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진영이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진보 인사들의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새누리당의 정책기조 변화를 상징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뒷받침하고 외연 넓히기를 통한 중도로의 지지층 확장을 위해 대선 선대위에 진보 진영 인사를 다수 포함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군이 일단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은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씨 등을 언급했다.

홍 전 의원은 “두 분의 저서를 읽어보니 담론 중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지혜가 많이 있다”며 “100%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은 대선을 앞두고 정책보고서 성격의 ‘리셋 코리아’를 출간했으며, 장 교수는 현재 평균 임금의 37%인 최저임금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 등의 복지 담론을 제기한 바 있다.

홍 전 의원은 지난달 국내를 일시 방문한 장 교수와는 한차례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 교수는 정치 참여의 뜻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대선공약의 산실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실천을 위해 개혁 성향의 외부 인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최근 참여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던 경제관료 출신의 이영탁 세계미래포럼(WEF) 이사장이 쓴 소설인 ‘이정구’를 탐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이사장의 영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이날 통화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그런 쪽에 참여하기 위해서 책을 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고위직을 지낸 한 금융전문가도 김 위원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영입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친박근혜) 실무진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영입 대상자 명단은 ‘브레인스토밍’ 차원이긴 하지만 훨씬 광범위하다.

친박의 한 핵심 의원은 이날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든 같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처럼 인선에서도 과감한 발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 브레인스토밍 리스트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이름까지 나왔다”며 “보수, 진보 진영의 인사가 총망라돼 있다”고 전했다.

이 리스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시집 ‘오적’사건으로 탄압을 받았던 김지하 시인, 진보 진영의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트위터에서 145만여명의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도 꾸준히 합류설이 나온다. 그러나 또다른 의원은 “내부 추천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본인에게 의사를 타진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보 인사들과 함께 보수 진영의 통합도 관심대상이다.

과거 한나라당의 ‘울타리’에서 활동했으면서도 최근 박 후보와 관계가 소원해졌던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현 갈릴리교회 목사)과 지난 4ㆍ11총선에서 신당 ‘국민생각’을 창당해 출마했던 박세일 전 의원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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