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6월 9일)를 치른 지 채 100일도 지나지 않은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당직 총사퇴'를 포함한 당 체제 변경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작년 말 야권 통합을 통해 민주당을 '민주통합당'으로 바꾼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당색(黨色)과 로고를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명(黨名) 변경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겉옷만 갈아입는 '분식(粉飾) 쇄신'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직 총사퇴론이 본격 제기된 것은 지난 12일 민주당 전략홍보본부 회의 석상에서였다. 대선 후보 확정 후 대선기획단과 선대위가 출범하기에 앞서 당대표 등 모든 당직자가 일제히 사퇴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적지 않은 동조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경선 과정에서 친노(親盧)와 비노(非盧)의 분열이 극에 달했는데 당직 총사퇴를 통해 당내 갈등을 봉합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전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당직 총사퇴론 뒤에는 최근 당내에서 폭넓게 제기된 지도부 2선 후퇴론이 자리하고 있다.

'이(이해찬 대표)·박(박지원 원내대표) 담합' 논란이 대선 경선 과정까지 이어져 '친노 당권파의 패권주의' 논쟁으로 번진 상황에서 당력을 모아 대선을 치르려면 현 지도부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직 총사퇴론'은 이 대표 등이 후퇴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해 제기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의원도 1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 지도부는 당원과 국민, 국회의원들의 선거에 의해 당선됐기 때문에 퇴진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대선) 후보 중심의 당으로 가기 위해 지도부가 모범적 행동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의미의 총사퇴는 '분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한 당직자는 "어차피 선대위가 출범하면 지금 당 조직은 다 선대위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면서 "총사퇴를 하든지 안 하든지 그 인물이 그 인물인데 약간의 '친노 색깔 빼기' 말고는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김동철·황주홍·김영환·안민석 의원 등을 주축으로 하는 당내 비주류 쇄신파는 현 지도부 사퇴를 비롯한 인적 쇄신 외에도 정책 노선의 변경을 포함한 '실질적 쇄신'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파에 속하는 한 의원은 "통합진보당과 야권 연대를 맺으면서 한미 FTA 폐기 같은 무분별한 주장을 받아들였던 과거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민주당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당명과 당색·로고를 바꾸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당명까지는 어렵더라도 녹색과 노란색을 섞은 당색과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만든 현재 로고 정도는 교체하는 것이 어떨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당명·당색 변경을 '총선을 앞둔 화장'이라고 비판했지만 결국 그 화장이 효과가 있었다"면서 "민주당도 대선을 위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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