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가중되고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이를 완화해주기 위해 대대적인 국가장학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되 대학이 등록금 인하와 교내외 장학금 확충 등 이에 상응하는 자구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그 결과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 명목으로 대학생 83만5천명에게 1인당 평균 98만원이 지원되었다.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등록금 마련이 필요한 모든 학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끔 정부와 대학은 수요자 입장에서 장학금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대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은 크지 않다.

OECD 국가의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장학금, 대출, 근로장학 외 기타 재정지원 포함) 지원방식 중 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11.4퍼센트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6.0퍼센트에 불과하다(2008년 조사 기준). 이는 등록금이 가장 비싼 미국의 경우 장학금 비중이 15.5퍼센트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미국 교육부 교육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tics) 2010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 대학생들의 80퍼센트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지 학자금 지원을 받는데, 지원받는 총액 중 약 2/3는 장학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학생에게 지원된 학자금의 평균 금액은 1만2천9백달러로 학생 중 80.1퍼센트가 학자금 지원을 받았으며, 이 중 장학금의 평균 금액은 7천2백달러로 65.3퍼센트의 학생이 지원을 받았다. 특히 사립대학 학생들은 장학금의 형태로 학자금 지원액의 67.3퍼센트를 지원받았다.

대학생 83만여 명에 1인당 평균 98만원 지원

이와 같이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자금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 중 상당부분을 장학금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가중되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및 생활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대학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우리 정부는 1조7천5백억원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학의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신규 국가장학금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12년 1학기 국가장학금 명목으로 대학생 83만5천명에게 1인당 평균 98만원이 지원되었고, 이같은 정부의 지원에 대응하여 대학 역시 자체노력으로 6천1백10억원의 등록금을 인하하였으며, 3천3백99억원의 교내외 장학금을 확충하였다.

향후 정부는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단기적 복지대책이 아니라 대학이 높은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미래 인재양성, 대학교육의 질 제고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학업지속은 학자금 지원과 밀접한 관계

첫째, 국가장학금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등록금 인하와 대학의 구조조정 효과가 대학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통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목표는 정부의 재정지원만 뒷받침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사업과 대학의 구조개혁을 연계시킨다는 목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정부에서는 재정지원을 이유로 대학의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고, 등록금 의존 비중이 큰 사립대학에서는 기부금 및 재단 전입금 등 별도의 재원확보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재정압박은 점차 가중될 것이다.

대학의 재정압박은 자칫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가장학금 사업이 등록금 인하와 대학의 구조조정 이외에 대학교육의 질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둘째, 장학금 지원 대상을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모든 학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솟는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을 단순히 저소득층(필요에 기반한 지원)을 위한 것으로만 보거나 아니면 학업적으로 탁월한 학생들을 위한 것(성적 기반 지원)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미국에서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학업지속과 학위취득은 등록금보다 학자금 지원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학생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다각적인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모든 학생들이 수혜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가능한 한 많은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이 미치도록 수혜대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 재정투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

셋째, 국가장학금 사업 지원 대상 선정 기준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학점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분위 선정 기준이다.

국가장학금 사업의 최소 학점 기준은 B학점 이상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는 2012년 1학기부터 취업후 학자금 대출의 최소 학점기준이 당초 B학점에서 C학점으로 변경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기준완화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분위 선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언론을 통해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된 바와 같이 객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데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있다. 소득분위 산정에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봉급생활자를 제외한 사람들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소득 인정액 결정이 일반적인 상식과 벗어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끝으로 국가장학금 사업을 계기로 향후 고등교육 재정 투자 규모와 지원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보다 활발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정부 국가장학금 사업의 확대를 토대로 평균 25퍼센트 이상의 등록금 부담 완화 효과가 나타났으나, 등록금 인하 효과는 당초 국민들의 기대보다 작은 것이 사실이며, 지속적인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향후 등록금 인상 압력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국가장학금 사업의 시행 이후 고등교육 재정 투자규모와 지원 방식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정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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