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경제 멘토'로 통하는 이헌재 전 부총리에 대해 친야(親野) 학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하고 있다.

20일에는 '관치 금융의 할아버지'라는 비판이 나왔고, 21일에는 "제발 그 양반 어떻게 좀 해달라"는 말까지 나왔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1일 서울 종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경제 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이 전 부총리의 정계 진출을 누가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 제발 그 양반 어떻게 좀 해 달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개인적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닌데,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해 이 지경을 만든 그가 아무런 사과 없이 (안철수 후보와 함께) 다시 나온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또 "복지제도가 없는 불안한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 IMF 직후"라며 "이런 체제를 만든 사람이 이헌재 전 부총리"라고도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이날 트위터에 '안철수건 문재인이건 이헌재 같은 모피아와 함께 한다면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피아는 재정경제부(MOFE)와 마피아를 합성한 말로 과거 재경부 출신들이 거대 세력을 구축해 경제계를 장악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일에는 노회찬 의원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안 후보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감과 이 전 부총리가 그간 보여온 경제철학·정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모피아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게 중요한데, 이 전 부총리는 관치 금융의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안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정책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같은 '모피아'에 의존하는 순간 실패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안 후보의 책 '안철수의 생각'과 이헌재 전 부총리의 책 '위기를 쏘다'는 절대 양립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재무부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 재정경제부 장관,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경제·금융정책을 주도했다. 금융 위기 조기 탈출에는 기여했으나 빈부 격차 심화 및 고용 안정성 저하에 책임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값 폭등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 친야 학자들의 시각이다.

안철수 후보도 지난 19일 대선 출마 선언식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가장 큰 공은 권위주의 타파, 과는 재벌의 경제적 집중과 빈부 격차 심화"라고 했다.

20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 위기는 넘어섰지만 양극화는 심화되었다"고 했다.

안 후보 본인이 지적한 '경제적 집중'과 '양극화 심화'를 주도한 사람을 안 후보가 다시 기용하려 한다는 것이 친야 학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의 정연순 대변인은 20일 "(안 후보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수평적 리더십으로 엮어서 경제 분야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이제 정치 현실의 첫번째 시험대에 오르는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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