원에서 다문화가정 3쌍*을 대상으로 추가로 무료 결혼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 중공교 : 트란티냔(베트남, 7.28) / 연수원 : 도티빅(베트남, 7.29), 리자오삐(중국, 8.25)

내년부터는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합동결혼식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연 2회 정례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일재 행정안전부 정책기획관은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 부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이번 결혼식을 지원하게 됐다”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에게 나눔과 봉사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예식 신청에 관한 문의는 과천의 중앙공무원교육원 총무과(02-500-8686), 수원의 지방행정연수원기획협력과(031-250-5541)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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