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1 총선과정에서 거액의 공천헌금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은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터진 공천헌금 논란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공천헌금 파문을 조기 진화하기 위해 ▲검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검찰 자진출두 ▲당 윤리위원회 차원의 자체 진상조사 착수 등을 실시키로 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대선 정국을 앞두고 호재를 만난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번 공천헌금 파문이 확산됨에 따라 ▲박지원 원내대표의 검찰 출두 ▲8월 방탄국회 개최 등 국민들에게 안좋은 여론을 형성시킬 수 있는 사안들이 조용히 묻히는 분위기다.

오히려 민주당은 이번 공천파문을 '현대판 매관매직(賣官賣職)'이라며 맹공을 가하고 있다.

또 이번 공천 파문을 빌미로 새누리당 비박(박근혜)계 주자 4인이 황우여 대표의 사퇴 카드를 꺼내들은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황 대표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대변해왔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경선 불참도 불사할 기세다.

◇공천헌금 파동 어떻게 터졌나?

연말 대선을 4개월 가량 남겨놓은 시점에 터진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은 어떻게 터졌을까. 이번 사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이 공천 헌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지난 2일 밝히면서 표면화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영희 당시 공천신청자는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뒤 당 공천위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후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현씨는 3월 중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을 맡고 있던 현 전 의원에게 "공천을 받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당료 출신인 조모씨를 통해 3억원의 공천헌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는 또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관한 회계보고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씨는 당 공천위로부터 비례대표 23번으로 공천을 받은 뒤 총선에서 당선됐다.

문제는 당선이후 현씨의 수행업무를 맡아왔던 정모씨가 현씨에게 보좌관직(4급)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현씨는 국회 보좌관은 신중하게 선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당시 정모씨의 요청을 거절했고, 이후 정모씨는 불만을 품고 선관위에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선관위는 정모씨의 진술 내용에 대해 정황을 파악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뒤 현 전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현씨는 고발했다.

◇새누리 "검찰조사 지켜봐야" 민주 "현대판 매관매직"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번 공천헌금 파문이 대선 정국을 앞둔 상황에서 현재 유리한 국면을 완전 뒤집는 핵폭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3일 긴급최고위원회의를 갖고 공천헌금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검찰 자진 출두를 촉구하는 한편 당 윤리위원회의 자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우선 이런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 검찰에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를 해 사실관계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4·11 총선) 당시 분위기는 새누리당이 100석 정도 확보한다고 예상했다. (현 의원이 비례대표로 받은 23번은) 당선 가능한 번호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여러 가지로 납득이 안 되는 점도 있다"면서도 "만일 이것이 사실일 경우 관련자들은 모두 문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기회를 최대한 살려 향후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공천헌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이 지역구 공천에서 떨어졌지만 비례대표로 다시 발탁된 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공천하지 않는다"며 "(공천헌금 의혹은) 사실로 봐야 하며 참으로 분노한다. 이는 매관매직이고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검찰에 넘긴 자료가 100쪽을 넘는다고 하는데 이 정도 되면 선관위가 확실한 물증과 구체적인 제보 등을 갖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비박계 주자 4인방 황우여 사퇴카드 꺼내…박근혜 공세 강화하나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비박(박근혜) 주자들이 이번 공천헌금 파문을 빌미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김문수·임태희·김태호·안상수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황우여 대표가 8월4일까지 책임지고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가에서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그동안 박 후보의 대리인 역할을 해왔던 황 대표를 끌어내린다면 비박계 주자들의 입지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비박계 주자들은 향후 남은 경선 일정동안 공천헌금 파문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의 책임론 카드를 꺼내들며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들의 요구에 대해 "급박한 상황에서는 수습이 먼저"라면서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습이 먼저다. 대선후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사퇴를 하면 안된다"며 황 대표 사퇴 불가 방침을 내놨다.

이날 비박(박근혜) 주자 4명이 요구한 황우여 대표의 사퇴에 대해 지도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향후 비박계 주자들이 내놓을 중대 결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황 대표 억울하지만 사퇴해야"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비박주자들과 당 지도부간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황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대표직 수행을 잘해왔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박근혜 전 위원장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등 자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또 "비박계 주자들이 공천헌금을 거론하며 황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향후 경선에 불참하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황 대표가 억울한 상황이지만 누구라도 몸을 던져서 이 사퇴를 막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사퇴 불가론을 밝힌 것은 경선 진행과는 상관없다. 김수환 경선관리위원장이 관리를 하면된다.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퇴를 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황 대표의 사퇴로 이어질 수 있을지, 황 대표 사퇴가 이뤄지더라도 비박 대선주자들이 요구한 지역구 공천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지 여부 등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황 대표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박주자들이 경선 포기 등 배수의 진을 칠 가능성도 커 이번 사태의 불똥이 어떻게, 얼마나 튈지는 현재로선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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