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C 지분 놓고 주주간 갈등..다음 이사회로 안건 심의 연기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부동산 경기침체에 1,2대 주주간 내홍까지 겹쳐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1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에 따르면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이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드림허브의 위탁을 받아 설계, 발주, 보상, 분양 등의 각종 개발 업무를 대행하는 등 사실상의 시행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따라서 어느 출자사가 용산역세권개발㈜의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사업 향방과 속도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현재 이 회사 지분은 롯데관광개발이 70.1%, 코레일이 29.9%를 각각 보유 중이다.

그런데 코레일이 이날 드림허브 이사회를 열어 롯데관광개발의 지분 중 옛 삼성물산 몫인 45.1%를 인수하는 안건을 상정해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드림허브의 1,2대 주주는 코레일(25%)과 롯데관광개발(15.1%)이다.

과거 용산역세권개발㈜의 대주주였던 삼성물산이 2010년 경영권을 포기하고 내놓은 이 지분은 삼성물산을 대신할 건설 주관사 등이 나타날 때까지 롯데관광개발이 잠정 보유하기로 합의한 몫이다.

하지만 롯데관광개발이 AMC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2년 동안 단 한 건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데다 이사회 주요 안건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마찰을 빚자 코레일이 이 지분을 매입해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려고 나선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각자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이견이 워낙 커 의안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다음 이사회로 심의를 연기, 갈등이 길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드림허브의 수권자본금 증액안이 무산된 사건이다.

코레일은 현재 1조4천억원인 자본금의 향후 증액을 염두에 두고 최대 자본금을 3조원으로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을 상정했다.

전체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통과될 수 있었던 이 안건은 롯데관광개발 등의 반대에 부딪혀 단 2% 차이로 부결됐다.

드림허브의 한 관계자는 "30조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본금이 1조원대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당장 증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외부 자금을 유치할 때 현재 정관으로는 자본금을 늘릴 여유가 없으니 증액 여지를 둔다는 것인데 반대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선진국 도시개발사업 사례를 살펴보면 대체로 사업 시행자의 자본금이 전체 사업비의 20~30%에 이른다고 드림허브 측은 전했다.

증액안에 롯데관광개발이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은 자본금 증액의 허용으로 향후 지분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외부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자본금 증액에도 반대하는 데 대한 문책으로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의 AMC 경영권 박탈에 나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또 2천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의 조건을 놓고도 양측의 대립이 팽팽해 다음 이사회에서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에 관해 롯데관광개발은 공기업인 코레일이 옛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하면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를 받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코레일의 용산역세권개발㈜ 지분율이 30%를 넘어설 경우 용산역세권개발㈜은 공기업인 코레일의 자회사로 편입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가지 제약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다.

롯데관광개발은 "사업협약서에 따르면 코레일의 AMC 지분은 29.9%로 고정돼 있는데 코레일이 협약을 무시한 채 지분 변경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용산역세권개발㈜은 드림허브의 업무를 위탁받아 한시적으로 존속하는 특수법인이어서 30% 지분율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코레일은 반박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투자 유치와 분양 성공 가능성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이번 갈등에 따른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짙어지면 양측이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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