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것을 지적하면 이해합니다. 하지만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가니 참 답답합니다.”

양도성 예금증서(CD) 담합 의혹에 이어 대출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해 은행들이 3년간 20조400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는 감사원 발표가 나오자 은행권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A 은행 부행장은 23일 “높은 곳에서 자꾸 잘못했다고 하니 어디 가서 얘기를 못 하겠지만 CD 금리 담합처럼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해 이익을 냈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어서 부실채권 비율이 7~8%까지 올라갔다”며 “가산금리가 예상 부도율을 반영한 수치인데 시장 상황대로 했으면 훨씬 높은 이자를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현재의 잣대로 재단한 감사라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은행연합회의 고위 관계자도 “금리는 은행이 ‘올리고 내리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이다”며 “시장 상황이 불안한데 가산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제대로 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공정위와 감사원이 무리하게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표면적인 현상과 결과만을 보고 ‘은행이 나쁘다’는 쪽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금융이 동네북”이라며 “일부 받아들일 부분이 있지만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공정위, 감사원까지 나서서 두들기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자신들을 탐욕스러운 회사로 보는 일각의 시선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B 은행 부행장은 “국내 은행이 수수료를 많이 챙긴다고 도둑놈이라고 하는데 외국계 은행보다 훨씬 적다”며 “대출로 이익을 내려고 해도 탐욕스럽다고 하는데 은행은 이익을 내서는 안 된다는 얘기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이 이익을 못 내면 기업이 잘못됐을 때 구조조정을 제때 할 수 없고 조금만 충격이 와도 못 견딘다”며 “은행이 무너지면 기업이 무너지고 결국 가계도 큰 피해를 보게 되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아 참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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