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사회를 맡은 유민영 대변인은 회견 직전 일부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 내용을 확인-조율하고, 회견에서 질문권을 줬다.

안 후보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손을 든 수십명의 기자들은 유 대변인의 선택에서 비껴갔다.

기자회견 ‘1문1답’에서 질문권이 주어진 언론사는 연합뉴스, SBS, MBN,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서울경제, KBS, 프레시안, YTN, 내일신문, CBS, 매일경제 등 총 12개 사다.

매체 유형별로는 TV-라디오방송 5곳과 중앙일간지 3곳, 경제지 2곳, 인터넷신문-통신사에 각각 1곳씩 배분됐다.

방송사에선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매일경제가 운영하는 MBN이 포함됐고, 중앙일간지에는 진보성향인 한겨레-경향, 인터넷언론 역시 프레시안이 선정됐다.

 ‘새로운 변화’를 내걸고 ‘새로운 정치’를 시작한 안 후보의 대언론 방식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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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표적인 진보언론을 선택하고 보수언론인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질문을 받지 않을 것을 두고 “특정언론을 배제하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보수언론을 대치 대상으로 규정하고 회견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포용보다는 대척(對蹠)의 각을 세우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한 인사는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옹졸하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극에 달했던 ‘언론 편 가르기’가 일부 실무진을 통해서 답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면, 보수든 진보든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하고,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하고만 대화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며

“내가 먼저 보수언론에도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과 대비된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과 시기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해 원론만 수차례 밝혔다.
관련 질문이 4차례나 나왔다.



안 후보의 언론관은 대선출마 이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이미 대선주자로 옷을 갈아입었음에도 언론 인터뷰를 회피하고, 시청률 높은 지상파TV 예능프로에 출연해 ‘콘텐츠’ 보다 ‘이미지’만 강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언론과 부대끼며 본격적으로 정책과 콘텐츠를 보여주는 다른 정치인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기존 정치권에서 탈피하기 위한 몸부림이 언론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안 후보는 기자들과 함께 대선행보를 하는 다른 주자들과 달리, 그동안 언론의 눈을 피해 전국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난 뒤 정리된 내용을 나중에 언론에 공개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그렇다고 국가원수가 되려는 대선후보가 언론을 피해 다닐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안 후보도 잘 알고 있었다.

안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그동안 나를 담당한 기자들을 지난 1년 동안 괴롭혀드려 죄송하다”며 “앞으로의 행보는 공개로 하겠다. 기자들의 취재력 믿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스텔스모드’를 유지한데 대해 “양대 정당에서 대선경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바깥에서 공개 행보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만약 대통령직을 노리고 홍보효과를 누리려 했다면 모든 일정을 공개했을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안 후보는 정치면에 나온 자신의 기사를 보고 “난감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에 측근들은 ‘정치부 언론의 생리’를 설명하며 안 후보를 이해시켰다고 한다. 안 후보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업가나 교수로서 기술과 경제 이야기를 나누던 언론인들과 달리, 정치 영역에서는 말 속에 담긴 ‘의도’와 ‘배경’에 훨씬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숨은 의도도 없고 에둘러 얘기하지 않는 내 말이 다르게 전달돼 난감할 때가 많았지만 한편으론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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