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던 시중은행의 시장성예금이 최근 수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활성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시장성예금은 8월 말 현재 4조 9천775억 원으로 7월보다 2천530억(5.36%) 늘었다.

2009년 7월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시중은행의 시장성예금 잔액은 지난해 5월, 전달 대비 3천206억 원(3.29%) 늘어나며 22개월 만에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후 작년 7월과 올해 2월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증가 폭은 지난달이 가장 높다.

시장성예금은 CD와 표지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인데 이 중 CD의 비중이 가장 크다. 잔액에는 시장성 CD와 창구발행 CD가 모두 포함된다.

시장성예금은 2008년까지만 해도 단기 투자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은행들이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인한 자금 부족분을 메우려고 CD 발행을 늘린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상승도 시장성예금 인기에 한몫했다.

2008년 말 이들 4개 은행의 시장성예금 잔액은 약 72조 4천억 원에 달했다. 3년이 지난 지난해 말 6조 9천억여 원의 10배가 넘는 액수다.

시장성예금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2010년부터다.

금융당국이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를 발표하면서 시장성예금을 예수금 범위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성예금이 지난달 훌쩍 증가한 것은 최근 CD금리 짬짜미 논란 속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CD 발행 활성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단기지표금리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은행들이 1년간 월평균 CD 잔액을 2조 원 선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CD발행 활성화 정책으로 시장성예금이 많이 증가했지만 은행 자금조달원 중 CD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서 2000년대 후반 수준처럼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시중은행 시장성예금 증감 추이(단위 = 억원ㆍ%)

잔액 증감액 증감률
2011.08 98,654 - -
2011.09 98,097 -557 -0.56
2011.10 87,769 -10,328 -10.53
2011.11 81,441 -6,328 -7.21
2011.12 69,417 -12,024 -14.76
2012.01 63,506 -5,911 -8.52
2012.02 66,254 2,748 4.33
2012.03 60,320 -5,934 -8.96
2012.04 60,037 -283 -0.47
2012.05 57,843 -2,194 -3.65
2012.06 52,750 -5,093 -8.80
2012.07 47,245 -5,505 -10.44
2012.08 49,775 2,530 5.36


(자료 =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