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인 대응에 치우치기보다는 일본에 맞설 수 있는 증거(fact)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인환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장은 15일  일제강점기 피해와 독도 영유권 등을 둘러싼 한일간의 다툼에서 냉철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독일에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스라엘에 꼼짝을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증거를 모으기보다는 집회나 서명운동을 많이 하는 등 감정적 대응에 치우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2004년 일제강점하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발족한 위원회는 오는 12월 31일까지만 운영되는 한시조직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동의를 받으면 6개월씩 2차례 연장할 수 있다.

위원회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을 규명하고 1965년 한일협정과 관련해 국가가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을 지원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업무를 하기 위해 설치됐다.

4개월 이후 위원회 활동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박 위원장은 "학자들이 연구를 한다면 증거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은 위원회 몫이기 때문에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할 때까지는 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를 한시 조직으로 두니 항상 시간에 쫓겨 기초 피해조사에 치중하고, 중장기계획을 세워 의미있는 증거를 모으지 못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위원회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면서 동향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위원회가 없어진다면 일본이 매우 좋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지난 7년여간 22만명의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를 조사해 이들의 증언을 아카이브로 만들었다. 하루에 100명씩 조사를 한 셈이다. 기초조사를 하는 것도 벅찼다.

하지만 아직도 피해신고를 하고도 기초조사조차 받지 못한 피해자가 1만5천명이 넘는다.

박 위원장은 "일본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에 대한 집단소송을 하려 해도 개인별 증거가 있어야 하고, 유엔에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호소할 때도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집회나 서명운동을 통해 호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위안부 할머니 문제도 실명으로 기초피해조사가 돼 있는 경우는 30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사할린 한인 대량학살 기록과 관련해서는 "직권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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